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낳고 첫째가 너무 보기 싫어요
둘째 낳고 첫째가 너무 보기 싫어요
  • 칼럼니스트 정옥예
  • 승인 2013.03.09 10:3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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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애 부족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둘째를 낳기 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

 

‘무조건 첫째 편을 들어줘라.’ ‘둘이 같이 울면 첫째를 먼저 안아줘라.’

 

엄마가 동생을 안고 있는 것을 처음 본 첫째의 충격은 남편이 첩을 데리고 와서 소개하는 것과 똑같은 정도의 충격이라고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나 또한 ‘첫째에게 잘해줘야지’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처음 둘째를 낳았을 때도 남들은 둘째가 더 귀엽고 예쁘다는데 난 무조건 첫째가 더 예쁘고 정이 갔다. 둘째는 왠지 내 자식 같은 생각도 안 들고 예쁘지도 않았다.

하지만 산후조리를 마치고 집에 온 후 둘째와 함께 밤새 부대끼고 생활하고, 또 백일이 지나면서 나를 보며 까르르 웃는 모습을 보면서 첫째 때는 처음 겪는 육아의 부담감에 느끼지 못했던 여유까지 생기며 둘째가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목도 못 가누던 아이가 박박 기어 나에게 다가오고 그 귀여운 손가락으로 내 손가락을 잡고 젖을 먹고 끄윽 트림을 하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안 예쁜 모습이 없었다. 심지어 둘째는 우는 모습도 귀여웠다.

 

‘아, 이래서 내리사랑이라고 하는구나.’

 

그에 반해 첫째는 점점 천덕꾸러기가 돼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마냥 동생을 예뻐하던 호야는 점점 동생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호야가 동생을 예뻐한다고 하는 행동에 동생은 기겁하고 울기 시작했다. 가끔 손가락을 깨물어 이 자국이 선명히 나기도 했고 너무 꼭 껴안아 축복이는 자지러지게 울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있는 축복이를 안고 뒤로 벌렁 넘어져서 축복이 머리는 바닥에 꽈당 하기도 하고.

 

그걸 보고 차분하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마음은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고함이 먼저 나가고 어떨 때는 손이 먼저 첫째의 엉덩이로 날아가기도 했다.

 

그럴수록 첫째는 말을 안 들었고 흔히 말하는 멘붕 상태가 되는 날이 허다했다.

 

미운 네 살에 동생까지 봤으니 사실 만 36개월도 안된 호야도 아기인데 둘째에 비하면 말귀를 알아들으니 점점 더 많은 것을 첫째에게 바라게 되고 첫째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자꾸 첫째를 혼내게 됐다.

 

둘째가 우는 데 첫째를 혼냈더니 함께 울어버려서 나를 멘붕 상태에 빠뜨렸다. ⓒ정옥예
둘째가 우는 데 첫째를 혼냈더니 함께 울어버려서 나를 멘붕 상태에 빠뜨렸다. ⓒ정옥예

 

둘째를 낳고나서 남편은 첫째 담당, 나는 둘째 담당이 되었다. 모든 것을 호야는 남편이, 축복이는 내가 맡아서 했다. 목욕도, 밥 먹이는 것도, 데리고 자는 것도.

 

그러다 보니 호야는 내가 축복이를 안고 있는 것을 보면 무덤덤한데 남편이 축복이를 안고 있으면 금세 상처받은 표정을 보였다. 그럴 때면 더 예쁜 짓을 하려고 하고 관심 받으려고 애쓰는 것을 보며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매일 둘째만 안고 있던 나는 가끔 아기띠로 첫째를 안아주기도 하고 밖에 나가서도 첫째 손을 잡고 걸어보기도 했다. 잠시 둘째를 남편에게 맡기고 온전히 첫째와 놀아주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마음에 안정을 찾는 첫째.

 

엄마 품이 그리우면서도 엄마가 미웠을 첫째. 지금도 마음과는 다르게 첫째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혼도 더 많이 내지만 안 그러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남녀 사이에 권태기가 오면 숨 쉬는 것도 꼴 보기 싫다고 한다. 나는 첫째에게 그랬다.

 

하나에서 열까지 얼마나 맘에 안 드는 것투성이인 지. 아침에 일어나서 첫째를 보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기까지 했다. 주변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게시판을 보니 나 같은 엄마가 한둘이 아니었다. 큰애를 혼내고 잠든 모습을 보며 ‘안 그래야지’ 하다가도 또 똑같은 패턴의 생활들. 심지어 어느 엄마는 큰애를 보면 내다 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한참 말 안 듣고 자기주장 강해지는 시기에 동생을 보다 보니 동생이 없어도 미운 네 살이라고 하는데 동생까지 생기니 엄마는 얼마나 힘이 들까? 엄마의 입장에서는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첫째가 말도 잘 듣고 동생을 잘 돌봐주고 함께 놀아주고 했으면 좋겠는데. 첫째는 동생을 울리기 일쑤인데다 동생 돌보는 것만도 지친 엄마에게 말 안 듣는 큰애는 윽박지르게 만드는 행동만 한다.

 

혼나서 울며 잠든 큰애를 보며 생각했다. 둘째가 없었다면 나는 첫째에게 이렇게 까지 화를 냈을까? 첫째가 동생을 낳아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엄마가 너를 위해서 동생을 낳고 이렇게 힘든데, 너는 왜 이렇게 엄마를 힘들게 하니?’라는 생각이 마음 저편에 깔려 있어서 아이에게 보상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지금 제일 힘든 사람은 첫째일 텐데.

 

혼자였다면 사랑만 듬뿍 받고 애교쟁이가 돼 예쁜 짓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동생이 생겨 혼자 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잘 해야 하는 일들도 많아지고 사고 싶은 것도 다 못사는 억울한 일들을 첫째가 바랬던 바는 아니었을 것이다. 나중에 크면 형제가 얼마나 소중한지 자매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겠지만 분명한 건 지금 첫째는 그것들을 고마워하고 감사해야할 나이가 아니라는 것. 첫째도 아기라는 것.

 

밉기만 한 첫째 얼굴을 잠시만 바라보자. 얼마나 예쁜 아이인지, 나에게 얼마나 사랑받고 싶어 하는 아이인지, 그리고 조용히 안고서 귓속말을 해본다.

 

“oo야. 엄마는 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하지만 동생이 너무 아가라서 동생을 더 돌봐줘야 해서 우리 oo 많이 못 안아주고. 화도 많이 내서 엄마가 항상 미안하게 생각해. 우리 함께 동생 돌보고, 얼른 동생 커서 함께 같이 재미있게 놀자. 엄마가 oo 제일 많이 사랑하는 건 비밀이야!!!”

 

자기 동생이라고 울면 달래주고 밖에 나가서 누가 동생 울리면 가서 혼도 내주는 기특한 첫째. ⓒ정옥예
자기 동생이라고 울면 달래주고 밖에 나가서 누가 동생 울리면 가서 혼도 내주는 기특한 첫째. ⓒ정옥예

 

*호야&축복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sl81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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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2013-03-11 19:39:00

둘째를 안고있는 엄마를 보는 첫째아이의 충

s**** 2013-03-11 19:10:00

둘째를 낳으면 그렇게 되는군요,

동감이 되네요.

조카가 와서 울 아들꺼 뺏으면 동생이 머라고 해서 조카가 우는데

그때 울

j**** 2013-03-10 16:12:00

전 아직 둘째가 없어서 그런지, 많이 공감은 안가는데,
나중에 둘째 생겨서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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