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떨어진다' '당 충전'이란 헛소리
'당 떨어진다' '당 충전'이란 헛소리
  • 칼럼니스트 김나희
  • 승인 2023.09.2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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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정보 거기 서!] "당뇨 환자가 아닌 이상은 당이 떨어지거나 당을 충전할 필요가 없다"
최근 유행을 타고 있는 디저트 탕후루. ⓒ베이비뉴스
최근 유행을 타고 있는 디저트 탕후루. ⓒ베이비뉴스

"당 떨어지니까 이거 하나 드세요"라는 말을 하며 사탕이나 과자 같은 것을 건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심지어 보건의료인들도 별 생각 없이 이 표현을 쓴다. '출출하다'는 표현을 '당 떨어진다'가 대체한 듯 하다.

하지만 당이 떨어지는 일은 당뇨 환자가 저혈당에 빠질 때, 또는 극심한 다이어트(+운동) 말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심지어 당뇨 환자가 당 떨어진다고 자각할 때조차 사실 정상혈당이나 고혈당일 수도 있다. 우리 몸은 정상혈당이나 고혈당일 때도 저혈당인 것처럼 아우성치며 가짜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당뇨환자라면 정말 허기지고 눈앞이 핑 돌 때 혈당을 재봐야 한다. 저혈당일 때에 한해 급히 혈당을 올리는 주스나 사탕을 먹는 것은 당 충전이다.

하지만 당뇨가 없는 사람이라면 혈당이 정상치 아래로 떨어지는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당 충전을 할 필요도 없다. 출출할 때 설탕 든 것을 먹는 것은 내 몸에 독을 넣는 것이다. 독이란 표현이 절대 과장이 아니다. 저혈당도 아닌데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단순당을 먹으면, 우리 몸은 혈당을 다시 내리기 위해 인슐린을 급속히 분비하게 된다. 이런 혈당 롤러코스터는 항상성에 악영향을 끼친다. 기분 변덕이 심해지고 스트레스에 취약해진다. 그런데 설탕에 중독된 상태면 스트레스에서 다시 설탕을 찾게 되며, 이렇게 설탕에 절여진 뇌는 또 스트레스에 취약한 악순환을 낳는다.

어린이들이 단맛에 중독되는 상황은 더 위험하다. 어릴 때 입맛이 평생 가기 때문에, 슴슴한 맛, 채소의 고유한 풍미, 쌉쌀한 맛, 저마다 색다른 식감 등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요소를 느끼는 식습관을 키우지 못하고, 더 심한 단맛에 빠져들게 될 수 있다. (서구의 디저트 중에 한 입만 먹어도 설탕 폭탄에 폭격을 받은 것처럼 너무 달아서 혀와 머리가 얼얼한 것들이 있다. 디저트의 당도가 높아지다가 그 지경까지 가게 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그렇게까지 되지 않도록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혈당이 치솟는 상황이 반복되면 치매,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암 등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게다가 단 것을 먹으면 충치는 당연히 늘어난다. 치아의 염증으로 생긴 독소가 전신을 타고 돌기 때문에, 이중으로 전신질환을 악화시킨다. 치매가 두려우면 설탕을 끊자. 

'가짜저혈당'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물을 마시며 5분 정도 기다려본다. 대부분의 허기는 5분이면 그냥 지나간다. 굳이 먹을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또한 갈증을 허기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단 물을 마시고 기다려 보는 것이 좋다.

당뇨가 없는 사람이라면, 가장 좋은 것은 적당한 허기를 느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권한다. 건강 장수의 제1원칙은 하루 중에 허기를 느끼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허기를 느껴야 장수/활력 유전자가 활성화되고, 우리 몸은 그만큼 건강해진다. 

그래도 정 배고프면 견과류 몇 알, 콩 뻥튀기, 토마토, 당근 등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본다.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음식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국 수십만 개의 디저트 가게가 갑자기 사라진다 해도, 국민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국민건강이 즉시 좋아질 것이다. '당 떨어진다' '당 충전' 같은 말을 유행시키는 부류는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건강, 특히 어린이의 건강에 위해한 말을 무책임하게 퍼뜨린 것이다.

입에 단 음식은 평생 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순식간에 흡수되어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액체로 된 단 음료는 특히 멀리해야 한다. 혼자서는 힘들다. 친구들과 디저트를 끊기로 같이 약속을 해보고, 오늘부터 실천해보자.  

*칼럼니스트 김나희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한의사(한방내과 전문의)이며 국제모유수유상담가이다. 진료와 육아에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 둘 다 필요하다고 믿는다. 궁금한 건 절대 못 참고 직접 자료를 뒤지는 성격으로, 잘못된 육아정보를 조목조목 짚어보려고 한다. 자연출산을 통해 낳은 아기를 42개월까지 모유수유했으며,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교육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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