금수저 장애인만 아이 낳아라? 헌법부터 읽어보세요
금수저 장애인만 아이 낳아라? 헌법부터 읽어보세요
  • 기고=정수미
  • 승인 2019.12.0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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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정수미 (사)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연구원
지난달 20일 정수미 연구원은 발달장애인 부부의 자녀양육실태 모니터링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베이비뉴스
지난달 20일 정수미 연구원은 발달장애인 부부의 자녀양육실태 모니터링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베이비뉴스

"능력이 없으면 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불만이면 종목을 갈아타야지. 남의 욕하기 바쁘니 아무리 다른 거 한들 어디 성공하겠니?"(2016년 10월 한 SNS를 통해 퍼져 공분을 일으킨 글)

타고난 지능과 개인의 노력을 더해 능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나 권력이 주어지는 사회를 추구하는 정치철학인 ‘능력주의’에 근거한 관점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장애인은 부모가 될 자격도 없다”등의 거친 주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능력주의 사회의 허구성은 굳이 학자들의 연구가 아니더라도 세간의 상식 수준에서도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그런 허구성에 대한 비판을 압축시켜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최근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한 ‘수저론’이다.

위의 주장은 2016년 10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져 공분을 일으킨 글이다. 대중들은 우연히 개인에게 주어진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학벌이나 기대소득의 증가로 이어져 현대 사회에서 소득격차와 대를 이어 부가 세습되는 등의 문제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

지난 6월 5일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임신한 지적 장애여성이 의사에게 들은 말 “낳으시게요”와 베이비뉴스에서 11월 25일 보도한 기사(장애인이 아이 낳으면 이기적인 욕심인가요?)의 기사 댓글을 살펴보면 “이기적인 지적장애인이 본인의 앞가림도 못하면서 아이를 낳으려고 한다”며 “다만 돈 많은 금수저 장애인이라면 안 말린다”는 반응이다.

“금수저 장애인만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주장은 금수저가 아닌 서민들이 부모가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인지, 능력주의가 가진 허구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이하, 센터)는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올해 발달장애인 부부의 자녀양육실태 모니터링을 진행하였다.

1999년 국회의원 김홍신 의원실은 지적 장애인 시설 내 강제 불임수술 현황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사회가 발달장애인을 ‘무성’·‘중성’적인 존재로 인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2017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부부는 2.4%에 불과하지만 이들을 장애유형별로 살펴보면 결혼 당시 배우자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지적장애가 21.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 장애인의 재생산권리 제한 주장은 그 자체로 차별과 혐오

지난 10월 1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장애를 가진 엄마의 양육서비스 보편적 권리 확보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린 바 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지난 10월 1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장애를 가진 엄마의 양육서비스 보편적 권리 확보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린 바 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지적장애인의 결혼 당시 배우자의 장애유형은 지적장애인이 37.9%로 나타났다. 동일한 장애유형끼리 결혼하는 비율이 높은 현상에 대해 지적장애인 가정의 생활지원과 자녀양육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에, 우리 센터는 발달장애인 부부의 자녀양육 과정을 탐색하고 이들의 재생산권이 충분히 존중되고 있는지, 자녀양육의 고충과 정책욕구를 탐색하는 등을 조사하기 위해 총 8쌍의 발달장애인 부부(한부모 포함)를 만나 개별심층면접을 진행하였다.

이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를 정리하면 ▲무성적 존재 ▲배제되거나 홀로 감당하거나 ▲양육에 대한 고민 ▲다른 일상을 강요받는 아이들 ▲나의 자긍심 ▲다음 세대를 향한 바람 ▲발달장애인이 아이를 낳아 잘 기르기 위한 당사자 의견으로 정리된다. 

이들은 적극적인 성교육을 받지 못하는 무성적인 존재로 성장했다. 이들이 임신을 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는 완전히 배제되거나 혹은 장애여성에게만 양육 책임이 전가되어 홀로 ‘독박육아’를 감당하는 경험이 있었다.

