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말싸움하는 순간, 부모의 권위는 사라집니다
아이와 말싸움하는 순간, 부모의 권위는 사라집니다
  • 칼럼니스트 정효진
  • 승인 2022.12.2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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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언제나 부모의 자리에 있어야"
부모가 아이와 말싸움을 하면 악순환만 반복될 뿐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베이비뉴스
부모가 아이와 말싸움을 하면 악순환만 반복될 뿐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베이비뉴스

말싸움은 말로 옳고 그름을 가리며 서로 싸우는 것을 말한다. 보통 건설적 논쟁보다 소모적 논쟁으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모와 아이의 말싸움은 부질없는 말다툼에 불과하다. 말싸움은 흔히 대등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만큼 부모가 아이와 말싸움을 하는 순간 부모의 권위도 사라진다. 부모는 아이의 성장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는데, 아이가 만 2~5세일 때는 권위를 형성하는 단계이다. 이 시기에 부모는 아이의 사회적 행동을 통제하거나 중재하기 위해 권위를 필수적으로 지녀야 한다. 하지만, 아이와 말싸움을 하면 부모의 권위는 아이와 대등한 수준으로 내려간다.

부모는 아이와 말싸움할 때 한없이 유치해진다. 아이가 ‘엄마 싫어’라고 하면 엄마는 ‘나도 너 싫어’라고 맞받아친다. 아이가 ‘다 아빠 때문이야. 아빠 미워. 저리 가’라고 남 탓을 하면 ‘아빠 탓하면 좋아? 네 잘못은 없어? 아빠 탓 좀 그만해’라며 핀잔을 줄 때도 있다. ‘엄마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지금 엄마한테 ‘아이 씨’라고 했어? 말버릇이 그게 뭐야?’라며 아이의 나쁜 행실을 지적하며 맞서 싸우기도 한다. 아이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때는 ‘계속 어지럽히면 아이스크림 안 줄 거야’라며 협박하기도 한다. 이는 훈육을 빙자한 말싸움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부모가 말싸움을 계속하면 아이는 일부러 말싸움을 유도하며 부모의 권위에 도전하기도 한다. 자신의 나쁜 기분을 해소하기 위해 부모의 기분을 나쁘게 하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모가 아이와 말싸움을 하면 악순환만 반복될 뿐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소모적인 말싸움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우선 아이의 말대꾸가 부모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오해하지 않는다. 아이는 어른과 같은 감정을 느끼지만, 표현방법은 아직 미숙하다. 따라서 아이의 언어적 표현을 무조건 예의와 교육적인 측면으로 대응하기보다 점점 다듬어 가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아이 스스로 불편한 감정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령 ‘우리 아들 오늘 화가 많이 났나 보네. 엄마는 그럼 도망가야겠다’라고 웃으며 방으로 들어간다. 비겁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아이 스스로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처리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 딸 오늘 기분이 영 아닌가 보네. 왜 그런지 과자 먹으면서 이야기해 볼까’라며 아이의 마음을 함께 공유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좋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아이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게. 엄마는 왜 맨날 잔소리할까. 이거 정말 어떻게 고치지?’라며 아이가 예측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접근하면 아이는 말대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싸움을 통해 나쁜 감정을 풀고 싶었지만, 그 목적을 달성할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에 결국 싸움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권위는 부모가 아이와 말로 싸워서 이겼을 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부모는 아이와 말싸움을 하는 순간 오히려 부모가 있어야 할 위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부모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아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힘을 상실하는 것과 같다. 부모는 그에 걸맞은 권위를 갖추기 위해 언제나 부모의 자리에 있어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말하기 강의를 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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