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도 외벌이도 부자아이도 차별없이 '초등돌봄' 보장하라"
"맞벌이도 외벌이도 부자아이도 차별없이 '초등돌봄' 보장하라"
  • 전아름 기자
  • 승인 2024.01.24 15: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하는엄마들, 24일 '당사자가 바라는 '늘봄학교' 발표 기자회견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들어가기도 힘든 돌봄교실이지만 돌봄교실의 질과 양은 지역마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는데다. 급식도 프로그램도, 다르고, 제가 본 돌봄교실은 책상이 대부분인 공간에 1, 2학년이 섞여 같은 지내는 곳... 아이에겐 지루한 공간, 양육자에겐 미안한 공간이 될 여지가 충분해 보였습니다. 공교육에서 이렇게 나몰라라 한 사이 사교육인 태권도와 피아노학원에서 수업과 돌봄을 살뜰히 챙겨 주었겠지요. "-권영은 활동가, 예비초1 학부모

"새 학년 신학기가 되면 양육자들은 마음이 바빠집니다. 하교 시간에 맞춰 엄마 아빠가 귀가할 때까지 아이들을 학원으로 돌릴 스케줄을 짜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예비 1학년의 경우는 아직까지 혼자서 등하교할 수 없기 때문에, 하교 후 학원 버스로 픽업이 가능한 태권도학원, 태권도가 끝나면 그 옆에 있는 미술학원, 또 그 옆에 있는 피아노학원에 요일별, 시간별로 시간표를 짜야 해서 아주 골치가 아픕니다. 하교 후 돌봄이 필요한 모든 저학년을 한 학원에 같은 시간대에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원이 차지 않은 시간대로, 아이가 혼자 다니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매일 동선을 잘 짜야 합니다. 이것도 그나마 아이가 건강할 때 이야기입니다. 휴식이나 간호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등하교를 도와주거나 돌봐줄 어른이 없어서 힘든 몸 그대로 학원 뺑뺑이를 다녀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아이가 아프면 바로 달려와 줄 수 있는 직장인은 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배수민 활동가, 초등학생 학부모 

"돌봄 추첨이 대학입시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더군요. 설마 그게 우리 가정에 닥칠 일이라는 건 생각 못했더랬죠. 더이상 쓸 육아휴직은 없고, 1시에 끝나는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습니다. 결국 양육자 중 한 명이 퇴사를 합니다. 그 대상이 여성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고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맞벌이는 못 한다더니 그게 현실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오은선 활동가, 예비학부모

"아이는 돌봄교실이 싫다하고. 양육자는 보낼 수 밖에 없는 현실이고, 학교는 깜깜이고. 정규수업과정이후 아이가 어디 머물고 있는지. 돌봄교실에는 잘 갔는지 알 수 없고. 돌봄교실은 왜 아이가 머물고 싶어하는 공간이 되어주지 못하는지. 그래도 많은 양육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는 배부른 소리라 이만 마치려 합니다. 그래도 저는 운이 좋아서, 정말 운이 좋아서.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냈으니까요. 양육자에게 노동의 생사가 달린 일을 언제까지 운에 맡겨야 합니까." -박민아 활동가, 초등학생 학부모

"정부의 정책은 안정성을 가져야 합니다. 일하며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양육자인 국민이 돌봄교실에 뽑힐지 안 될지에 마음 졸이며 불안하게 살아가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며 이러한 상황에 대한 무게감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최서연 활동가, 예비학부모 

운에 맡기고, 학원에 맡겨야 하는 초등돌봄..이젠 바뀌어야 한다는 기자회견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렸다. ⓒ정치하는엄마들
운에 맡기고, 학원에 맡겨야 하는 초등돌봄..이젠 바뀌어야 한다는 기자회견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렸다. ⓒ정치하는엄마들

초등학교 입학 시즌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돌봄교실'에 떨어졌다는 탄식, 원하는 시간대의 '방과 후 활동' 등록에 실패했다는 절망감이 섞인 소리다. 아이가 어릴 때는 어떻게든 어린이집에 맡겨놓고 꾸역꾸역 일을 이어온 양육자들도 '초1맘'에 진입하고선 무릎을 꿇고 만다. 도무지, 학원 말고는 방법도 대안도 없기 때문이다.

