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지연아동 치료비만 월 200만 원... 보험사 돌연 보험금 지급 거부"
"발달지연아동 치료비만 월 200만 원... 보험사 돌연 보험금 지급 거부"
  • 전아름 기자
  • 승인 2023.10.1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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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 보험금 지급 거부 통보한 현대해상'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도마 위에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현대해상이 지난 5월 발달지연아동의 실손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한 것에 대해 해당 아동들의 부모 200여 명이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를 구성하고 대응에 나섰다. 특히 이 단체에 속해 활동하고 있는 부모 송수림 씨는 지난 12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정부의 대안 마련을 호소했다. 이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11월 시위도 예고한 상황이다. 

송수림 씨는 이날 "현대해상이 알림톡으로 발달지연 아동이 민간자격증 치료사에게 치료를 받았을 때 치료실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며 "기존에는 기본 보험청구 서류만 내면 받을 수 있었으나, 통보 이후에는 부모가 치료소 자격증 번호가 적힌 서류를 제출해도 민간자격증이라면 지급하지 않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송 씨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들 치료를 중단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인 가정도 있지만, 부모들은 둘째 출산 포기, 대출, 투잡, 전세금 등을 빼서 아이들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 씨는 "발달 골든타임은 0~7세다. 이 시기 치료가 정말 중요하다. 발달지연을 알게 되는 만 2~3세부터 치료 가능한 기간은 고작 4~5년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는 아동의 발달가능성을 보고 만 19세까지 정확한 진단을 보류하나 한국에선 기준조차 없다. 보험사는 1년 전후로 치료 종료를 강요하고 있다. 복지부에서 발달지연아동 나이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세워 아이들이 치료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 현대해상이 발달지연 아동 부모에게 보내온 청천벽력 메시지

현대해상이 알림톡으로 보내온 메시지.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
현대해상이 알림톡으로 보내온 메시지.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

실제 지난 5월 18일 현대해상은 발달지연 실손보상금을 청구한 보험가입자와 해당 병의원 426곳에 '무자격자 의료행위를 의료(보조)행위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알림톡을 보냈다. 알림톡에는 '민간치료사는 놀이치료사, 미술치료사 등 민간단체와 학회에서 인증하는 치료사로 의료행위 자격이 없다'라며 '그러나 일부 발달센터는 의사의 직접 관여없이 민간치료사들이 치료를 전담하면서 실손보험금 청구를 위해 진료비 서류를 불법으로 발급하고 있다. 심사 과정에서 보험금청구가 거절될 경우 그 피해가 고객님에게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쓰여있었다. 발달지연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에겐 청천벽력같은 메시지였다.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에 따르면 발달지연 아동은 장기간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치료를 잘 받으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한 발달지연 아동의 부모 A씨는 "발달지연 아동이 받는 치료는 언어, 감각통합, 인지,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이 있다. 이 치료들은 동시에 받아야 좋아진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바우처가 있지만 수많은 치료 중 단 한 개에만 적용이 되며, 1개 뿐인 바우처도 1~2년을 기다려도 선정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역복지 예산은 정해져있는데 매년 발달지연 아동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신규신청하는 아이들 위주로 선정한다. 선정된 아동들도 1년 쓰고 그 이후엔 선정되지 않는 현실", "기준 중위소득140% 이하, 많이 받아도 월 16만 원"이라고 전한다. 

발달적기에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발달장애로 이어지지 않으니 부모들은 바우처 사용을 기다리기 보단 사비와 사재를 털어 치료에 매진한다. 발달지연 아동 한 명당 드는 치료비는 적게는 100만 원, 많게는 400만 원, 월 평균 200만 원 선이다. A씨는 "발달지연 아동들은 장애도 아니고, 어려서 활동보조 인력 서비스를 받을 수 없고, 무조건 부모가 손잡고 센터에 다녀야한다. 아이 치료비를 대려면 맞벌이가 불가피한데 아이는 부모없이 치료를 받으러 다닐 수 없다"고 말한다. 다행히 아이 앞으로 들어놓은 어린이보험에서 발달지연 치료에 대한 보험금이 나와 마음을 많이 놓았다. 실손보험으로 80% 정도 보장받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에 따르면 발달지연 아동에 대한 보험금 보장은 20년째 이어져 온 것이고, 가입 시 약관에도 그렇게 적혀있었고, 현재에도 약관은 바뀐 것이 없는데 현대해상이 지난 5월 갑자기 '민간자격증' 치료사가 문제라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

현대해상 측은 지난 6월 26일 연대가 질의한 민원에 대한 답변에 "민간자격소지자 치료비는 실손의료보험 약관상 보험금 지급책임이 없다"며 "민간자격소지자는 의료인의 지시하 의료행위를 한 경우라도 무면허 의료행위 내지 비 의료행위에 해당하며, 약관상 보험금 지급책임이 없다"고 회신했다. 

