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올해엔 임신 마세요"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도 학부모 갑질 피해자
"선생님, 올해엔 임신 마세요"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도 학부모 갑질 피해자
  • 전아름 기자
  • 승인 2023.08.11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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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교사협회 "정부 교권보호 논의에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도 포함해야"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재원생 학부모님이 제게 결혼했냐고 물어보더니 임신은 올해 하지 말라고 하네요."

#"학부모에게 임신했다고 말하니 방학 중에 제왕절개 하라고 권하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쓰지 말라고 합니다."

#"'선생님이 벌 준다'는 아이 말을 듣고 아이 아버지가 야구방망이 들고 찾아와 폭언과 폭행을 했어요. 경찰이 세 달 분량 CCTV 확인했으나 무혐의를 받았어요."

이른바 '학부모 갑질'을 이유로 자살을 선택한 초등학교 교사 사건과 한 유명인의 특수학급 교사 고소고발 등 교권을 둘러싼 사건들이 연달아 보도되자, 추락한 교권에 날개를 달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오는 8월까지 '교권보호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생활지도 가이드라인과 악성민원 대응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상태.

이러한 가운데, 영유아교사협회는 이와 같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현실을 전하며, "악성민원에 시달리는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들의 피해도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영유아교사협회는 "악성민원 문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도 일어나고 있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교권 회복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라며 "별도의 ‘영유아교육기관 민원취약개선사업’을 진행해 현재 초중고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대응책 마련에 영유아교사들을 포함해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유아교사협회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영유아교사들의 제보 483건과 3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11일 '교사들이 받는 악성민원 피해 사례'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들은 학부모들에게 '무리한 요구'(119건, 41.2%), '폭언 및 협박'(117건, 24.2%), 경찰신고'(62건, 12.8%) 등의 민원에 시달리고 있었다. 민원과 CCTV 관련도 각각 20건과 76건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교권회복' 방침에 초,중,고등교사뿐만 아니라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들도 포함돼야 한다고 영유아교사협회가 주장했다. ⓒ베이비뉴스
정부의 '교권회복' 방침에 초,중,고등교사뿐만 아니라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들도 포함돼야 한다고 영유아교사협회가 주장했다. ⓒ베이비뉴스

◇ 무리한 요구, '아니면 말고'식의 학대 혐의... 영유아교사 보호할 법 없다  

이들이 말한 '무리한 요구'란 무엇일까? 실제 사례를 들어보자면, 교사 A씨는 학부모에게 결혼 여부를 질문받고, 임신은 올해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또다른 교사 B씨는 임신 중 학부모에게 '(출산을 하려면)방학 중 제왕절개 하라'는 말과 더불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쓰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자신은 해외여행에 가야 하니 우리집에 와서 아이 좀 하루 봐달라는 부탁을 들은 교사도 있었다. 

교사에게 폭언과 욕설을 퍼붓고, 야구방망이를 들고 교실에 침입한 학부모의 사례도 있었다. 이 일을 당한 교사는 어린이집을 그만뒀지만, 아이는 졸업할 때까지 재원했다. 교사가 부모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신학기 담임 교체와 반 교체를 요구하고,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민원을 넣는 일도 빈번했으며, 아이 말만 듣고 무조건 CCTV 열람을 요청하는 부모들도 있고, 심지어 '그냥 원 생활이 궁금하니 보여달라'고 요청하는 부모들도 있다는 게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영유아교사협회는 "민원을 넣은 학부모들은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상위기관에 추가 민원을 넣거나 악의적 소문을 내거나, 반복해서 민원을 내는 방식으로 교사와 원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원하는 대로 해결됐다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점점 더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영유아교사를 힘들게 하는 건 아동학대 신고 후 ‘아니면 말고’라고 생각으로 사과조차 하지 않는 부모, CCTV와 경찰 수사 결과로 도출된 혐의없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반복적이고 악의적인 민원제기로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고, 퇴사를 하거나 해고를 당하게 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환경에서도 영유아교사는 보호받을 기관이나 관련법이 없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영유아교사협회는 이와 같은 문제 해결 방안으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전화 연결 시 보호안내멘트 의무화 ▲교사 인권보호법 마련 ▲교사 개인번호 유출 금지 및 업무시간 외 연락 금지 등의 교육환경 개선 전반을 요구하고, ▲아동의 보호와 관리를 위해 원에서 발달검사 및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아이 학부모에게 검사를 먼저 권하는 공식 절차와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악성민원에 대한 법 제정 ▲아동학대 허위 신고 시 처벌 ▲아동학대 무고죄 강화 등의 법적 조치 및 정책 개선을 제안함과 동시에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를 대하는 사회적 인식에 전반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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