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무죄면 죽은 아이들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분통'
"기업이 무죄면 죽은 아이들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분통'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1.01.21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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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총연합, 서울중앙지법 찾아 기자회견 열고 사법부 비판

【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총연합은 'SK케미칼·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들 1심 무죄 선고 법원 규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총연합은 'SK케미칼·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들 1심 무죄 선고 법원 규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무죄선고 웬말이냐, 내 몸이 증거다!”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는 유죄다!” 

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총연합은 21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들 1심 무죄 선고 법원 규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2일 나온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에 대한 1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가족 피해-김기태 씨, ▲부인사망, 폐 질환-김태종 씨, ▲자녀 폐 질환-박기용 씨, ▲본인, 가족 천식-박수진 씨, ▲본인 피해-서강훈 씨, ▲자녀 폐 질환-손수연 씨, ▲부인과 장모 사망, 간질성 폐질환-송기진 씨, ▲남편 사망, 폐 질환-송미정 씨, ▲부친 피해, 폐암 말기-이석범 씨, ▲가습기살균제 전북 피해자 대표-이요한 씨, ▲형제자매 사망-이창희 씨, ▲부인과 장모 사망-조병열 씨, ▲본인 피해, 천식 및 폐 손상-조순미 씨, ▲부인 사망, 폐 질환-최주완 씨 등 다양한 사연을 가진 피해자들이 참석했으며, ▲석면 피해자 연대도 함께했다.

사회를 맡은 손수연 씨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12일 CMIT‧MIT 원료 가습기살균제의 제조·판매사들인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에 대해 참담하다고 심정을 전했다. 손 씨는 “CMIT‧MIT 물질의 독성과 이 물질을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한다는 걸 기업들은 인지하고 있음을 재판과정에서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라는 법원의 판결에 납득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서 손 씨는 “판결문에서 언급된 11명의 피해자 중 9명이 영유아이고 그 중 2명은 사망했다. 태어나자마자 갖게 된 폐 손상, 제품이 원인이 아니라면 폐 손상으로 죽거나 아팠던 아이들의 원인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가해기업들은 죗값을 치러야 하고, 정부는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 때까지 피해자들은 절대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전했다.

◇ “1심 무죄 판결은 피해자를 무시하는 것”

"제 손가락에 끼워진 네 개의 반지 중 세 개는 11년의 투병생활 중 3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새긴 철반지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제 손가락에 끼워진 네 개의 반지 중 세 개는 11년의 투병생활 중 3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새긴 철반지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가습기살균제로 천식과 폐 손상을 입은 조순미 씨는 “애경산업과 이마트 가습기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오늘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피해자들의 힘으로 이 기자회견을 기획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사법부가 과학이 갖고 있는 한계에 불구하고, 과학적인 이유로 대기업에 대해 무죄로 선고했다고 주장하며, “‘우리 몸이 증거다’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제 손가락에는 네 개의 반지가 있다. 이 중 세 개는 제가 11년동안 투병하며 죽음의 고비를 넘길 때마다 새겨놓은 철 반지”라며 “저는 이 반지를 보며 우리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국가의 책임을 묻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직도 국민 중 누가 이 피해를 입었는지 잘 모르고 있다”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심각성을 전했다.

부인이 폐 질환으로 사망한 김태종 씨는 마이크를 잡고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김 씨는 “내가 이마트PB 상품인 ‘가습기이플러스’ 제품을 쓰지 않았다면, 지금도 당신이 좋아하던 찬양을 마음껏 부르고 즐겁게 살 수 있었을 텐데”라고 말하며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서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들의 1심 무죄 판결에 대해서 “이것은 피해자 모두를 무시한 판결”이라며, “당신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렇기에 가해기업에 대한 합당한 처벌과 그에 대한 배상과 보상이 끝날때까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 “CMIT제품 사용한 것을 기억 못한다?…피해자 모독하는 발언”

사회를 맡은 손수연 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어린시절부터 피해를 본 증거가 있다. 이보다 더 정확한 증거가 어디 있는가"라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사회를 맡은 손수연 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어린시절부터 피해를 본 증거가 있다. 이보다 더 정확한 증거가 어디 있는가"라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재판 마지막 날 직접 왔다. 정말 무죄가 될 거라는 상상은 못했다. 너무 허망했고, 저희 아이 뿐만 아니라 주변 피해자 가족들도 많이 아프고 힘들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손수연 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손 씨는 1심 재판결과에 대해서 “법정에서 판사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CMIT단독 피해자라고 하지만, 아마 기억을 못하거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PHNG제품인 옥시 제품에 손상 됐을 것이다. CMIT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고 말하며, “이것은 피해자를 다시 한번 모독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손 씨는 “기억이 잘못됐을 리 없다. 이 제품을 우리가 20에서 30년씩 쓴 게 아니다. 대부분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 이 제품을 사용했다. 또한 아이들은 5, 6년 동안 집 외에 단체생활을 한 적이 없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증거를 모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목은 가습기살균제 전문가 기자회견에서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의 “법원은 11명 대부분이 가습기살균제 사용기간이 많이 지나 제품명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조사를 거듭할수록 제품명, 구입처, 구입시기, 사용기간이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2개월에서 11개월 제품을 사용했다. 기억 오류가 일어날 수 없는 기간”이라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손 씨는 피해 아이들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겪는 2차 피해의 심각성을 전하기도 했다. 손 씨는 “현재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어린 시절 만큼 혹독하게 아프진 않다. 하지만 현재도 천식을 가지고 있고, 가슴통증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어서 “엄마가 아이의 병이 억울해서 어린 시절 언론에 노출시켰지만 지금은 조심스럽다”며, “실제로 피해 아동 중 한명은 별명이 가습기살균제다. 제가 아프면 당연히 감출 게 없다. 하지만 아이의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서 선뜻 나서기 힘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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