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엄마들이 아니에요… 우린 지금 꿈꾸고 있습니다
‘불쌍한’ 엄마들이 아니에요… 우린 지금 꿈꾸고 있습니다
  • 최규화 기자
  • 승인 2019.12.20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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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발달장애아동 부모들이 만든 그림책 「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 박정경 작가

【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우리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조금 다르다고 낯선 존재로 인식되지 않고 모두가 소중한 존재로 인정받으면 좋겠다./ 세상 무엇이든 ‘나’다울 때 참으로 아름다우니까.(「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 62쪽)

「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봄의정원, 2019년 12월)는 “아마도 전국 최초”로 발달장애아동 부모들이 직접 만든 그림책이다. 제주도 발달장애아동 부모 모임인 ‘제주아이 특별한아이’의 엄마 열한 명과, 장애아동 당사자는 물론 비장애 형제자매까지 함께 참여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옴니버스 그림책.

지난 11일 서울 합정동에서, 「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 저자들을 대표해 박정경 작가를 만났다. ‘제주아이 특별한아이’의 대표인 박 작가는, 올해 1월 그림책 「엄마는 너를 위해」(낮은산)를 출간하기도 했다.

지난 4월부터 6개월간 그림책을 함께 만들면서 이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책을 통해 세상에 하고 싶었던 말은 뭘까. 그리고 이들은 이제 또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아래는 박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지난 11일 서울 합정동에서 「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 저자들을 대표해 박정경 작가를 만났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1일 서울 합정동에서 「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 저자들을 대표해 박정경 작가를 만났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Q. 그림책 만들기는 언제,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제가 2017년 한 그림책 워크숍에 참여했어요. 그 결과로 「엄마는 너를 위해」가 나왔죠. 과정을 쭉 겪어보니까 참 좋더라고요. 제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었어요. 처음에는 ‘우리 아이는 좀 부족하니 채워주면 될 거다’ 했는데, ‘부족한 게 아니라 좀 다른 건데 내가 그걸 인정하면 되는 거지’라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발달장애아동 엄마들을 보면,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걸 많이 숨겨요. 또 아이 얘기만 하면 엄마들이 우는 거예요. 숨기고 슬퍼한다고 장애가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다른 엄마들도 이런 경험을 해보면 치유가 되겠다는 생각에 그림책 만들기를 제안했죠.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지원사업에 응모했는데 다행히 선정됐어요.”

Q. 그림책 작업을 하는 동안 부모님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처음 만났을 때는 많이 울었어요. 계속 만나면서 서로 농담도 하고 웃을 수 있게 됐죠. 전에는 각자 개인으로 있었다가, 만나면 만날수록 밝아지고 마음이 열리는 거예요. 자신감이 생기는 게 보였어요. 고민도 털어놓고 경험도 공유하면서 ‘우리 아이는 좀 다른 것일 뿐,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혼자 아이를 숨기고 키우면서 받은 상처들이 좀 아문다고 해야 할까. 연약했던 마음들이 단단해지는 과정이었어요. 그 전에는 사람들이 아이를 쳐다보면 숨기거나 도망갔는데, 이제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어서 그래요’라고 얘기하게 됐어요. 장애아동 엄마로서 자기 스스로 인식이 바뀐 것, 그게 가장 큰 변화죠.

다른 자녀나 가족들과의 관계도 좋아졌어요. 책에, 장애아동의 누나들이 그린 그림이 몇 개 있어요. 엄마는 사춘기 누나가 동생의 장애를 창피해하는 것 같다고 생각해왔는데, 누나가 책에 그림을 그려주고 후기에 ‘동생의 세계를 조금 더 이해해보기로 했다’고 쓴 거예요. 엄마가 그걸 보고 기뻐서 또 울고.(웃음)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저자 중 세 분은 장애인식개선강사로 활동하게 됐어요. 책에 있는 저자들 소개 글을 보면 ‘꿈꾼다’는 말이 여러 번 나와요. 다들 새로운 꿈을 꾸는 사람들로 바뀐 거죠.”

◇ “아마도 전국 최초”… ‘조금 다른’ 엄마들이 만든 그림책

박정경 작가는 “이번 그림책 작업에 참여한 장애아동 엄마들이 자기 스스로 인식이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박정경 작가는 “이번 그림책 작업에 참여한 장애아동 엄마들이 자기 스스로 인식이 바뀐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Q. 「엄마는 너를 위해」를 냈을 때와 「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를 냈을 때, 감회도 다를 것 같습니다.

“정식 출판하기 전에 700부를 찍었는데, 보내달라는 분들이 많아서 다 뿌렸어요. 관심이 정말 많으시더라고요. 장애아동 부모들이 모여 만든 그림책은 아마도 전국 최초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뿌듯했고, 혼자 만든 책보다 여럿이 같이 만들어서 나온 책이 더 감동이었어요. 열한 배의 감동이랄까.(웃음)”

Q. 「엄마는 너를 위해」를 소개하는 글에 “박정경 작가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아들의 장애 등록을 결심하면서 이 글을 썼습니다”라고 돼 있더라고요. 그 ‘인정’의 과정이 참 쉽지 않았으리라 짐작됩니다.

