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사업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는 ‘손주 돌보미’ 사업과 관련해 한국여성민우회가 성명서를 발표해 “손주 돌보미 사업은 국가보육제도의 부실함을 할머니에게 떠넘기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0일 성명서를 통해 “돌봄을 여성의 역할로 한정 짓는 효과를 낳게 될 이 제도를 여성가족부에서 검토 중이라는 것은 현재 여성가족부의 한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라며 여성가족부는 손주 돌보미 사업 추진을 중단하고 성 평등한 관점과 구조적인 통찰력을 갖춘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여성민우회는 “손주 돌보미 사업은 할머니가 손주를 돌보고 있는 맞벌이 가정이 많은 상황에서 국가가 이를 지원하겠다는 점에서는 당장 반가운 정책일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할머니가 손주를 돌보는 맞벌이 가정이 많은 이유나 심지어 할머니가 없으면 맞벌이는 불가능한 일로 여겨지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손주 돌보미 사업은 보육제도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황당한 정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민우회는 ‘손주 돌보미 제도’를 시행한다는 것은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그대로 둔 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성이 일하기를 원할 때 양육을 부모 세대에 의존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민우회는 “우선 한국 기업들이 대부분 아이를 키우면서는 도저히 일할 수 없는 노동환경을 갖고 있고, 여기에 남편과의 공동 양육은 문화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쉽지 않다”며 “민간 어린이집은 신뢰할 수 없고 국공립 어린이집은 그 수가 적어 대기기간만 몇 년인 상태에서 결국 찾는 해결책이 할머니가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민우회는 “보육제도는 보육을 엄마의 일에서 공동체의 일로, 가족의 책임에서 국가의 책임으로 바꿔나가기 위한 제도여야 한다”며 “손주 돌보미 사업은 보육을 엄마의 일에서 할머니의 일로 바꾸며 국가보육제도의 부실함을 가족의 몫으로 떠넘기는, 그야말로 보육제도가 지향해야할 정책 목표에 역행하는 보육 제도”라고 비판했다.
한편 ‘손주 돌보미 사업’은 여성가족부에서 시행 중인 아이돌보미 사업과 연계해 할머니가 아이돌보미 교육을 받고 손주를 돌볼 경우 국가에서 손주 돌보미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