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은 글을 어떻게 쓸까요?
작가들은 글을 어떻게 쓸까요?
  • 칼럼니스트 김재원
  • 승인 2024.01.10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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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 100. ‘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 애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덧 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가 100번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100번째 글을 쓰기까지 성원해 주신 모든 독자들께 먼저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여러분들이 아시다시피 이 공간을 통해 제주살이, 일상, 자녀교육, 여행 등과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다 보니 제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작가님은 글을 어떻게 쓰시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오늘은 100번째 칼럼을 기념하며 글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다짐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작가들에게도 글쓰기는 여전히 풀기 힘든 큰 숙제이다. ⓒ김재원
작가들에게도 글쓰기는 여전히 풀기 힘든 큰 숙제이다. ⓒ김재원

작가는 과연 글을 어떻게 쓸까요? 여러분 무척 궁금하시죠. 사실 저도 다른 작가님들은 글을 어떻게 쓰는지 참 궁금합니다. 왠지 다른 작가님들은 깨끗하고 정갈한 멋스러운 책상에 앉아 잠시 사색을 하고 나면 글감이 머릿속에 촤악 떠올라 물 흐르듯이 초고를 완성하고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초고를 살펴본 다음 수정할 부분만 점검하고 나면 완성된 한편의 글이 나올 것만 같은데요. 

그런데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말 그대로 온갖 난리 블루스를 춥니다. 

글은 안 쓰고 책만 읽거나 
글은 안 쓰고 졸기나 하고
글은 안 쓰고 괜히 정리만 하고
글은 안 쓰고 갑자기 운동을 하거나
글은 안 쓰고 전화를 하거나  
글은 안 쓰고 누워만 있습니다. 

잘하면서 재수 없게 괜히 ‘앓는 소리’를 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글 한편 쓰려면 정말 난리 블루스를 춥니다. 그러다가 제 자신에게 '너 정말 계속 이럴래?'라고 심하게 다그친 뒤 써야 할 글의 ‘구성’을 그려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떤 흐름의 글을 쓸지가 그려지지 않을수록 빈둥거리는 시간은 길어지는 것 같아요. 특히나 정기 칼럼의 경우에는 전혀 다른 모양과 재질의 글감을 이리저리 온갖 술수를 부려가며 하나의 결과물로 탈바꿈해야 하기에 더욱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희한한 것은요. 그런 난리 블루스와 빈둥거림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어느샌가 글의 구성이 그려지고 한편의 글이 완성됩니다. 매번 쓰고 있지만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가 참 신기할 뿐입니다. 아마도 그런 시간들을 흘려보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스스로를 자극하는 창의적인 시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는데요. 
 
그리고 어쩔때는 써놓은 글들을 스리슬쩍 읽어보면 ‘오오오 이걸 내가 썼다니. 꽤나 잘썼군’ 하는 생각과 함께 자족할 때도 있습니다. 정기 칼럼을 쓰는 것도 저에게는 단행본을 내는 것 이상으로 공을 들이는 일입니다. (여러분들이 보시기에는 어떨는지 몰라도요. 쿨럭) 

저는 이렇게 일상을 살아가면서 글감을 우선 찾고, 난리 블루스와 빈둥거림의 단계를 거쳐 글감의 구성을 하고요. 그다음 조금씩 조금씩 뼈대에 살을 붙여가며 글을 써갑니다. 특히나 ‘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는 다양한 세대가 보고 있기에 전체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글에서부터 특정 연령층을 위한 글까지 제 나름대로는 고려하여 글을 올리고 있는데요. 여러분들께 ‘정말 최선을 다해 진지하게 칼럼을 쓰고 있어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언젠가 한번 이런 글을 남긴 적이 있는데요. 

‘쑥쑥 흘기면서 글을 읽더라도 그중에 한 단어 한 문장이라도 와닿는 구석이 있는 글을 쓰겠습니다’ 

제 마음은 여전합니다. 여러분들이 제 글을 정독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쑥쑥 눈으로 속독하듯이 읽으셔도 마음속에 뭔가 스치고 지나가는 그런 글들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다음 칼럼 준비를 위해 계속 난리 블루스를 부려보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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