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도 여행을 떠나게 되면 얼마든지 감동할 준비가 되어 있는 과도한 호기심으로 무장한 어린아이가 되어버리지요. 여행 전에 들었던 모든 걱정들은 여행의 시작과 함께 어느샌가 사라져버리기도 하고요.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마음의 빗장이 열리는 시간들을 경험하는 순간 ‘떠나온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가?’ 생각하게 됩니다.
작은 것에서 풍만한 행복을 느끼는 말랑말랑해진 나의 모습이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지지만 ‘내가 그래도 감정적으로 메마르진 않았구나’를 확인하게 되지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여행을 다시 꿈꿀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바쁜 날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여행에서 얻어 간 생생한 삶의 순간들은 ‘새로운 삶을 향한 눈부신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지’하는 의지를 다지게 합니다. 단 며칠뿐인 여행의 순간들은 우리의 마음과 일상을 마법처럼 바꾸어버리기에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 여행을 기대하며 또 하루를 버티어 내지요.
‘어디로 여행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말과 정보는 과할 정도로 넘쳐나지만, ‘왜 여행을 떠나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여행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들이 ‘어디에’에 초점을 두고 있어서 여행지를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는 듯하고요. SNS를 비롯한 여행과 관련한 정보들을 찾아보면 아름다운 도시나 역사 문화적 명소, 해시태그가 많은 랜드마크들을 소개하느라 분주하고요.
그런데 여행의 '이유'와 '가치'를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이해가 깊으면 깊을수록 여행의 경험이 나의 일상과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의 이유와 의미는 매우 추상적이어서 하나로 정의 내리기 어렵지만 허락될 때마다 여러분들과 함께 생각을 공유해보려고 하는데요. 여행을 통해 육체와 마음의 '눈'이 모두 열리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요.
불확실성이 대부분인 여행은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떠날 때에만 비로소 나타나는 몰랐던 나 자신과 조우하게 됩니다. 그걸 통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아왔던 일상의 틀을 벗어나 우리 자신의 진로를 계획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는데요.
목적지를 선택하거나 계획대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속 머무를 것인지 떠날 것인지 예측대로 되지 않는 순간마다 크고 작은 결정을 하는 모든 것들이 여행자의 손에 달려 있지요.
이를 통해 스스로에 대한 인생의 장악력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나는 진정으로 나의 운명을 책임질 수 있는 인간으로 살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저 그렇게 특별할 것도 부족할 것도 없는 삶을 살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들지요. 여행을 통해 나의 ‘외면’과 ‘내면’을 깊이 탐험하면서 일상에서는 하지 못했을 '변화'를 꿈꾸며 행복한 '변신'을 그릴 수 있기에 우리는 그토록 여행을 떠나려 하는 것은 아닐까요?
‘마음의 빗장이 열리는 여행의 시간들’ 우리가 여행을 떠나야 할 이유로 충분하겠지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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