부모들은 "아동의 치료받을 권리와 인권, 미래가 걸린 중요한 사안임에도 현대해상은 정부관계부처의 지도와 감독이 필요한 공식적 약관변경은 피한 채 임의로 그들만의 적용 기준을 만들어 정부부처와 보험가입자와 협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중단했다"라며 "높은 업계점유율을 무기로 계약자와 피보험자인 아동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실제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출생아 수는 24만 9000명인데 이중 65.3%에 달하는 16만 2770명의 신생아가 현대해상 어린이보험에 가입했다. 

◇ 최혜영 의원 "국가가 공적 지원체계 제대로 만들지 않아서 발생한 일"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 소속 송수림 씨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참석해 현대해상이 알림톡으로 발달지연 아동이 민간자격증 치료사에게 치료를 받았을 때 치료실손보험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온 것에 대해 비판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국회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 소속 송수림 씨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참석해 현대해상이 알림톡으로 발달지연 아동이 민간자격증 치료사에게 치료를 받았을 때 치료실손보험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온 것에 대해 비판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국회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 사태가 비단 특정 보험사와 보험계약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최혜영 의원은 지난 12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현재 해당 보험사는 발달지연 아동 부모들에게 상급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라. 그래야 보험금 주겠다. 민간자격증이 아니라 국가자격증이 있는 사람한테 치료를 받으라고 보험금 지급을 중단했다. 그러나 보험사가 말하는 상급종합병원의 발달치료 대기는 평균 200일이 넘는다. 전북대병원에서는 무려 936일을 기다린 사례도 있다. 또 발달지연아동은 주 3~4회는 치료를 받으러 센터에 가야한다. 실질적으로 아동 집 근처가 아니면 다니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 의원은 "언어재활사, 직업치료사는 현재 4만 5000명인데 발달지연아동은 13만명이다. 민간자격증자가 치료를 못하면 감당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장관에게 대안 마련을 주문했다. 실제 최혜영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국감 자료에 의하면 2018년부터 2023년 7월까지 발달지연 진단을 받은 아동은 61만 2249명. 이중 '달리 분류되지 않은 언어장애(상병코드 R47)'는 15만 4104명, '기대되는 정상 생리학적 발달의 결여(상병코드 R62)'는 45만 8145명이었으며, 코로나 이후 그 수가 유의미하게 증폭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언어재활사, 직업치료사는 현재 4만 5000명인데 발달지연아동은 13만 명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최혜영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발달지연아동 현황 국감 자료. ⓒ최혜영의원실
언어재활사, 직업치료사는 현재 4만 5000명인데 발달지연아동은 13만 명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최혜영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발달지연아동 현황 국감 자료. ⓒ최혜영의원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매우 안타깝다. 실손보험 약관을 한 번 보겠다. 보고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관 내 의료행위와 관련이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면 별도 정부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최혜영 의원은 "부모와 보험사 간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고, 이에 대해 조규홍 장관은 동의했다. 

최혜영 의원은 18일 베이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부모님들과 보험회사 간의 일이 아니라 국가가 공적 지원체계를 제대로 만들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라며, “이것이 우리나라의 발달장애아동 복지체계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발달지연 아동에 대한 정부 지원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발달장애인거점병원·행동발달증진센터 등과 같은 공적 체계를 확충하고, 발달지연아동 치료 국가자격화·발달지연아동 의료비 지원 확대 등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아동놀이치료심리상담협의회, 한국아동놀이치료심리상담교수협의회, 한국음악치료학회, 전국음악치료사협회 등은 각각의 성명을 내고 "현대해상의 실비지급 대상에 대한 결정은 놀이치료에 대한 전문성을 심각하게 폄하하는 것", "실비 미지급 결정한 건에 대한 강력한 규탄", "발달지연 치료가 개입돼야 하는 시기에 양질의 수준이 담보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 등의 입장을 표명했다.

현대해상 외 DB손해보험과 삼성화재도 마찬가지로 민간자격자 발달치료 실비 부지급을 통보하긴 했으나, 철회하는 분위기라고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 측은 전했다. 아울러 지난 2020년 부산에서도 해당 사안과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으나 당시 부산고등법원은 "구체적으로 의료행위를 보조하고 있었고, 진료기록부에 필수적 기록사항이 모두 포함돼 있는 점 등을 봤을 때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발달치료를 필수의료영역으로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 회원들.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
"발달치료를 필수의료영역으로 보장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 회원들. ⓒ발달지연아동 권리보호 가족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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