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하소연 하기, 부모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입니다
아이에게 하소연 하기, 부모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입니다
  • 칼럼니스트 정효진
  • 승인 2022.04.1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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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부모의 하소연 듣고 자란 아이는 결국 부모화된다

하소연이란 억울한 일이나 잘못된 일, 딱한 사정을 늘어놓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로부터 공감 받고 싶은 마음에 하소연한다. 물론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하소연할 때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경우이다. 문제는 매번 같은 고민을 반복해 하소연하면 듣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한 번쯤은 위로해줄 수 있을지 몰라도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순간 더 이상 건강한 관계라고 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배우자나 주변 사람들에게 해야 할 하소연을 아이에게 거리낌 없이 습관적으로 할 때이다.

부모의 하소연은 다양한 형태를 나타낸다. 먼저 배우자나 배우자의 가족 등을 대상으로 할 때이다. 가령 ‘아빠가 주식으로 돈을 다 잃어서 빚이 생겼대, 어떡해’, ‘○○ 가족은 왜 그러는지 몰라’, ‘엄마 때문에 우리 가족이 이렇게 고생하잖아’ 등이 있다. 아이한테도 ‘안 그래도 힘든데 너까지 왜 그래’, ‘내가 이렇게 힘든 건 다 너 때문이야’, ‘너만 없었으면 이렇게 힘들게 살지 않았을 텐데’,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등의 하소연을 할 때가 있다. 그 이면에는 역경과 희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책임지고 아이를 돌봤다는 부모의 마음이 담겨있다. 즉 자신이 얼마나 희생했는지 그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하소연한다. 이 밖에도 일상에서 발생하는 여러 불만들을 ‘요즘 돈이 없어서 얼마나 힘든지 몰라’, ‘이번 달에 큰돈이 들어갈 일이 많은데’, ‘스트레스 때문에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 ‘이것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정말 속상해’라는 말로 하소연한다.

부모의 하소연을 듣고 자란 아이는 결국 부모화가 된다. 부모화(parentification)란 부모와 아이의 역할이 바뀌어서 아이가 오히려 부모를 위로하는 상태를 뜻한다. ⓒ베이비뉴스
부모의 하소연을 듣고 자란 아이는 결국 부모화가 된다. 부모화(parentification)란 부모와 아이의 역할이 바뀌어서 아이가 오히려 부모를 위로하는 상태를 뜻한다. ⓒ베이비뉴스

부모의 하소연을 듣고 자란 아이는 결국 부모화가 된다. 부모화(parentification)란 부모와 아이의 역할이 바뀌어서 아이가 오히려 부모를 위로하는 상태를 뜻한다. 부모는 취학 전 아이가 아직 상황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자신의 하소연이 아이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습관화된 하소연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아이는 먼 미래에 부모화된 아이(parental children)가 될 수 있다. 아이는 부모의 기분을 맞춰주는 정서적 위로자 역할을 담당하면서, 부모의 하소연을 늘 들어주다 보니 자신의 고민은 어리광처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응석 부리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마저 상당 부분 포기한 채 살아가기도 한다. 겉으로는 조숙해보지만,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진정으로 성숙했다고 보기 어렵다.

하소연은 현재 삶의 방식을 다시 점검하라는 신호이다. 하소연을 멈추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부정적 감정에 무작정 반응하기보다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상황을 제대로 살피기도 전에 아이에게 습관적으로 하소연을 하면 부정적 감정은 더 강해지고, 다시 푸념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잘못된 습관을 고치기가 힘들어진다. 그리고 문제는 자기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하소연을 하고 싶을 때는 아이가 아닌 친구 또는 지인에게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많은 부모들은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어 한다. 아이는 친구 같은 딸 또는 아들이길 바란다. 부모와 아이는 최고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친구에게 대하듯 아이에게 습관적으로 하소연하면 건강했던 부모와 자녀 관계도 변질될 수 있다.

부모와 아이는 친밀한 거리를 유지하되, 서로가 독립된 인격체로 교감해야 한다. 물론 부모의 힘든 상황을 설명해 주는 정도의 말은 일정 부분 필요하다. 그러나 부모와 아이 사이에 마땅히 존재해야 할 경계선이 허물어질 정도로 하소연을 하면 건강한 정서적 유대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각자의 개별성을 존중하면서 건강한 분리가 이뤄질 때 아이는 아이답게 성장하고, 부모는 부모답게 행동하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말하기 강의를 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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