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이 카시트’, ‘OO이 패드’…. 진짜 있는 제품명처럼 자연스럽게 불리지만, 실제 존재하는 유아용품 브랜드가 아니다. 보통 이렇게 불리는 제품들은 연예인의 자녀들이 육아 관련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며 유명해진다.
대중들에게 친숙해진 연예인의 자녀들이 방송에서 자연스럽게 어떤 용품들을 사용하면, 그 용품은 이내 ‘국민 육아템’이라고 불리며 인기를 끈다. TV에 나온 아이들과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모이면 TV에서 본 아이의 일상이나 스토리보다 아이가 갖고 놀던 육아용품과 놀잇감에 관한 이야기를 훨씬 더 많이 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육아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연예인의 자녀들은 유아용품 업계의 블루칩일 수밖에 없다. 이들이 사용한 제품이 결국 매출 신장에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에게 직접 제품을 협찬하지 않더라도 유사한 제품까지 판매가 느는 ‘워너비 현상’까지 발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관련 업체들은 이들이 등장하는 방송을 주시하며 신제품의 콘셉트까지 결정할 정도라고.
우리나라의 방송 시스템은, 프로그램의 본질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현재까지는 일정 제품의 협찬과 간접 광고가 붙어야 사실상 제작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고 보는 입장에서, 아이들 나오는 프로그램에 아이 용품이 나오는 일이야 당연하다. 또, 제작비와 간접 광고, 프로그램의 질 사이에서 이런 문제는 끊임없이 나왔던 일이라, 꼭 육아 프로그램에만 해당하는 이슈도 아닐 터.
그러나 그 대상이 어린아이들이라는 점이 부모로서 불편하고 걱정스럽다. 나 또한 육아 프로그램의 회차가 거듭할수록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과 행동보다, 뭔가 어색하게 놓인 육아용품에 먼저 시선이 꽂히니 말이다.
◇ 아이 옆 쌩뚱맞은 간접 광고, 불편하고 염려스럽다
특히 아이 용품은 고사하더라도, 출연자 가족 모두가 특정 브랜드 로고가 버젓이 보이는 옷을 맞춰 입고, 특정 여행 상품을 이용해 여가를 즐기는 내용에선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프로그램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 과대광고는 이젠 시청자들도 단번에 안다. 그리고 이런 광고는 아마 처음 기대한 효과조차 누리기 어려울지도 모를 일이다.
나도 아이 낳기 전엔 육아 프로그램에서 아이를 키우며 힘든 일, 좋은 일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며, 이를 통해 가족이 이어지는 훈훈함을 간접적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왠지 막연하기만 했던 출산과 육아에 조금 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고, 이를 현실로 옮기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육아 프로그램은 저출생 시대에 아이 낳는 일을 장려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갈수록 과해지는 간접 광고가 더욱 아쉽다. 연예인의 자녀라고는 해도, 아직 어린아이들이 광고의 대상이 된다는 점 또한 관계자들이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같은 엄마로서 제품 광고와 함께 아이가 TV에 나온다는 게 좋은 면만 있을 것 같지는 않아 염려된다.
유명인의 자녀를 활용한 베이비 마케팅이 활발해질수록 소비자들의 위화감도 커진다는 양면성을 관계자들이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것을 시청하는 일반 부모들이 상대적 박탈감으로 아이에게 죄책감과 미안함을 먼저 느끼지 않도록 득과 실을 올바르게 판단할 줄 아는 육아 예능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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