돌봄교실에 '합격'한 가정도 한 숨 돌렸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학교 돌봄교실 자체가 아이가 편안하게 머물 수 없고 활동 자체도 지루한 탓에 '돌봄교실에 가야한다'는 부모와 '가지 않겠다'는 아이의 싸움이 일년 내내 이어진다. 아동의 돌봄권을 '뽑기'에 맡겨야 하는 대한민국의 척박한 현실을 타개하고자 정부는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초등학교에서 돌봄을 책임진다는 '늘봄학교'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24일 오전 11시 용산 대통령실 맞은편에서 정치하는엄마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초등 돌봄공백 현실과 아동 돌봄권과 양육자의 노동권이 침해받는 현실을 증언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동과 양육자가 바라는 '함께늘봄''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우선 맞벌이도, 외벌이도 차별없이 돌봄을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편적 복지로서의 늘봄학교 실현을 위해 초등돌봄교실의 이용자격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돌봄교실 이용 우선순위는 한부모가정, 저소득층, 맞벌이가정인데 이 지원 자격을 없애고 '다함께돌봄센터'와 마찬가지로 돌봄교실의 이용 대상을 전 학년으로 확대하자는 것. 

아울러 초등돌봄교실 경쟁률 등 학교돌봄 수요와 공급 현황에 대한 정보를 전면 공개하고, 탈락자 없이 수요에 따른 돌봄서비스 제공이 이뤄져야 함도 강조했다. 아울러 아침 7시부터 9시까지의 아침돌봄, 저녁 5시부터 8시까지의 저녁돌봄을 현실화해 아침돌봄 시에는 학교 도서관 개방 등 조기 등교 학생을 위한 열린공간을 마련하고, 저녁돌봄에는 석간식 제공 및 학생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아동 발달과 장애 유무를 고려해 활동에 적합한 공간, 밝기, 안전을 고려한 설치 기준과 여건을 마려하고 바닥 난방, 좌식 탁자, 침구류, 친환경적 교재와 교구 구비 등 아동이 놀 권리와 쉴 권리도 함께 보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돌봄교실 한 곳당 돌봄전담사 두 명을 배치해 아동의 안전과 돌봄전담사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학교급식법에 따라 양질의 급식을 제공하며 갈등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학교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또한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늘봄학교의 운영을 학교의 법률적 의무로 규정할 것 등도 촉구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맞벌이·외벌이 등 차별 없이 누구나 이용하는 늘봄학교 △탈락자 없이 희망 학생 누구나 수용하는 늘봄학교 △놀 권리와 쉴 권리를 보장하는 안락하고 쾌적한 늘봄학교 △‘1 돌봄교실 2 전담사’ 제도로 안전한 늘봄학교 △학교급식법에 따른 양질의 급·간식, 방학 중에도 급식을 제공하는 늘봄학교 등 “함께늘봄”이 나아갈 방향을 교육부에 제안한다"라며 "정부는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을 책임지겠다는 늘봄학교 정책이 장시간 노동국가, 과로사회 대한민국이 쥐어짜 낸 고육지책에 불과함을 자성해야 한다. 돌봄공백·돌봄지옥 문제의 근원적 해법은 노동시간 단축이다. 아동이 하루 13시간 이상 학교·학원·기관을 전전하지 않도록,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돌봄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19일부터 패들렛 익명 게시판 '초등돌봄, 우리가 원하는 늘봄학교'을 개설해 대한민국 학부모가 처한 초등돌봄의 현실과 바라는 점을 모으고 있다.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예비-초등학생 학부모들의 돌봄 관련 글. ⓒ정치하는엄마들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예비-초등학생 학부모들의 돌봄 관련 글. ⓒ정치하는엄마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