양육 기술을 알려주는 인적자원이 없는 경우에는 스스로 본인이 가진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해 양육도서를 읽어보고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그림이나 사진을 보며 분유 타는 법 등을 배웠다고 답했다. 반면, 자녀양육 과정에서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자녀의 훈육문제, 사춘기를 겪으며 감정의 변화를 겪는 자녀와의 갈등 등 비장애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이들의 일상생활에는 관공서에 비치된 서류를 읽고 작성하거나 자녀의 영유아건강검진의 문진표를 작성하는 일이 어려워 차별의 경험이 있었음을 덧붙였다.

자녀들이 겪는 일상에서의 차별의 경험은 조금 달랐다. 지적장애 판정을 받으러 간 의료기관에서 생리도 하지 않는 어린 지적장애인 딸에게 의사는 불임시술을 권유했다. 지적장애여성 A 씨는 “내가 받은 차별이 자신의 딸에게도 이어지는 것을 듣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경험한 차별이 내 아이들에는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자녀의 졸업식에 참여했던 경험을 말해주던 B 씨는 그가 부모가 되었기 때문에 힘든 순간들을 잘 견디고 아이를 길러냈던 기억을 떠올리며 보람을 느끼고 자긍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 장애인 가구의 아이돌봄 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7월 10일 서울시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장애를 가진 엄마의 보편적 양육서비스 권리쟁취를 위한 궐기 대회 및 행진'이 있었다. 이날 장애엄마의 특수성 반영한 아이돌보미 자부담 폐지와 이용시간 확대 등을 요구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지난 7월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장애를 가진 엄마의 보편적 양육서비스 권리쟁취를 위한 궐기대회 및 행진'이 있었다. 이날 장애엄마의 특수성 반영한 아이돌보미 자부담 폐지와 이용시간 확대 등을 요구했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인간의 기본권으로서 재생산권리(Reproductive right)는 월경 및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과정에서 당사자들, 특히 여성이 어떤 강요나 차별 없이 자유롭게 결정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나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은 성관계, 성정체성, 파트너십 등 섹슈얼리티 전반과 긴밀하게 연관되고, 양육의 과정에서도 실질적인 주도권과 책임성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과 떨어질 수 없다. 이러한 재생산권리를 발달장애인에 대해서는 배제하는 현실에 대해 우리사회가 이들을 보호하는 존재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기결정권을 가진 한 시민으로 바라보며 조력해야 한다.

1948년 UN 세계인권선언 제16조는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언급하고 있다. 또한 “가족구성권”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하는 자기결정권에 속한다. 나가서 가족을 구성하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의 영역이기도 하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가족·공동체를 구성할 권리, 그로 인해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발달장애인이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가짐에 대해 “양육 능력이 없어서”, “우생학적 사유”, “본능조절을 못하는 이기적인 장애인”이기 때문에 이들의 재생산권리와 가족구성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주장은 차별과 혐오로 얼룩진 시선이다. 이러한 차별적 시선을 되돌려 발달장애인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존중하고 이들의 조력자로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처음 부모가 되면 아이를 돌보고 기른다는 것은 많은 이의 도움이 필요하다. 혼자의 힘만으로는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녀를 양육하는 발달장애인의 경우도 그렇다. 이들이 부모가 되기 전 부모교육을 실시하여 부모 됨의 의미와 평등한 부부생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출산 직후 신생아를 돌보는 방법, 영유아를 돌보는 방법과 같은 양육코칭을 지원할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통해 장애인 당사자에 대한 일상생활의 활동을 지원할 뿐 일상적인 장애인가구의 자녀에 대한 돌봄을 지원하지는 않는다. 또한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서비스는 장애인, 저소득층에 대한 본인부담금 면제 등 지원 우대정책이 없어 장애인 가구의 실효성 있는 아이돌봄 체계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지자체 등 다각도의 지원을 통해 장애인 가구의 아이돌봄 등 양육지원 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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