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만의 고유한 ‘탄생 신화’를 만들어주세요
아이만의 고유한 ‘탄생 신화’를 만들어주세요
  • 칼럼니스트 정효진
  • 승인 2023.06.12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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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내 아이만을 위한 특별한 탄생 신화
아이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탄생 신화를 아이에게 한번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베이비뉴스
아이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탄생 신화를 아이에게 한번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베이비뉴스

8살 때였다. 부모님께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라고 물었다. 부모님은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라고 했다. 나는 정말 그런 줄 알고 믿었다. 하지만, 장난으로 한 거짓말임을 알았을 때 서럽고 화가 나서 울음을 터뜨렸다. 부모님은 생명 탄생의 과정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난감했을 터이다. 어쩌면 그 대답이 불편한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농담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생명 탄생의 과정이 궁금해서 질문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어떻게 태어나서 이 집에 존재하는지 무척 궁금했을 뿐이다.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이곳에 내가 왜 있는지, 즉 내가 태어난 이유를 찾고 싶었다.

누구나 자아 개념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존재론적 질문을 한다. 만 3세는 자아개념이 싹트는 시기다. 그래서 아이는 이 시기에 자신을 지칭할 때 ‘나’라는 1인칭을 사용할 줄 안다. 초등학교 입학 전후에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느낌, 즉 자아상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고,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싶어 한다. 부모는 ‘설명해도 너는 잘 몰라’, ‘지금은 몰라도 돼’, ‘바쁘니까 나중에 이야기하자’라며 당황할 때가 있다. 이러한 대응은 적절하지 않다. 만약 아이가 성 관련 지식을 궁금해한다면 건강한 성 가치관을 확립하도록 올바른 성교육을 해야 한다. 그런데, 생명 탄생의 과정이 아니라 자신이 왜 이곳에 존재하는지 알고 싶을 때도 아이는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라고 표현한다. 다시 말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질문이 아니라 지극히 주관적이고 존재론적 질문일 때도 있다. 이때 부모는 아이의 역사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려주기 위해 아이만의 고유한 탄생 신화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신화(myth)란, 한 민족으로부터 전승돼 오는 신을 둘러싼 이야기다. 신화는 사실을 다루는 역사와 다르지만, 그렇다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할 수 없다. 신화는 하나의 역사 전승 방법이자 인간과 세계에 대한 지혜와 통찰이 담긴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기도 하다. 아이의 탄생 신화는 아이가 한 가족의 구성원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를 말해 주는 이야기를 의미한다. 이 신화는 소중한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부모의 바람에서 시작한다. 그것을 둘러싸고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아이만의 고유한 탄생 신화가 된다. 가령, ‘2018년 1월 16일 새벽 5시였어. 눈이 펑펑 내려서 세상이 온통 하얗던 날이야. 그때 너는 우리에게 찾아온 소중한 꼬마 천사였어. 엄마는 1년 동안 매일매일 기도했단다. ‘하늘에 있는 꼬마 천사가 우리 집으로 오게 해주세요’라고 말이지.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꼬마 천사가 하늘에서 놀다가 우리 곁에 찾아왔어’처럼 말이다. 이러한 탄생 신화는 아이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틀이 된다. 자신의 역사를 간직한 부모와 친밀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가족 간의 연대 의식을 구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만약 아이만의 고유한 탄생 신화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부모가 ‘너를 낳고 싶지 않았어’라고 한다면, 아이의 삶은 속절없이 무의미해진다. 아이는 자신과 삶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서 살아가야 할지 혼란스럽다. 탄생 신화를 만들어낼 환상적인 이야기가 아니어도 괜찮다. 그것이 사실이든 허구이든 중요하지 않다. 신화는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이야기면 충분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탄생 신화를 아이에게 한번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내 아이만의 특별한 탄생 신화는 아이가 앞으로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말하기 강의를 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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