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아내 잃은 택시기사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아내 잃은 택시기사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3.01.11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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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부터 광화문에서 꾸준히 1인시위 "정부가 힘 써서 살균제 제조사 압박해줘야"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아내를 잃은 택시기사 최주완 씨가 10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동상 앞에서 본업인 택시기사 일을 잠시 멈추고 가습기살균제 피해대책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가습기살균제 때문에 아내를 잃은 택시기사 최주완 씨가 10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동상 앞에서 본업인 택시기사 일을 잠시 멈추고 가습기살균제 피해대책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누구라도 해야 한다면 내가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피해자들은 병원에 입원하고 치료받으며 고생하는데, 나는 고생하는 사람이 없지 않느냐.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났으니 말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족인 최주완 씨가 가습기살균제 피해대책을 촉구하는 1인시위에 빠짐없이 참여하는 이유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한 달에 적어도 2번, 1인시위를 진행해왔다.

 

영하의 날씨에 바람이 매섭던 지난 10일에도 그는 광화문광장에 자리를 잡았다. 하얀 목장갑을 낀 손으로 플래카드를 꽉 부여잡고 시민들 앞에선 그의 모습에는 힘겹게 싸워온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지난 2008년 3월 20일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쓰던 하나 뿐인 아내는 세상을 떠났다. 감기증상을 호소하던 아내는 갑작스레 폐렴 증상을 보였고 중환자실을 전전하다 병원간지 한 달 닷새 만에 숨을 거뒀다.

 

최 씨는 "병원에서 하는 말이 병명은 있는데 원인을 모르겠다고 했다. 외국 갔다 왔냐고 묻기까지 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아내가 죽은 이유도 모른 채 살던 몇 년, 최 씨는 언론을 통해 아내를 앗아간 것이 가습기살균제라는 사실을 알았다.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최 씨는 아내의 피해사례를 환경단체에 접수한 뒤 가습기살균제와 관련된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영업용 택시기사인 그는 하루 종일 택시를 운전한 뒤 하루 2~3시간 겨우 자고는 빠짐없이 1인 시위 현장에 섰다. 형사, 민사소송에도 참여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각종 방송사, 언론사 인터뷰도 마다하지 않았다. 비록 아내는 곁에 없지만 아내의 죽음을 밝힐 수 있는 어떤 결과라도 나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수록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는 그다. 최근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폐질환은 물론 심장대동맥 섬유화 등에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해 잠깐 관심 갖는 것처럼 보였을 뿐, 여전히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확실한 규명과 대책은 없다.

 

최 씨는 “(아내의 죽음에 대해) 마음은 빨리 잊어야 하는데 잊히지 않는다. 해결이 될지도 모르겠고 시간이 흐를수록 자포자기 심정”이라면서 “가습기살균제 사용을 금지하고 수거까지 했는데, 정부가 힘을 써서 제조회사를 압박하고 처리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심정을 전했다.

 

1인 시위가 진행된 지 이날로 161일 째. 답답한 마음 금할 때 없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한다. 그는 "어떻게 되든 결론이 날 때까지 끝까지 가고 싶다. 하지만 그 시간이 빨리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살균제조사위원회를 꾸리고 가습기살균제 피해 의심사례 310건을 대상으로 가습기살균제와의 상관관계 조사에 나선 상태다.

 

최근에는 영남대 단백질센서연구소 연구팀(소장 조경현 교수)이 시중에서 유통되는 가습기살균제의 원료인 PHMG와 PGH를 연구한 결과, 이들 물질이 심혈관 급성 독성, 피부세포 노화 촉진, 배아염증 유발 등을 일으키는 심각한 독성을 지닌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인 최주완 씨가 10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동상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대책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최 씨는 간질성폐렴으로 지난 2008년 3월, 아내를 잃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인 최주완 씨가 10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동상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대책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최 씨는 간질성폐렴으로 지난 2008년 3월, 아내를 잃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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