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싶다는 애 깨워서... 어린이집 특별활동 왜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자고 싶다는 애 깨워서... 어린이집 특별활동 왜 이렇게까지 해야할까"
  • 전아름 기자
  • 승인 2023.11.2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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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특별활동 실태조사] ② '순서' '양보' '규칙' 영아 발달단계에 맞지 않는 과도한 요구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현행법상 만 24개월 이상의 아동들은 어린이집에서 이른바 '특별활동'과 '특성화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보통 체육, 미술, 음악, 댄스부터 영어, 수리, 과학, 교구활동 등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으레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특별활동'이 아동의 발달단계와 맞지 않게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고, 조기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만 0세부터 만 2세까지의 영아 사교육 및 조기교육 실태를 파악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영아의 발달권을 보장하는 정책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아이들이행복한세상 연구진과 함께 영아 부모와 영아 담당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심층 인터뷰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는 5월 3일부터 31일까지 어린이집에서 근무 중인 영아 보육교사 417명과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아의 부모 935명 총 1352명이 참가했다. 베이비뉴스는 이번 조사를 통해 확인한 가정 내 사교육 실태, 어린이집 영아반의 특별활동 및 특성화 프로그램 실태를 3회에 걸쳐 기획연재하며 현황을 알려내고 정책적 대안까지 제시하고자 한다.

① 영아 특별활동 및 특성화프로그램 실태
② 영아 특별활동 및 특성화프로그램의 문제
③ 정책 대안 제시 

영아기는 어린이집 특별활동같은 대집단활동을 할 시기가 아니라는 것, 이때의 과도한 규칙 준수가 발달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베이비뉴스
영아기는 어린이집 특별활동같은 대집단활동을 할 시기가 아니라는 것, 이때의 과도한 규칙 준수가 발달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베이비뉴스

어린이집 특별활동은 다양하다. 그리고 재밌어보이고, 아이들도 퍽 즐거워하는 것 같다. '가정보육 시 할 수 없는 걸 어린이집 가서 한다'는 양육자의 만족감도 높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런 프로그램엔 아동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설문조사에서 '신학기 특별활동 시 영아의 적응 여부와 집중, 참여규칙 준수 여부'에 대해 교사들에게 물었다. 

'3-4월 중 특별활동 강사를 낯설어하거나 두려워하는 영아가 있는지'를 교사에게 물었을 때, 교사의 73.9%는 있다라고 응답했다. 이 중에서 낯설음과 두려움을 보이는 영아가 한반에 20% 이상이라는 응답이 12.2%, 20% 미만이 61.7%였고, 없다는 응답은 26.1%였다.

만 1세의 경우에는 20% 이상이라는 응답이 25.0%였고, 만2세의 경우 20% 이상이라는 응답이 7.5%였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학기 적응기간 동안 낯선 특별활동 강사에 의해 진행되는 수업으로 인해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영아가 적지 않다는 것, 또 연령이 어릴수록 적응기간 중 낯선 사람에 대한 낯설음과 두려움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만 1세 같은 경우에는 학기 초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많이 울거나 참여를 안 하려고 한다고.. 체육같은 경우는 남자 선생님이 들어오니까 1세 같은 경우에는 더 안 하려고 운다고 1세 선생님들이 이야기 하더라구요. 일주일 적응기간 끝나고 3월 10일부터 특별활동이 시작되었는데, 3월 달 같은 경우는 솔직히 너무 어수선하다 보니까... 만2세는 재원생들이니까 그래도 괜찮은데 1세 같은 경우에는 재원보다는 아무래도 신입들이 더 많다 보니까...저는 좀 기다렸다가 하는 게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교사③)

'특별활동 진행 시 대집단의 규칙있는 활동을 수행하는데 영아의 집중과 규칙이 준수되지 않는다'는 질문에는 9.9%가 동의했다. 이뤄지는 편이라는 응답은 73%, 매우 잘 이뤄진다는 응답은 17.1%였다. 수치로만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어린이집 특별활동같은 대집단활동이 영아의 발달에 적합해서가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영아가 순응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김유미 숙명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유아교육전공 교수는 "영아 시기 발달은 개인의 방향과 속도에 차이가 있다. 하지만 특별활동 교사는 개별 영아의 발달을 모른 채 만2세반이라는 피상적 정보만 바탕으로 주1~2회 만난다. 몇달간 같이 봤다고 하더라도 영아는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르고, 특별활동 교사가 이런 정보를 고려하기란 쉽지 않다. 담임교사와 이런 정보를 주고받기에도 벅찬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표준보육과정에서 영아반은 대집단활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집단활동이 영아에게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별활동은 특별활동 교사 1인이 진행하므로 대집단활동이 될 수밖에 없다. 특별활동은 월간 연간 계획이 미리 구성되고 고정된 것으로 영아의 흥미나 관심보다는 개발된 프로그램이 우선인 방식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영아기는 대집단 활동에서 요구되는 주의집중 시간이 짧아 집단활동이 어렵다. 영아가 선택한 활동이 아닌 성인에 의해 주어진 활동을 본인의 참여 의사와 무관하게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경험이 많거나 활동 과정에서 과도하게 요구되는 순서 지키기, 활동 방법의 준수 등 영아의 발달에 맞지 않는 규칙 준수 등은 영아의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부정적 경험이 장시간 과도하게 누적될 경우 양육자에 대한 불안정한 애착을 보이거나 신뢰감이 잘 형성되지 않고, 자율적이고 주도적으로 일상과 놀이에 참여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어린이집 특별활동에 참여하는 영아들은 '차례차례'와 '순서지키기'를 배운다.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필요한 훈육과정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사회적 규칙을 습득하기 위해 필요한 기다림이 아닌, 운영 편의상 영아에게 강요되는 시간"이라고 선을 긋는다.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는 "특별활동은 여러 아이들을 모아서 한 명의 외부 강사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이들은 자기 차례가 될 때까지 순서를 지키고, 기다리고, 양보도 해야 한다. 하지만 3세 이상은 돼야 협업도 재밌고, 또래에 양보도 하고, 기다림도 배우며 함께 협동할 준비를 하는데 24개월 미만 영아는 발달단계상 아직은 자기중심적 사고가 앞서는 시기라 순서를 지키고 양보를 하는 등의 규칙을 수용하기 어렵다. 이 시기는 안정적인 애착관계에 있는 교사와와 상호작용을 통해 세상에 대한 신뢰와 자율적 선택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특별활동에서는 이런 환경을 담보받기 어렵다. 발달단계 상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을 요구 받으니 아이들은 잘 수행해서 칭찬받는 경험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될 가능성도 높다. 영유아에게 긍정적 환경은 그들의 발달단계에 적절한 요구를 받고 이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을 해낼 때 받는 칭찬과 격려와 같은 인정인데 특별활동은 이러한 상황을 충족하기 어렵다“ 라고 설명했다.

