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 먹는 아이 vs 먹이려는 엄마
잘 안 먹는 아이 vs 먹이려는 엄마
  • 칼럼니스트 정옥예
  • 승인 2013.04.11 09: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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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졸졸 따라다니며 먹인다고 더 먹지 않는다

[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첫째 때, 이유식 책을 몇 권 사서 정독했다. 그 책에는 이유식을 어떻게 만드는지 얼마만큼 먹여야 하는지 자세히 나와 있었다. 아기를 처음 키우는 나에게, 이유식에 대해 전혀 감조차 잡기 어려울 때 그 책들은 나에게 스승이었다.

 

하지만 이유식 한 번 만들기 위해서는 몇 시간이 걸렸고 책에 나와 있는 이유식 양의 반의 반도 안 먹었기에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도 받았었다. 책에서 필요하다는 온갖 조리도구와 이유식기를 구입했고, 책에 나와 있는 대로 똑같이 이유식을 만들었다.

 

둘째를 낳고 깨달았다. 이유식 책에 나와 있는 순서대로 하지 않아도 그 책에 나와 있는 온갖 조리도구를 사지 않아도 그만큼 먹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내가 요리할 때 계량컵, 계량스푼, 계량저울 등 온갖 조리기구가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내가 몸에 좋다는 식단 그대로 먹지 않는 것처럼, 하루에 정해진 칼로리를 딱 맞춰 섭취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 아기도 마찬가지였다. 안 먹고 싶을 때도 있고, 더 먹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엄마들은 조금이라도 안 먹으면 큰일 나는 것처럼 조바심이 난다.

 

잘 안먹어서 걱정이었던 첫째, 지금은 골고루 잘 먹는다고 어린이집에서 매일 칭찬 받는다. 정옥예
잘 안먹어서 걱정이었던 첫째, 지금은 골고루 잘 먹는다고 어린이집에서 매일 칭찬 받는다. 정옥예

 

첫째 때, 이유식 만들 때 꼭 필요하다던 이유식기들과 조리기구를 구입하고 사용했지만 지금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책에 이유식 후기에는 1회에 150~200씩 하루 3회를 먹어야 한다고 적혀 있었지만, 첫째 이유식 할 때 1회에 50이상 먹어본 적 없어도 잘 자랐다. 잘 먹지 않는 아이를 둔 엄마들은 알 것이다. 아이가 먹지 않으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200을 먹어야 한다고 써있는데 내 아이는 50도 먹지 않을 때 우리 아이가 영양실조가 걸릴 것 만 같고, 다른 아이들 보다 키도 작을 것 같고. 그 걱정들. 겪어 봤기에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하루 종일 밥 들고 아이들 쫒아 다니면서 먹인다고 아이들은 잘 먹지 않는다.

 

너무나도 안 먹었던 첫째. 이유식만 주면 입에 물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물고 있던 아이. 둘째는 되풀이하지 않으려 안 먹으면 치우고, 먹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이유식 시작한 생후6개월 한 달 동안 미음 한티스푼도 먹지 않았었다.) 먹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먹는 것을 강요할수록 아이는 더 잘 안 먹는 다는 것을 첫째 때 경험했기 때문에 둘째는 몇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먹이는 데도 잘 먹지 않으면 식사를 치워버린다. 그러다보면 어떤 날은 정말 신이 날 정도로 잘 먹고 어떤 날은 한 끼도 제대로 안 먹는 날도 있다.

 

하지만 첫째처럼 입에 물고 있는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하루 종일 밥 한 숟가락도 안 먹는 날이 있는가하면, 양만큼 많이 먹는 날도 있다. 고기를 싫어해서 고기를 주면 뱉어버린다. 부드러운 닭고기는 잘 먹을 때도 있다. 말 그대로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다. 책에는 하루에 정해진 양의 소고기를 먹지 않으면 철분 부족으로 큰일이 날 것처럼 적혀있지만 생각해보면 나 애기 때 소고기 먹여서 키웠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두 돌까지 간한 음식을 먹이지 말라고 되있는데 이를 지키는 엄마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 아이 잘 먹지 않는다고 스트레스 받지 말자. 남들보다 일찍 간했다고 자책하지 말자. 하루 종일 쫒아 다니면서 먹인다고 안 먹는 아이가 더 잘 먹지 않는다. 쿨하게 치우고 다음끼에는 조리법을 달리해주거나, 재료를 달리해주고, 그래도 안 먹으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먹여본다. 돌아다니며 먹는 것이 안 좋다는 것은 책에서 무수히 많이 읽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밥을 잘 먹는다면 그깟 돌아다니며 먹는 것이 대수인가? 사람들 많은 식당도 아니고 집에서 좀 돌아다니며 먹으면 좀 어떤가? (첫째 어릴 때 돌아다니며 먹었어도 지금은 제자리에 앉아서 잘 먹는다.)

 
많이 먹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자. 그것만 내려놓아도 엄마는 훨씬 편해질 것이고, 아이도 더 잘 먹게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호야&축복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sl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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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2344**** 2013-04-11 22:29:00

누가 꼭 그렇게 하지않으면 안되는것처럼 졸졸 쫒아 다니며 먹이게 되는 데 무조건 먹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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