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답게', '남자답게'가 아니라 ‘너답게’ 키워요
'여자답게', '남자답게'가 아니라 ‘너답게’ 키워요
  • 칼럼니스트 정효진
  • 승인 2021.07.01 0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통하는 육아법] 부모의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법
이제는 남자를 ‘남자답게’, 여자를 ‘여자답게’가 아닌 ‘너답게’ 키워야 한다. 아이의 개성과 사고방식을 존중하고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자기다움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베이비뉴스
이제는 남자를 ‘남자답게’, 여자를 ‘여자답게’가 아닌 ‘너답게’ 키워야 한다. 아이의 개성과 사고방식을 존중하고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자기다움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베이비뉴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논의가 본격화됐다. 차별금지법이란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를 담고 있는데, 차별금지 대상에는 성별이 포함된다. 다양성을 강조하는 현대사회의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은 평등을 지향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성별 이분법을 기반으로 여전히 차별과 혐오를 경험하고 있다. 가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부모의 말속에는 성별 고정관념이 내재된 그 어떠한 '남자답게'와 '여자답게'가 존재한다. 이처럼 성별에 따라 정해진 성 역할대로 그렇게 살아가도록 기대하고 요구하는 사고방식을 ‘성별 고정관념’이라고 한다. 그러나 영유아기는 성 역할을 습득하고 사회규범을 내면화하는 등 가치관 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부모는 성별 고정관념 없이 아이가 성에 대한 올바른 개념과 가치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성별 고정관념을 드러나는 말에는 3가지 유형이 있다. 먼저 성별에 따라 고정된 ‘역할’을 요구하는 말이다. 가령 ‘여자애가 험한 일 하면 안 돼’, ‘남자니까 당연히 양보해야지’, ‘남자는 요리를 잘할 필요는 없어’, ‘딸이라면 집안일을 도와주어야지’, ‘네가 남자니까 누나 지켜줘야지’ 등이 있다. 아이는 이러한 말을 듣고, 여성은 연약하거나 소극적이고, 남성은 강인하거나 진취적이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학습한다. 성역할 고정관념을 비판 없이 수용하면서 성인이 되어도 그것이 올바른 신념이라고 굳게 믿게 된다. 그래서 엄마는 언제나 설거지, 빨래, 청소 등의 집안일을 하고, 아빠는 육아에 무관심하다면 그것이 불합리한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한 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처럼 성별 고정관념은 아이의 가치관, 미래 행동, 직업선택 등에 밀접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아들과 딸의 역할을 단정하고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의 ‘외모’와 ‘성격’에 관한 말도 있다. 부모가 외모를 평가하면서 ‘자고로 여자는 예뻐야지’, ‘여자는 하얀 피부가 보기 좋지’, ‘남자애가 너무 말랐다’, ‘남자는 키가 커야 보기 좋아’ 등의 말을 할 때이다. 성격과 관련해서는 ‘남자애가 왜 씩씩하지 못하고 울고 그래’, ‘넌 딸인데 왜 그렇게 애교가 없니’, ‘조심 좀 하지, 다른 집 딸은 다 얌전한데 너만 왜 그래’, ‘남자애가 왜 그렇게 말이 많은지 몰라’, ‘남자애가 왜 이렇게 소심해’, ‘여자애가 덤벙거리면 안 돼’, ‘여자애라서 그런지 고집이 엄청 쎄’ 등이 있다. 이러한 말은 아이에게 여성은 날씬하면서 얼굴이 예쁘고 조신해야 하며, 남성의 경우는 씩씩하고 늠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심어준다. 또 ‘연약함’, ‘순종’, ‘수동성’, ‘의존성’ 등은 여성을 대표하는 가치로, ‘주도성’, ‘강인함’, ‘진중함’은 남성을 상징하는 고유 가치로 받아들이게 된다.

마지막은 아이의 ‘취향’에 관한 말이다. ‘여자애가 왜 로봇을 좋아해’, ‘여자는 핑크색, 남자는 파란색이지’, ‘남자애가 수학을 못 하면 어떡해’, ‘치마를 안 입고 바지만 입으면 안 돼’, ‘여자애가 게임기를 좋아하면 좀 그렇지’ 등이 있다. 아이의 취향에 관련된 색상, 놀이 문화, 옷차림 등에서 딸에게 여자다움을 아들에게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것이다. 아이는 성별에 관계없이 좋아하는 분야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아이의 기질과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남자니까, 여자니까’ 등의 성별을 나누는 말로 아이의 취향을 미리 판단하는 것은 아이의 잠재력을 가로막는 일이다. 이같이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성별 고정관념을 심어주면, 이미 암묵적으로 수용되는 신념과 사고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아 제대로 된 사고로 전환될 가능성이 더욱 낮아진다.

이제는 남자를 ‘남자답게’, 여자를 ‘여자답게’가 아닌 ‘너답게’ 키워야 한다. 아이의 개성과 사고방식을 존중하고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자기다움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