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도 밖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추워도 밖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 칼럼니스트 원혜진
  • 승인 2011.01.24 14:48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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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형제의 겨울나기 - 바깥놀이

[연재] 우리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추운 겨울이다. 집에만 들어오면 이쪽 베란다에서 저쪽 베란다까지 뛰어다니며 놀고, 의자를 넘어뜨려 자동차라고 끌고다니며, 트램펄린에 올라가 그냥 뛰는 걸로 모자라 의자와 책상 위까지 올라가 날아서 뛰는 우리 삼형제.

 

엄마 아빠는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 간식 먹으면서 책이나 읽으면 딱 좋겠는데, 요녀석들 등쌀에 아무래도 집에만 있을 수가 없다. 텔레비전도 없는 우리집. 주말이면 오전이나 오후에는 어떻게 영화 한 편 보여주면서 버티지만, 햇살 퍼지는 낮에는 아이들이 나가고 싶어 안달이 난다. 눈이 오면 꼭 밖에 나가서 눈을 만지며 구르며 놀아야하고, 어디 고드름이 달려있으면 꼭 따서 칼싸움 해야하고, 엄마 안 보는 사이 그 얼음을 입에도 살짝 대보는 아이들. 춥지도 않은가보다. (8살 된 큰 아들이 이제 막 아이스스케이트를 배우고 있는 중이라 마음은 항상 얼음판에 나가 있는 것 같다.)

 

덕분에 주말이면 아빠가, 주중에는 임신부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썰매장 나들이를 하고 있다. 얼음 위에서 놀다가 따뜻한 국물과 함께 어묵과 떡볶이를 사먹는다. 우리가 사는 동네는 경기도 외곽의 시골이라, 곳곳에 무료썰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에는 바로 단지 옆 공터에 새로 썰매장을 만들어 주민자치센터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나와서 운영을 하고 있다. 썰매도 있고, 짧지만 눈썰매도 탈 수 있고, 나무 팽이도 갖다놓았다. 큰아들은 동네 형들 하는 것을 보고 팽이치기를 한번 해보더니, 플라스틱 팽이보다 훨씬 어렵다며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도 첫째 둘째 둘다 썰매는 혼자서 곧잘 탄다. 힘들다 싶으면 엄마를 찾아와 썰매 좀 끌어달라고 하긴 하지만…….

 

2011년 1월. 우리 큰아들, 작년보다 썰매 타는 실력이 많이 늘었다. ⓒ원혜진
2011년 1월. 우리 큰아들, 작년보다 썰매 타는 실력이 많이 늘었다. ⓒ원혜진

 

밖에 나가 놀아도 절대 춥다 소리 안 하고, 오히려 목도리를 풀어헤치며 덥다고 하는 둘째 녀석이 그래도 지난 주말엔 춥긴 추웠는지 썰매장에서 먼저 집에 가잔 소리를 해서 깜짝 놀랐다. '그래 콧물이 절로 나지만,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지. 생각했던 것보단 참을만 하다' 하며 버티고 있던 엄마도, 춥다는 말이 반가워 얼른 아이들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따뜻한 물에 씻기고 고구마 굽고, 쿠키도 구워 먹고, 밖에서 놀다 들어오니 따뜻한 집이 참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자전거도 타고 싶다고 하는데, 곳곳이 빙판길이라 못 하게 하고 있다. 밖에 나가봐야 나와 노는 아이들도 없어서 아이들도 곧 포기하고 말았다. 대신 우리 아이들끼리 잠깐씩 놀기에는 연날리기도 재미지다. 성가시다며 장갑도 빼버린 채 손이 빨개져서는 열심히 연을 올려다보며 뛰어다닌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뛰어다니다보면 나무에 걸리기도 하고, 둘이서 부딪히기 일쑤. 저번에는 나무에 걸린 연 하나를 그대로 두고 들어왔다. 그래도 좋단다.

 

2011년 1월. 우리집 에너자이저 둘째, 참 열심히도 뛰어다닌다. ⓒ원혜진
2011년 1월. 우리집 에너자이저 둘째, 참 열심히도 뛰어다닌다. ⓒ원혜진

 

셋째는 아직 어려서 찬 바람 쐬면 바로 콧물을 흘리는데, 형님들 등쌀에 한번씩 중무장을 하고 함께 썰매장에 다닌다. 형님들을 보면 그래도 좀 크면 나아지겠지 싶은 것이, 확실히 아이들이 다섯살 이후로는 춥다고 콧물 흘리는 횟수가 좀 줄었다. 

 

춥다고 집에만 있는 것보단, 이렇게 밖에서 노는 것이 아이들에게 더 좋겠지. 작년보다 썰매타는 솜씨가 많이 는 것을 보면서 엄마도 웃는다. 만삭 임신부인 엄마가 좀 힘들다만 너희만 좋다면야, 힘들어도 좀 참아줄게. 이 추운 겨울을 맘껏 즐겨보자꾸나.

 

*칼럼니스트 원혜진은 아들 셋(04년, 06년, 08년생)을 키우며 넷째 딸(2011년 3월 출산 예정)을 임신한 주부이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학원, 도서관 등에서 논술 강사로 일해왔으며, 커가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 전업주부로 전향할 계획이다. 홈스쿨링과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며, 집안일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책 읽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철없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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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2011-04-20 09:47:00
면역력을 키워야 해요. ^^
아이들 춥다고 밖에 안나가고 그러면 오히려 안 좋은 것 같더라구요.
밖에 나가서 뛰어놀고, 콧물도 흘리고, 감기도 걸리고 그러면 점점 면역력이 좋아져서
감기 안 달고 다닌다고 하던데..
삼형제에서도 5살이후에

brose**** 2011-04-14 23:38:00
아이들은 추위도 무섭지 않죠
아무리 추워도 밖에서 뛰어노는것이 좋을때가 아이때겠죠..
추위도 도망갈 정도로 신나게 노

dnwls**** 2011-02-28 18:44:00
춥다고~
춥다고 집에서만 있기보다는 아이들 면역력 키워

qer**** 2011-02-18 14:57:00
아이들은~
뛰어놀아야 아이들이죠 ㅠㅠ
저도 어렷을때 많이 놀

5416**** 2011-02-14 22:50:00
마자요
춥다고 집에만있으면 안되요. 춥다고 집에만 있는버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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