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은 기관 통합만이 아닌 교육과 돌봄의 통합이어야”
“유보통합은 기관 통합만이 아닌 교육과 돌봄의 통합이어야”
  • 기고=이원영
  • 승인 2022.02.2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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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마이크 특별기고] 5. 이원영 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올 3월 9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평등한 출발과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통합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 왜 유보통합은 필수적인 과제인지, 보육 분야와 교육 분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이원영 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이원영 
이원영 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명예교수 ⓒ이원영 

아이들을 기르며 직장에 나가야 하는 젊은이가 대세인 요즈음 엄마, 아빠들이 ‘영유아에게도 유보통합이 필요하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거의 많은 젊은 엄마, 아빠들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기를 어딘가에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돌봄과 교육이 조화를 이루는 기관을 요구하기 때문에 통합을 원하게 된 것이다. ‘영유아’라고 하면 요즈음 넓게는 만 0~6세 미만의 영유아들을 의미하고 좁게는 만 0~3세, 더 좁게는 갓 태어난 아기를 의미한다. 이들 모두에게 유보통합이 필요하다면서 교육자들은 물론 엄마들이 힘을 합해 20대 대통령 후보를 설득해 선거 공약에 포함 시켜달라고 요구해 반영되기도 했다. 

그런데 유보통합이 필요한 이유가 기관 중심이고 어른 중심인 것이 문제이다. 주인공이 되어야 할 만 0~6세 영유아들에게 도움이 되는 유보통합이 아니라 겉에 보이는 물리적 결과에 초점이 맞추어진 통합이어서 문제다. 과거의 유보통합이란 ‘유치원’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교육부와 ‘어린이집’의 행정을 관장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업무를 통합해 어느 한 부처로 합하는 것이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물리적 통합이었기 때문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이 두 기관 이외에 여성부까지 끼어들어 가정 중심의 유보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부처 간의 통합문제가 세 부처 간의 통합문제로 확대되어 시끄러운 사회적 문제가 됐었지만 이 상황에서도 영유아들이 유보통합으로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유보통합의 역사는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주정일 교수(1927.3.27.-2014.12.3.)께서 보건사회부 부녀아동 국장을 2년간 역임하실 때 돌봄만을 하던 ‘탁아소’에 교육 기능을 부여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명칭을 ‘어린이집(1969 공고)’으로 바꾸시고 영유아에게 알맞은 교육을 하려고 애쓰셨다. 그러나 선생님의 의도와 달리 문교부(현 교육부)는 ‘초등학교 교육도 제대로 할 수 없는데 탁아소 애들에게 무슨 교육?’이라는 태도로 어린이집에 교육 기능을 부여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보았고, 보건사회부는 관할 업무를 문교부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경제 여건이 어려운 부모들이 아이를 탁아소에 보내기 때문에 보건사회부가 복지 차원에서 탁아행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탁아는 정부 부처의 재정확보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 보건사회부는 탁아소 업무가 타 부처로 옮겨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썼었다. 과거의 유보통합 논의는 내면적으로는 부처 간 예산확보 싸움이었다. 

1990년부터 유치원의 만 3세는 4·5세 유아들과 마찬가지로 교육부 산하의 행정, 예산 국가 수준 교육과정, 교사자격증 소지자에 의한 교육, 교육부의 규정에 맞는 교육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에서 관할하는 어린이집들은 교육부 산하의 유치원들과는 다른 조건을 가질 수밖에 없어서 양적 질적 수준의 차이가 있었다. 가장 큰 차이는 교사자질의 차이였고, 놀잇감 및 환경의 양적 질적 차도 컸다. 엄마, 아빠들도 교육비·보육비 액수, 집 가까운 곳 여부, 운영 시간 등 부모에게 도움이 되는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에 관심을 두게 했다. 아이들에게 전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에 대한 의견은 없었다. 엄마, 아빠들도 이른 아침 아이를 어딘가에 맡기고 출근해야 하는 것과 재정적 여건에 초점을 맞추어 유보통합 정책을 평가하기 때문에 ‘영유아학교체제구축’, ‘0-6세 영유아에게 무상교육 실시’ 등 정치적 지지율을 올리는 정책이 주류를 이룬다. 선거철마다 신문에 도배되는 유보통합 논의가 영유아와 상관없이 추진돼 온 이유이다. 

◇ “유보통합 방향…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수행돼야”  

이원영 명예교수는 "유보통합은 기관 통합만이 아니라 교육과 돌봄의 통합이어야 하고, 유보통합의 방향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비뉴스
이원영 명예교수는 "유보통합은 기관 통합만이 아니라 교육과 돌봄의 통합이어야 하고, 유보통합의 방향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비뉴스

앞으로의 유보통합은 정부 부처 간의 행정 업무의 통합은 물론, 영유아 자신의 내적 잠재능력(신성)이 자기 방식대로 피어나는 유아 중심의 교육과 사려 깊은 어른들의 돌봄이 통합되는 것이어야 한다. 아이들을 세심하게 관찰해 아이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열매를 맺도록 돕는 어른이 안내하는 유보통합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아이들(유)과 아이들을 돕는 이들(보)의 통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여 년 전 만 0~6세 영유아를 흡수하는 존재로 보았던 프리드리히 프뢰벨은 아기가 잉태되는 순간부터 아기의 뇌에 신성(神性)이 있어 어린 아기들(태아까지 포함)은 스스로 피어나고 표현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뇌에 들어 있는 신성이 소리로, 움직임으로, 옹알이로 나온다. 내면의 신성이 피어나오는 것으로 시작하다가 바깥세상에 있는 사물에 관심을 갖고 이를 자신의 세계로 끌어들이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안에서 밖으로 표현해내는 것과 밖에서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의 통합이다. 
 
자기 방식대로 피어나오게 하고 밖의 것을 내면으로 들어가게 하는 과정의 통합이 먼저 온 다음에야 축적된 추상적인 지식을 가르치면 된다고 했다. 만 6세까지는 표현해야 할 때이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만 7~12세는 지식에 관심을 갖는 시기이다. 만 0~6세에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자기방식대로 표현하다가 초등학교에 가서 지식을 배우기 시작하면 자신감 있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만 7~12세는 바깥세상에 축적된 지식을 배우고 싶은 시기이다. 급한 마음에, 다른 집 아이보다 지식을 더 빨리 많이 알게 하려고 조기에 선행지식교육을 하는데 발달에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씨 뿌릴 때와 꽃 필 때가 다르듯이 만 0~6세는 주로 표현하고 발현하는 시기이고 만 7~12세는 지식에 관심을 보이는 시기여서 아동이 흥미를 느끼는 사물을 더 관찰해보게 하고 관련 지식을 연구해보게 해야 한다. 

영유아를 기르는 것은 꽃밭에 씨를 심으면 그 씨가 뿌리내릴 때까지 땅 위로는 아무 변화도 없지만 적당한 양의 물을 주고, 아기 뿌리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잡초를 뽑아내고, 뿌리가 스스로 뿌리내리고 줄기를 키우고 꽃을 피울 때까지 기다리는 것과 같다. 자신의 신성을 피워내며 자기 방식대로 성장해 인성의 기초를 다지도록 기다리고 관찰하고 돕는다. 유보통합은 교육과 돌봄의 통합이어야 한다. 기관의 통합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유보통합은 어떤 방향으로 언제 이루어지든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어른들이 유아기 아이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큰 노력 없이도 아이들이 제대로 자랄 수 있게 도울 수 있다.”(프뢰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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