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초기부터 논란 휩싸인 양육수당
시행 초기부터 논란 휩싸인 양육수당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3.03.28 19:07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급방식 바우처화 추진에 엄마들 반발 첫 급여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자 불안

정부는 이달부터 만 0~5세 자녀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키우는 경우 양육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양육수당은 12개월 미만 20만 원, 12개월~24개월 15만 원, 24개월 이상~만 5세 10만 원 등 연령별로 차등 지원된다. 지난 25일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양육수당이 통장으로 첫 지급됐다. 종전까지 저소득층 일부에게만 지급되던 양육수당이 보편화되면서 부모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가 현재 현금으로 지급하는 양육수당이 사교육비 등 양육 이외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판단 하에 현금이 아닌 바우처(voucher·이용권)를 통한 지급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양육수당 급여가 제대로 입금되지 않은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더욱 부모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양육수당을 현금이 아니라 바우처로 지급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전해지면서 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베이비뉴스가 지난 2월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개최한 제41회 맘스클래스에서 참석한 임신부와 육아맘들의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양육수당을 현금이 아니라 바우처로 지급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전해지면서 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베이비뉴스가 지난 2월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개최한 제41회 맘스클래스에서 참석한 임신부와 육아맘들의 모습.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뒤늦게 양육수당 바우처화 추진

 

정부가 양육수당 바우처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처음 알려졌다. 진영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6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현금으로 제공되는 양육수당이 남용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양육수당 지급방식을 바우처 형태로 바꾸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짜고, 인수위원으로도 활동했던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이 양육수당 지급방식 변경 검토 계획을 또 다시 언급하면서 양육수당 바우처화 논란은 더욱 커지게 됐다.

 

김현숙 의원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제2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여성가족분야 국정과제 실천방안 토론회’에서 “양육수당을 처음 도입할 당시 현금 양육수당 지급방식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보완해 추후 지급방식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며 “인수위에서도 양육수당만 챙기고 아이를 집에서 방치하거나 양육수당을 남용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바우처나 다른 형태로 지급방식을 개선하는 방향에 대해 검토했다”고 밝혔다.

 

양육수당을 바우처 형태로 지급하는 쪽으로 바뀔 경우, 영어학원 등의 사교육비 용도의 사용은 금지되고 기저귀나 분유와 같은 육아 관련된 특정 물품만을 구입하거나 특정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는 등 양육수당 사용처에 제한이 생기게 될 전망이다.

 

◇ 양육수당 현금 유지 청원 진행 중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6살 아들을 둔 한 부모는 지난 21일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양육수당 현금지급을 유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jam*****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글쓴이는 “시골구석에는 신용카드 못 쓰는 곳도 수두룩한데 양육비 카드라니! 카드나 바우처로 하면 거기 소요되는 예산은 어디서 충당하고 그건 또 누구 주머니로 들어갈까?”라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이제 막 시작하는 정책도 조석변개(계획이나 결정 따위를 자주 바꾼다는 뜻)하는데 누가 믿겠는가”라며 “말도 안 되는 장난 그만하시고 양육수당 현금지급을 유지해줄 것을 청원한다”고 밝혔다. 이 청원은 양육수당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며 28일 기준 1만 2000명 정도가 서명한 상태다.

 

◇ 임신부들도 양육수당 바우처화 불만

 

앞으로 아기를 낳게 될 임산부들도 양육수당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탰다. 베이비뉴스가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연 제45회 맘스클래스에 참가한 임신부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5%가 “양육수당을 현금으로 받고 싶다”고 답했다.

 

상품권이든 카드이든 바우처 사용에 대해서는 장소와 금액 등 제약이 뒤따를 것이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김주연(30, 동작구) 씨는 “고운맘 카드를 써봤는데 바우처는 제약이 많다. 일일 한도액도 정해져 있고, 사용할 수 있는 매장도 제한돼 있다. 사용이 불편하다. 그냥 현금으로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미영(29, 서초구) 씨는 “불법으로 양육수당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게 현금이든, 바우처든 상관없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사용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극히 일부일 텐데 그 일부에 지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집에서 아기를 키우겠다는 많은 엄마를 불편하게 만들려는 정부가 이해가 안 된다. 정부가 엄마들을 못 믿는데 엄마들은 정부를 어떻게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책 도입 전 신중하게 제도를 설계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육아커뮤니티 맘스홀릭베이비 게시판에 닉네임 용출***은 “이제 양육수당에 실망한 엄마들이 다시 어린이집 보내는 일이 많아지면 직장인 엄마들이 (어린이집) 자리 없어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겠다”며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한 달 만에 바뀌고 또 이상하게 바뀔까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 양육수당 지급 약속마저 어겨

 

이처럼 양육수당 시행초기부터 지급방식 변경을 두고 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진 가운데 양육수당 지급이 약속된 지난 25일에는 일부 가정들에 양육비 지급이 되지 않아 또 다시 문제가 됐다. 지난 25일 오후부터 육아커뮤니티에는 예산이 없어 양육수당을 지급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양육수당 미지급에 관한 부모들의 불만 글이 쇄도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와 지자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 지방자치단체 보육지원담당 공무원은 “양육수당 신청만 하면 책정을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가구표를 만들어야 하고, 전산상의 여러 처리 과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미결된 경우는 계좌오류가 생기거나 또 부모님들이 양육수당을 신청했다가 보육료 신청으로 바꾸는 경우가 있어 신청하는 과정에서 조사표가 꼬이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그렇다”고 설명했다.

 

항간에 떠도는 예산부족 때문에 지급이 늦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아직 첫 번째 지급이기 때문에 예산 문제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만약을 대비해 내년 추경예산도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3월 분 양육수당을 신청했으나 자격책정 및 서비스 보장결정이 이뤄지지 않아 25일에 양육수당을 지원받지 못한 일부 가구에 대해서는 25일 이후 자격책정과 서비스 보장결정이 이뤄지면 3월말까지 추가적으로 지급되고, 그 이후에는 4월분 급여지급 시 3월분 급여가 소급해서 지원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3월말 기준 영유아 295만 8000명 중 어린이집 이용 아동은 136만 4000명으로 양육수당 지급전인 지난 1월 대비 11만 1000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gpwls**** 2013-03-29 11:32:00

다음달에 한꺼번에 받는다는 분도 계시

wo**** 2013-03-28 21:15:00

3월분이 소급도 되는군요~
주위에 못받으셨다고 흥분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