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5월 5일 어린이날을 앞두고 아이의 얼굴을 마주했다. 시간이 훅 지나간 만큼 어느새 소년이 다 되어 있었다. 스스로 정수기에 컵을 갖다대 물을 담을 줄 알고, 엄마가 자는 동안에도 스스로 배변 처리를 하는 등 스스로 해내는 일이 많아질수록 괜히 몽글몽글했다.
한 사람을 키워낸다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어린이날도 그렇고, 어버이날도 그만큼 의미가 깊었다. 엄마를 챙기던 나를 챙기는 아이가 있기 때문일까. 더욱 더 어버이날을 마음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아이를 낳고 봐야 비로소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는 말도 있듯이. 우리 모두 성장하면서 깨닫는 게 있었다. 하지만 너무 늦게 깨닫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가정의 달이 되니 생각나는 성경말씀 하나가 있다. 잠언 17장 1절으로 “마른 떡 한 조각만 있고도 화목하는 것이 제육이 집에 가득하고도 다투는 것보다 나으니라” 이 말씀의 내용처럼 늘 함께 살아가는 것과 무엇이든 감사하는 것이 제일이라고 느꼈다.
가정 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화목’이다. 가족이 소중하고 또 가정이 하나 되는, 화목하게 되는 것이 소중하다.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놓치기 쉬운 아이와의 시간이 특히 그렇다. 워킹맘으로서 살아가다 보면 아이와의 시간이 짧다는 것도 요즘 들어 느끼고 있다. 코로나 시대가 길어지면서 집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게 되었지만 정작 아이의 마음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었을까 하는 반성도 하게 되었다.
나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대신 더 많이 아이의 얼굴을 마주 보고 아이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를 살펴보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엄마와 더 많이 소통하기 위해 ‘수어’도 제법 하기 시작했다.
‘맛있어~’, ‘주세요’, ‘가자~’, ‘기다려!’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수어가 점점 늘어날수록 앞으로도 나와 아이 사이에서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가 오갈지가 벌써 기대가 된다.
최근 내가 코로나 확진이 되었음에도 아이는 음성이라 다행이었고, 더욱 건강하게 잘 지내는 모습에 더 감사하게 되었다. 아이는 엄마의 장애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엄마와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엄마로서 무척 감사한 일이다. 가정의 달에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채워나가야 하겠다는 마음을 품어 본다.
*칼럼니스트 이샛별은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 운영,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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