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엄마·아빠를 잃는다는 것
아이가 엄마·아빠를 잃는다는 것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3.01.10 10: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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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선 안돼

[연재] 아이에게 죽음 이해시키기-①

 

“아빠가 나한테 화가 많이 났었나봐. 나 때문에 아빠가 죽은거야?”

“아빠는 나를 사랑하지 않은 거야, 그렇지?”

 

“아빠는 도대체 어디로 갔어? 나도 죽게 되는거야?”

 

부모의 죽음을 마주하게 되면 아이는 이러한 질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부모를 잃는다는 것은 아이에게 가장 힘든 시련이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는 순간, 사랑과 보살핌으로부터 멀어진 세상은 더 이상 남겨진 아이에게 안전한 곳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느끼는 죽음의 위기를 잘 통과하도록 도와주는 일은 부모가 맡게 되는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를 다룬 책 『아이와 함께 나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Earl A. Grollman 저, 정경숙·신종섭 역, 이너북스)를 토대로 부모의 죽음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과 아이가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부모의 죽음을 경험했을 때 아이가 받는 충격은 다양한 행동으로 나타난다. 5세 미만의 유아기에는 비록 ‘죽음’이라는 단어를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아이는 상실에 대한 반응을 보인다. 과민하게 반응하기도 하고, 울거나 먹는 행동에 변화를 보이기도 하며 심할 경우 장이나 방광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아이들은 대부분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잘못된 두려움을 느낀다. 가족이 죽은 후에 분리불안을 겪는 아이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가까운 친구나 친척집에 가는 일조차 두려워할 수 있다.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 『아이와 함께 나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Earl A. Grollman 저, 정경숙·신종섭 역, 이너북스)의 한 장면. desk@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 『아이와 함께 나누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Earl A. Grollman 저, 정경숙·신종섭 역, 이너북스)의 한 장면. desk@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아이가 상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가는 상당부분 살아있는 부모의 행동에 영향을 받게 된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로 하여금 그러한 태도를 따라 하게끔 만들고, 이는 아이의 불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적대감이나 극도의 불안감, 혹은 산만한 행동 역시 아이가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슬퍼하면서 일관되고 믿음을 주는 반응을 보인다면 아이는 그러한 반응을 보면서 변화와 혼란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홀로 남은 엄마나 아빠가 뜻하지 않게 아이를 힘들게 하기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배우자를 잃은 아픔을 보상받고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아이에게 맹목적인 헌신을 하곤 하는데, 아이를 대리로 삼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또한 부모는 아이가 가지는 심리적, 지적 능력의 범위와 한계 내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아이는 아직 어리고, 부모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모를 둘 다 잃은 아이의 경우에는 보다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이제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살게 될지에 대해 솔직하고 정확하게 얘기해 줘야 한다.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한 나이라면 아이가 중요한 결정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대개 가까운 친척이 아이를 키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누가 그 역할을 맡든지 아이가 힘든 슬픔의 과정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성급한 변화는 피해야 하며 일관성이야말로 아이의 적응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아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면 할수록 상처에 대한 치유는 빨리 이루어진다.

 

만약 부모가 자살한 경우라면 아이가 겪는 문제는 일반적인 경우와 차이가 있다. “네가 잘못한 건 없어. 사람들은 모두 죽는단다”라는 답변은 자칫 거짓말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자살의 경우는 의도적으로 목숨을 끊은 경우이기 때문에 아이의 죄책감이나 분노의 깊이가 더할 수 있다. 그 상처로 인해 아이는 평생 아픈 경험을 안고 살지도 모른다.

 

자살은 어쩌면 살아남은 가족에게 모욕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그 일에 대해선 얘기하지 말라”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 아이는 엄청난 감정적 위기를 경험할 것이다. 자살한 사람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역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도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키워줄 뿐이다.

 

이럴 땐 오히려 “아마 아빠는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죽음을 선택 했을 거야. 하지만 넌 아빠가 아니잖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죽음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어”라고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약 죽음에 대해 보이는 아이의 반응이 걱정스러운 것이라면 전문의나 상담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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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2013-01-10 23:58:00
...
며칠 전 사건이 생각나네요..
아이들이 잘 이겨내나 싶었는데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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