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낳을 병원이 없어지는 이유
아기 낳을 병원이 없어지는 이유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3.04.0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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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암 교수 "불가항력적사고, 의사 책임 부과한다면 분만 인프라 붕괴" 낮은 수가, 전공의 지원기피, 의료분쟁 증가 등도 문제

최근 우리나라 각지에서 분만장을 폐쇄하는 산부인과 병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분만을 담당할 수 있는 산부인가 의사의 수도 나날이 감소하는 추세다. 아기 낳을 병원이 근처에 없어 원거리 병원을 찾아 분만하는 '출산 난민'이 발생하는 등 분만 인프라는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

 

이처럼 분만 인프라가 붕괴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서울아산병원 김암 산부인과 교수는 문정림 국회의원이 지난달 28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한 '저출산 시대의 안전한 분만환경 조성 방안'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해 "저출산의 사회적 분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촉발된 산부인과의 어려움은 낮은 수가, 전공의 지원 기피, 의료분쟁 증가에 따른 분만 병원 폐업 증가 등으로 이어지며 분만 인프라의 붕괴를 가시화하고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암 교수는 "이제 10년 안에 아기를 받을 의사가 급감할 위기인데도 정부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 오히려 환자의 상태와는 무관하게 일률적 진료를 강요하는 포괄수가제를 강제 시행함은 물론,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원죄적 책임마저 강요하는 의료분쟁조정법 중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염려했다.

 

문정림 국회의원이 지난달 28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한 '저출산 시대의 안전한 분만환경 조성 방안' 토론회 모습. 서울아산병원 김암 산부인과 교수는
문정림 국회의원이 지난달 28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한 '저출산 시대의 안전한 분만환경 조성 방안' 토론회 모습. 서울아산병원 김암 산부인과 교수는 "현행대로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되면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금을 원죄적 의미로 분담하도록 한다면, 불에 기름을 붓듯 분만 인프라 붕괴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가영 기자 ky@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은 2005년 이후 9년 연속 미달 사태를 보이고 있다. 해마다 정원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9년간 필요 전공의의 확보율은 전국적으로 필요한 인원의 68.6%에 불과하다. 2012년 부족한 전공의를 모집하기 위해 실시된 전공의 후기 모집 결과도 총 66명 정원에 단 2명만이 지원해 후기 전공의 확보율이 3%에 그쳤다. 산부인과 전공의 실근무 인원도 2012년 101명으로 2003년(206명) 대비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이렇다 보니 전국적으로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수련병원의 수는 점차 늘어나, 2012년도에는 15개소(15%)에 달하는 수련병원에 전공의가 한 명도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전국 산부인과 수련병원의 3/4에서 전공의 확보율이 50%이하임이 밝혀졌으며 모든 정원을 다 채운 수련병원은 10개 기관(9%)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의 급감 등은 결국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을 감소시키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산부인과 전문의는 2012년 사상 최저인 90명을 기록했다. 이는 2001년 270명의 전문의가 배출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전문의 배출 숫자가 1/3로 급감한 것. 

 

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고유의 분만을 담당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2003년 1371개소에서 2008년 561개소로 급감했으며, 전국적으로 분만실이 없는 시, 군, 구가 늘어나 산모들이 대도시로 원정 출산을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서울 송파구의 경우 산부인과 진료과목을 내건 곳은 129곳이지만 대학병원 1곳을 제외하고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단 2곳이다.

 

김 교수는 "응급 분만이나 고위험 분만 등 의료의 접근성이 엄마와 아기의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경우에는 원정출산에 따른 분만지연이 의료 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서울 지역의 모성사망비는 10.8명이지만 강원 지역의 모성사망비는 34.6명이다. 강원도가 우리나라에서 분만취약지가 가장 많고 대학병원으로의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곳임을 감안할 때 산과적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능력과 신속한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모성사망비가 높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젊은 의사는 물론 분만을 받던 산부인과 의사들도 사회적 편견이나 의료 분쟁 발생에 대한 두려움 등을 이유로 분만을 접는 상황에서 현행대로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되면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금을 원죄적 의미로 분담하도록 한다면, 불에 기름을 붓듯 분만 인프라 붕괴는 가속화될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지고 나가야 할 새 생명의 탄생에 적신호가 울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적 과실이 아닌,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사고로 과실이 없는데도 분만을 받는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분만 담당 의사들을 죄인시하고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근본적으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제도의 도입은 법리적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환자에 대한 복지적 측면으로 사회보장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결정에 따라 도입된 제도"라며 "공공의료의 의미가 강한 분만 관련 진료를 국가적으로 인정해주고 법적으로 보호해준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위해서도 보상재원 마련 책임은 전적으로 국가가 부담함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김 교수는 이미 증가된 여성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 현장에서 안심하고 자신들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법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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