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보다 주차장을 먼저 확보해야 하는 제주도”
“자동차 보다 주차장을 먼저 확보해야 하는 제주도”
  • 칼럼니스트 김재원
  • 승인 2021.12.1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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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 24. 제주는 주차공간 확보 전쟁 중

제주도청은 11월 말 기준 제주도내 등록 자동차가 총 65만 5469대라고 발표했습니다. 10년 전인 2011년 25만 8019대와 비교해 무려 40만 대나 폭증한 결과인데요. 이중 기업형 장기 임대(리스) 차량을 제외한 실제 도내 운행 차량은 총 40만 2416대로 조사되었습니다.

골목마다 양방향 가득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 ⓒ김재원
골목마다 양방향 가득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 ⓒ김재원

가구 수나 인구를 감안하면 제주는 전국에서 자동차가 가장 많은 지역입니다. 11월 말 제주에는 30만 7266가구가 있는데 실제 주행 중인 차량이 40만 2416대이니 1.31대로 전국 1위를 기록했습니다. 

차량수에 대비한 도내 주차장 면수를 살펴보면요. 작년 기준으로 제주시는 27만 3163면, 서귀포시가 15만 9523면으로 모두 43만 2686면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실제 운행차량 대비 주차장이 무려 3만 대 가량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이는 상업시설과 마트, 공공기관의 주차면수를 모두 더한 수치라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것과는 많은 괴뢰가 있습니다. 

낮 시간에도 공영주차장에는 차량으로 가득차 있다. ⓒ김재원
낮 시간에도 공영주차장에는 차량으로 가득차 있다. ⓒ김재원

낮 시간에는 개인주택과 아파트 주차장은 여유가 있는 반면 상업시설과 공공시설은 주차장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고 저녁이 되면 역전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게 지금 제주의 현실인데요. 그 불편함이라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나 제주 도심의 주차난은 이미 한계를 넘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주연구원에서 제주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제주 생활 만족도를 조사했는데 예상대로 ‘주차, 교통 환경’ 점수가 3.65점으로 기준점인 4점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비좁은 골목길을 주행하고 있는 차량. ⓒ김재원
비좁은 골목길을 주행하고 있는 차량. ⓒ김재원

제주에서는 이런 심각한 수준의 주차난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또 준비하고 있는데요. 먼저 제주는 자기 차고지가 있어야 자동차를 등록할 수 있는 차고지 증명제를 내년부터 전 차종에 확대하여 시행합니다. 지난 2007년 2월 제주시 동지역 대형자동차를 대상으로 차고지 증명제를 적용한 뒤, 2017년부터 제주시 동지역 중형자동차로 대상을 확대했고, 2019년엔 시행 지역을 도 전역으로 넓혔습니다. 이처럼 주차 난 해소를 위해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하는 지자체는 제주도가 전국에서 유일한데요. 

차고지증명제를 강하게 추진하는 배경에는 그동안 제도를 운용하면서 직접 확인한 효과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제주지역 연도별 자동차 신규 등록 대수는 2016년 2만 6951대에서 2020년 1만 9712대로 27%나 감소했습니다. 차종별로는 비중 가장 높은 중형차량의 경우 2016년 1만 5655대에서 지난해 8876대로 약 43%나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는데요.

제주시내 곳곳에서 공영주차장을 설치하고 있다. ⓒ김재원
제주시내 곳곳에서 공영주차장을 설치하고 있다. ⓒ김재원

두 번째로 제주도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공영주차장 확보가 한계에 이르자 민간 부지를 주차장 사업으로 유도하는 등 주차공간 확보를 위한 파격적인 정책까지 꺼내 들었습니다. 내년부터 민간 건축물 부설주차장을 5면 이상 하루 8시간 이상 3년간 무료 개방할 경우 주차 면수에 따라 최대 2500만 원까지 공사비의 90%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됩니다. 공사비에는 주차면 포장과 도색 그리고 진출입 차단기, 보안등, CCTV 설치는 물론 시설 보수와 손해배상 보험료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제주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골목길 주차를 예방하고 있다. ⓒ김재원
제주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골목길 주차를 예방하고 있다. ⓒ김재원

무료개방 주차장 면수가 5~10면이면 500만원, 10~20면은 1000만원, 20~30면은 1500만원, 30~40면은 2000만원, 41면 이상은 최대 250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한데요. 개인이 민영주차장을 직접 조성할 경우에도 주차 용도 제공 면적이 200㎡ 이상일 경우 규모에 따라 제반 비용의 최대 절반 이상을 보조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주시는 2001년부터 자기 차고지 갖기 보조사업을 계속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주택에 담을 헐거나 마당을 개조해 차고지를 만 들경우 주택 규모에 따라 최대 2000만원까지 공사비의 90%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제주시 지역에서만 총 2626면의 자기 차고지가 만들어지는 성과가 있었습니다. 

제주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골목길 주차를 예방하고 있다. ⓒ김재원
제주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골목길 주차를 예방하고 있다. ⓒ김재원

차고지증명제와 공영 및 민영주차장의 확대, 자기 차고지 갖기 등의 정책이 정착되어 제주가 국내 최고 수준의 주차문화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특히나 제주 주택가에 가득  차 있는 차량들이 주차공간으로 사라진다면 언젠가는 잃어버렸던 깨끗한 골목 문화를 다시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필요한 비용이 부담이 될 것입니다. 차고지 증명용 공영주차장의 1년 요금은 동 지역 90만 원, 읍·면 지역은 66만 원 정도 인데요. 민간주차장은 100만 원이 넘는 곳도 있습니다. 도민들 입장에서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기본 비용들과 차량 보험료도 큰 부담인데 거기에 주차비용까지도 생각해야 하니 부담이 클 것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제주도에서도 도민들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추가적인 정책 도입이 꼭 필요한 대목입니다.  

주차문화 정착을 통해 잃어버렸던 깨끗한 골목 문화가 다시 만들어지길 바란다. ⓒ김재원
주차문화 정착을 통해 잃어버렸던 깨끗한 골목 문화가 다시 만들어지길 바란다. ⓒ김재원

어느 정도 도민들과 도정이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지금처럼 주차와 관련한 정책들을 꾸준히 마련하고 정착시켜 나간다면 결국 그 모든 혜택은 오롯이 도민들에게 돌아올 것이기에 도민들 역시 지금 당장의 불편함보다 다음세대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 속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전향적인 자세 역시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대학시절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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