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요즘은 아이가 신생아였던 시절로 돌아가 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다. 조리원에서 나와 아이와 처음 집에 둘이 남겨졌을 때의 낯선 공기, 무언가 이미 시작은 되었는데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던 막막함 같은 복합적인 감정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니 말이다.
아이는 올해 코로나19로 유치원에 거의 못 다녔지만, 나조차도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몸과 마음이 훌쩍 자라 있었다. 사탕 하나로 달랠 수 있었던 아이는 어느새 사탕을 두고 원하는 것을 엄마와 협상할 줄 알게 됐고, 야단 한 번에 서럽게 울던 아이는 이제 내가 하는 말의 두 배, 세 배로 맞선다.
엄마 눈에는 아직도 모든 것이 서툴고 아기 같은데 저로서는 어느 정도 자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는지 매번 고집을 피우기 일쑤다.
하지만, ‘이것도 크는 과정이겠지’라고 넘기기엔 종일 아이와 모든 것을 같이 해나가야 하는 엄마로서 부쩍 힘에 부치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설상가상 아이가 과격한 행동을 반복하거나, 잘못된 것을 알려주어도 들으려 하지 않고 제멋대로 할 때, 평소에 이어오던 훈육 방법이 전혀 통하지 않는 순간들이 오면 이제까지 고수해 온 모든 육아의 기준이 통째로 흔들리는 것 같다.
정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겪는 보편적인 문제들이라 할지라도, 가정마다 환경과 양육 방식이 달라 지인들과 의논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에 육아와 관련된 이슈들이 늘고 있다. 시작은 가족 관찰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속의 육아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가 하면, 역시 전혀 다른 장르로 출발했지만, 아이가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육아와 연결되는 흐름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더니 이제는 대놓고 전문가가 등장해 아이의 특성, 문제점 등을 분석하며 육아까지 직접 개입하는 프로그램들도 생겼다(물론 과거에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중 내가 개인적으로 즐겨보는 육아 프로그램에는 이미 엄마들 사이에서 너무나 유명한 오은영 박사님이 나오는데, 매회 우리 아이에게 해당하거나 도움이 될만한 부분은 필기하면서 볼 정도로 ‘열혈 애청자’가 되어 버렸다.
물론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고, TV에 나온 상황과 100% 일치하는 예도 없어 무조건 조언을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나 몇몇 훈육 방식은 전문가의 도움대로 해보았더니 아이에게 통하는 때도 있었다.
◇ “그래도, 잘하신 거예요” 전문가 한마디에 사라지는 육아 스트레스
특히 아이가 주의력이 산만하고 흥분 상태일 때 바른 자세로 눈을 감고 신체의 한 부분, 한 부분이 어떤 상태로 있었는가를 기억하게 하는 훈육 방식이 괜찮았다. 바로 아이가 얌전해지거나 말을 듣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내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일단 아이를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훈육 조언’들이 실생활에서 괜찮은 결과로 돌아오기도 했다(물론 전혀 그렇지 못할 때도 있었다).
오은영 선생님이 TV에 나오면 열 일 제쳐놓고 집중한다. 이런 행동은 앞서 언급한 육아의 막막함과 답답함에서 기인하는, 일종의 나를 위한 육아 스트레스 해소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종일 아이와 씨름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불특정 다수와 함께 시청하면서 엄마로서 공감을 얻을 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그런데도 잘하고 계시는 거예요” 한 마디면 그보다 더한 위로가 없는 것 같아서이다. 그렇게 나는 육아 프로그램의 애청자가 되었다.
인기 육아 프로그램에서 내가 배우는 것 중 가장 큰 한가지가 있다. 어떤 아이든 부모가 의지만 있다면 바꿔낼 기회가 무한하다는 것이다. 방법을 모르고 서툰 부모라도 아이를 위해 바꾸고 고치려는 노력, 육아에 일관된 기준과 포기하지 않는 꾸준함은 뻔해 보이지만 사실 지키기 정말 힘든 것들이다. 엄마도 아이도 힘든 시기, 방법은 달라도 각자의 자리에서 현명하게 이겨내길 응원해 본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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