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전문가들이 꼬집은 1심 재판의 문제점은?
가습기살균제 전문가들이 꼬집은 1심 재판의 문제점은?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1.01.19 2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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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과학의 한계를 근거로 무죄 증거로 삼은 건 잘못"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들 1심 무죄 선고 관련 가습기 살균제 전문가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10시 30분에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진행됐다. 한국환경보건학회 성명서를 발표하는 김성균 서울대학교 교수.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들 1심 무죄 선고 관련 가습기 살균제 전문가 기자회견이 19일 오전 10시 30분에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진행됐다. 한국환경보건학회 성명서를 발표하는 김성균 서울대학교 교수.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CMIT·MIT 제품사용과 폐질환 발생의 인과성을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의 대상이 피고의 잘못이어야 하는데, CMIT·MIT의 질환 발생 입증에 대한 과학의 한계로 바뀐 것이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진행된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들 1심 무죄 선고’ 관련 가습기살균제 전문가 기자회견은 한국환경보건학회의 성명서 발표로 시작됐다. 한국환경보건학회는 “이번 형사 재판의 판결 대상은 기업의 위법 행위가 아니고 과학과 연구가 갖게 되는 본질적 한계점이었다. 우리는 CMIT·MIT를 흡입하게 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됐다”며 재판부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학회는 판결문 내용 중 ‘비록 실험동물의 하부 호흡기에 폐섬유화를 일으키지 않았지만, 호흡기의 해부학적 구조와 호흡방식이 사람과 다름을 고려해서 폐섬유화 등 폐손상 유발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부분을 법원이 다르게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법원은 이에 관해서 ‘이 연구 기획이 의도적이고 실험방법은 가혹했고, 해석은 편향됐다’고 해석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법원이 과학의 ‘불확실성에 대해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증언이 발언 취지와 다르게 인용되거나 연구결과가 선별적으로 선택된 것 같다”고 1심 재판부가 내린 무죄 판결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재판에서 증인으로 참석해 가습기살균제 사태에 대한 과학적인 소견을 전했던 전문가들이다.

◇ “과학의 불확실성과 한계가 무죄의 증거가 되다니...”

발언 중인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발언 중인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먼저 이규홍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 연구소 박사는 “재판에 수차례 동물독성시험 연구결과에 대해 증언했다. 판결문에 많은 부분에서 저의 증언이 인용됐지만, 저의 증언 취지와는 다소 다르게 인용됐다고 느낀다. 또한, 단정적으로 사실을 표현하지 않았던 부분이 재판부에게 증언 취지와는 다르게 받아들여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판결문에서는 여러 부분 특정 시험들을 언급하며 CMIT‧MIT가 폐 내 염증 및 섬유화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책임연구자인 저도 CMIT‧MIT는 PHMG와 달리 폐섬유화와 관련이 없다고 본다고 말한 것으로 언급돼 있다“면서 “이를 읽는 사람은 누구나 제가 ‘CMIT‧MIT와 폐섬유화는 관계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 것이다. 그러나 이 심문은 ‘해당 연구결과로 한정해서 인과관계가 성립하는가’였다. 고로, 저는 ‘해당 연구결과로만은 관련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취지로 이야기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재판부가 이 박사의 증언에 대해 잘못된 해석을 했다는 것.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2일 있었던 가습기살균제 재판결과를 보고 법률가와 연구자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재판을 통한 법적 논증과 연구를 통한 학술적 검토가 매우 달랐다”며, “법과 과학은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종현 EH R&C환경보건안전연구소 소장은 “CMIT‧MIT성분이 함유된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대한 위해성 평가 결과 2편의 논문과 1편의 보고서를 재판의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그러나 판결문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위해성 평가 방법을 적용하지 않고 정반대되는 결론을 내렸다”며 재판부가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법원은 CMIT‧MIT 독성 평가, 공기 중 피해자 호흡기로 독성이 노출된 양 추정, 호흡기로 흡수된 화학물질이 표적조직(천식, 폐포)까지 도달해서 질병을 일으키는 각각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과학의 크고 작은 불확실성과 한계를 무죄의 증거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결정적으로 11명 폐 손상자의 개별 인과가 평가되지 않았다”며 “법원은 11명 대부분이 가습기살균제 사용기간이 많이 지나 제품명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조사를 거듭할수록 제품명, 구입처, 구입시기, 사용기간이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2개월에서 11개월 사용하고 폐 손상을 입었다. 기억 오류가 일어날 수 없는 기간”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사법부 측에 “화학물질과 직업 노출이 없었던 아이들의 폐 손상의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 “2심 재판부는 과학자 자문 패널이 있어야”

법률전문가로 참석한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법률전문가로 참석한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법률전문가로 참석한 박태현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재판은 인체실험을 할 수 없으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가습기살균제 재판은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일반적인 형사재판과 같은 과정을 요구하면 과학적 한계점과 문제에 무죄가 선고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사법부는 연구자의 연구 결과를 신뢰해야 한다”고 말하며, “엄격한 확실성은 커다란 면책을 준다”고 재판 결과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과학자는 100% 확신을 두지 않는다. 따라서 사법부가 증언 취지를 단정적인 표현이 아니라고 무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된 태도”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2심 재판부에 대해 두 가지 당부사항을 전했다. 과학적인 증명과정이 필요한 가습기살균제 재판은 다른 형사재판과 다르게 증명을 낮게 설정해야 하고, 2심 재판부는 과학자 자문 패널이 있어야 한다는 것. 박 교수는 “과학자 자문 패널이 종합적 판단을 해야 한다. 이후 재판부는 과학자들의 종합적 판단을 기초해서 재판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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