김유미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영아는 교사의 의도와 동일하게 세상을 만나지 않는다. 오늘 활동이 공을 굴리는 것이라고 해도, 공을 본 영아는 공을 굴리는 용도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생각한 방식을 실험하고 감각하는 게 영아기 배움인데 특별활동에선 교사가 준비한 의도와 다른 공의 활용법은 허용되기 어렵다. 준비한 걸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교사의 인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부모에게 공지한 프로그램을 했다는 결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건 영아 발달에 맞지 않는 '규칙 준수'의 모습이고, 영아의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경험과 배치되며 영아에게 불안, 좌절, 무기력, 성인에 대한 불신 등의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특별활동·특성화프로그램 하느라 영아 수면권-놀이권 침해받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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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영아 10명 중 5명 이상이 특성화프로그램을 스스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담임교사와 직접 수행하는 특성화프로그램은 어떨까? 조사 결과, 특성화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교사 지원없이 스스로 수행하는 아동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53.8%는 교사 지원 없이는 스스로 수행하지 못했다. 전혀 못한다는 비율도 9.5%에 달했다. 

“저는 특성화 같은 경우는 이제 만 1세보다는 만 2세가 제일 적당한 것 같고요. 그 다음에 특별활동은 만 2세부터 해도.. 학습보다 놀이로 이어지는 거면 만 2세부터 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영아들이라서 만 2세보다 만 1세가 소근육 발달도 조금 덜 됐고 그러다 보니까 교사가 개입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스티커를.. 교재 같은 거는 아무래도 만 2세가 되면 흥미도 높아지고 소근육 발달이 되면서 스티커도 뜯고 가위도 오리고 그런 과정이 되기 때문에...”(교사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특성화 프로그램은 외부업체가 다 만들어놓은 프로그램이나 교재 교구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영유아중심∙놀이중심의 표준보육과정과는 거리가 있다. 또 특별활동은 오후 시간에 진행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으나 특성화 프로그램은 그러한 규정이 없어 오전이나 오후 자유놀이 시간에 자유놀이와 병행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정해진 교재, 정해진 분량을 소화하려니 자유놀이와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영아의 발달과 영유아중심∙놀이중심 표준교육과정의 운영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무분별하게 특성화 프로그램이 확대되지 않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특별활동과 특성화 프로그램이 있는 날엔 일과 자체가 바쁘고 빠듯하게 돌아가 영아들의 수면권, 놀이권이 침해되는 것도 문제다. 낮잠을 줄여서 프로그램을 하고, 자유놀이시간에 자유놀이가 아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양상이다. 실제 조사 결과 교사들은 특별활동과 특성화프로그램 가짓수가 증가할 수록 일과가 바빠진다고 응답했다. 특별활동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실내자유놀이 충분도는 낮아졌다. 표에 따르면 특별활동이 1가지일 때 실내자유놀이 충분도는 100점 만점에 96.9로 나타났으나, 4가지일 때 실내자유놀이 충분도는 68로 떨어진다. 

특별활동 가짓수와 실내자유놀이 상관관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특별활동 가짓수와 실내자유놀이 상관관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특별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해요. 점심도 빨리 먹어야 하고 서둘러서 준비를 해야 해요. 시간에 많이 쫒겨서... 제가 그냥 옆에서 봤을 때는 영아에게도 굳이 저걸 해가면서 사진 찍느라고 선생님은 힘들고 애들은 밥도 많이 먹어야 되고 먹는 것을 계속하고 싶지만 다음 타임이 있기 때문에 먹는 애 또 데리고 와야하고...” (교사⑥) 

“3시 반부터 4시까지 특별활동을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저희 아이 같은 경우는 낮잠을 굉장히 잘 자는 아인데... 낮잠이 단축된다고 하더라고요. 특별활동이 시작되면 원래 3시까지 낮잠 시간인데 2시 반 2시 40분 이렇게 낮잠을 좀 더 일찍 깨워서 일어나자마자 간식을 먹이고 간식을 먹고 바로 특별활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좀 염려스러웠어요. 특별활동을 하기 위해서 아이는 잠을 적게 자야 되고 오후 간식을 좀 성급하게 먹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③)

학부모와 교사들은 영아에게 어떤 어린이집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을까. 조사 결과 교사 90.9%와 부모 75.7%가 '충분한 놀이공간과 시간이 있어 자유놀이가 활발한 집'이 영아에게 바람직한 어린이집이라고 응답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어린이집에서는 영아 대상 특별활동 프로그램이 성행하는 걸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키워드는 '부모의 요구'와 '노동환경'에 있다. 다음 기사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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