“저도 인정하기 싫었어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빨리 인정할수록 마음을 단단하게 다질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잖아요. 또 사회적 지원을 통해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요. 사실 장애를 인정하기 싫은 이유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에요. 장애인이라고 하면 다들 한 번 더 쳐다보잖아요. 아직은 시선이 부정적이죠.”

마트에서 아이 친구를 만났다./ “희진아, 친구다! 인사해!”/ “친구 아니야. 장애인이야.”/ “…….”/ 순간 당황한 것은 나와 그 아이의 엄마였다./ “그래, 장애인 맞아. 그렇지만 장애인도 친구가 될 수 있어. 그러니까 인사하자.”(128쪽)

“아픈 아이 보느라 힘드시겠어요.”/ 아프지 않은데! 왜 장애아는 부모를 힘들게만 하는 아이라고 생각하는지……. 오히려 부모에게 장하고 지혜롭게 성장할 기회를 주는 아이랍니다.(128쪽)

Q. 이 책을 읽을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나요?

“발달장애 아이들은 겉으로는 장애가 쉽게 눈에 띄지 않아요. 장애라고 인식 못하면 그냥 이상한 사람으로만 보겠죠. 왠지 무서우니까 피하고. 외국은 탈(脫)시설화가 많이 진행됐지만, 우리는 아직 많은 수가 시설에 들어가 있어요. 지금은 특수학교 하나 짓기 위해서 부모들이 무릎 꿇고 빌어야 하는 게 현실이잖아요.

장애인들을 많이 접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발달장애 아이들은 접해보지 않으면 정말 잘 모르거든요. 영화 ‘증인’에 나온 것처럼 청각에 아주 예민한 아이도 있고, 건물에 딱 들어가면 머릿속에 건물 구조가 입체로 펼쳐질 정도로 시각에 아주 예민한 아이도 있고, 다양해요.

그래서 책 제목을 ‘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라고, 우리 아이를 있는 그대로 소개한 거거든요. 이런 아이도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 이런 아이들도 소외되지 않고 분리되지 않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

엄마들의 꿈은 아이가 엄마 없이 혼자 다닐 수 있게 되는 거예요. 평생 아이를 데리고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오죽하면 ‘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죽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는 말이 나오겠어요. 시설에 보내지 않고 가족들이 사는 집에 같이 살면서 자립하는 삶, 그게 엄마들의 꿈이에요.”

◇ “모두 같은 부모… ‘조금 다른’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세요”

「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는 “발달장애 아이들도 소외되지 않고 분리되지 않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만든 그림책이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는 “발달장애 아이들도 소외되지 않고 분리되지 않고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만든 그림책이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Q. 인식 개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은 제도나 정책이 해결해야 할 텐데요, 어떤 것이 제일 절실할까요?

“제가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모임을 왜 만들었냐면, 유치원을 보내려고 알아보니까 특수학급이 세 곳밖에 없는 거예요. 갈 곳이 없어서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는데, 개인 민원은 그냥 ‘알겠습니다’ 하고 끝인 거예요. 그래서 같은 복지관에 다니는 일곱 살 아이 엄마들하고 ‘우리도 단체를 만들자’ 해서 만든 거예요.

그렇게 엄마들이 점점 더 모이고 지금은 170명까지 늘었는데, 그렇게 요구한 끝에 2년이 걸려서 특수학급이 하나 더 만들어졌어요.(2020년에는 3학급 더 증설 예정이다. - 기자 주) 우선 교육부터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비장애 아동들은 그냥 걸어서 집 근처 학교 다니잖아요. 장애아동들도 그렇게 다닐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학교마다 특수학급이 있어야겠죠.

나아가서는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갈 곳이 없다는 거예요. 한 달에 30만 원씩 줘야 하는 시설에, 그거라도 들어가겠다고 줄을 서요. 학교를 마치고 오히려 성인이 됐을 때 돌봄 부담이 굉장히 큰 거예요. 그래서 어떤 엄마들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돈을 모아서 집을 짓고 그룹홈을 만들어서 같이 살아요.

그런데 그건 돈이 없으면 못하는 거니까 대부분은 암담한 거죠. 교육과 돌봄, 평생케어에 대한 사회적 보장이 제일 중요할 것 같고,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의 큰 방향이 ‘탈(脫)시설’로 빠르게 변화했으면 좋겠어요. 장애인이 분리되지 않고 지역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십시오.

“이 책이 초등학교 3-4학년을 대상으로 나왔어요. 물론 어른들도 많이 읽어주시면 좋겠지만, 아이들이 이 책을 같이 읽으면서 장애인 친구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는 기회로 삼아주시면 정말 좋겠어요. 그리고 장애인을 그저 ‘도와줘야 할 사람’이라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사회의 일원이라고 인정해주시면 좋겠어요.”

장애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은 여느 부모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아이를 키우지만 그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함께 꿈꿉니다. (…) 세상과 손잡고 친구들, 따뜻한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세상이 오길 희망하며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도 손을 함께 잡아 주시길 바랍니다.(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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