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처음 육아를 시작하고 주변에 육아에 대해 조언을 해 줄 사람이 없어서 맨몸으로 부딪혔던 나만의 지안이 키우기 대작전. 처음부터 모유수유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던 터라 아무리 젖몸살이 오고(일주일에 한번정도 젖몸살이 왔다.), 유두가 헐어도 이를 악물고 모유수유를 했고 15개월인 지금까지 완모하고 있다.
조리원에서 분유 먹는 아기들은 3시간에 한 번씩 깨고 모유 먹는 아기들은 쉽게 배가 꺼져서 1~2시간에 한 번씩 깨서 새벽에도 잠을 못자고 계속 수유를 했다. 출산 후 초반에 모유가 안 나오고 아기가 찡얼댄다고 해도 분유를 먹이지 않고 열심히 젖을 물려야 젖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밤낮으로 젖을 물렸다. 모유성 황달이 와서 분유만 먹이라고 할 때도 새벽에만 분유를 먹이고 모유수유를 계속했다. 출산 후 일주일까지 10~20㎎밖에 모유가 나오지 않아 걱정하고 있자 산후조리원 원장님께서 보통 일주일 후부터 젖이 돌기 시작한다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해주셨다.(책에는 출산 후 3일부터 젖이 돈다고 해서 낙담하고 있던 터였다.)
외부에서 모유수유 전문 강사가 오셔서 모유수유에 대한 강의를 하고 산모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유두, 유륜 마사지법을 알려주었다. 나보다 며칠 앞서 입소한 엄마들은 젖이 흘러넘칠 정도로 쭉쭉 나왔고 나는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마사지를 받은 그날 저녁 갑자기 젖이 돌기 시작했다. 아무리 유축기로 짜도 20㎎을 넘지 못하던 모유가 갑자기 100미리 이상이 되었다. 산후조리원에서 가슴마사지를 아무리해도 젖량이 늘지 않았었는데, 유륜마사지를 한 그날 거짓말처럼 모유가 늘어났다. 매끼 미역국과 사골국을 한대접씩 마시고, 아기가 젖을 먹지 않을 때도 계속 유축을 하고, 그렇게 했던 내 노력이 그날 결실을 보았던 것이다. 유륜마사지를 하는 요령은 유륜을 깊은 곳에서 끄집어내듯이 꼬집어내고 유두부분을 두 손가락으로 비벼서 풀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젖량이 늘고 지안이의 수유시간은 조금 더 규칙적으로 변했다. 저녁에도 약 2시간마다 깨서 젖을 먹었다.
문제는 젖량이 너무 늘어난 것에 비해 지안이가 먹는 양은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적게 먹었던 것. 그러다보니 계속 젖은 불고 유축을 하루에 10번을 했다. 처음에는 그냥 버리기가 아까워서 유축한 것을 모유저장팩에 넣어서 냉동실에 보관을 했다. 백일 전까지는 잠이 모자라서 유축한 젖을 남편에게 먹이라고 하고 잠시 잠을 청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젖병으로 모유를 주면 20㎎ 정도밖에 먹지 않아서 저장한 모유는 40~50개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냉동을 해도 한 달 이상 되면 아기에게 좋을 것이 없기 때문에 어느 날 큰맘 먹고 모두 버리고 직접 수유만 하기 시작했다. 매일 유축하고 젖병, 유축기 소독하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직수만 하니 한결 편했다. 젖이 불어도 조금 참았더니 젖량도 서서히 줄어들었다. 줄어들었다고 해도 하루에 1~2번 정도는 유축을 했다. 휴대용유축기라서 여행을 갈 때도 꼭 가지고 다녔다. 젖몸살이 자주 오는 편이었던 나는 병원도 여러 번 갔다. 젖몸살로 열이 40도 가까이 오르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프고, 가슴 한쪽은 유선이 막혀서 돌덩이처럼 딱딱해졌다. 아무리 마사지를 하고 뜨거운 팩으로 찜질을 해도 막힌 젖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게시판을 찾고 한가지 방법을 알아냈다. 이건 안전한 방법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나의 경우는 효과를 많이 보았다. 젖몸살이 와서 고인 젖이 나오지 않고 딱딱해지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내다보면 유두부분에 하얀 물집 같은 것이 잡히는데 그때 바늘을 깨끗하게 소독을 해서 살짝 따주었다. 그러면 그동안 고였던 차가운 젖이 나오면서 딱딱해진 가슴도 풀어졌다. 어찌나 시원하던지…. 두시간동안 마사지를 해도 풀어지지 않았던 젖몸살이 바늘하나로 풀어졌다. 하지만 꼭 의사선생님께 물어보고 시행할 것을 권한다. (한번은 바늘소독이 잘 되지 않았던지 염증이 났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모유수유를 하고 돌이 지나서 이제 슬슬 모유를 끊으려고 시도를 해보았는데 그때 마침 장염이 걸려서 수유중단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소아과 의사선생님도 최소한 두 돌은 먹이는 것이 좋다고 하시니 힘들어도 조금 더 고생할 작정이다. 2년 힘들어서 아기에게 평생의 건강과 정서적 만족감을 선물할 수 있다면 더 이득이 아닐까.
주변에 모유수유를 하지 않은 엄마들이 가끔 말한다. 모유는 6개월이 넘어가면 영양가가 없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것이 잘못된 지식이라고 얘기한다. 철분이 부족할 뿐이지(이것은 이유식을 통해서 보충하면 된다.) 모유만큼 훌륭한 영양소는 없다고…. 그리고 아기에게 주는 정서적 만족감은 젖병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그래서 나는 전문가의 말을 듣기로 했다. 돌 지난 아기가 젖을 먹는 것이 조금 이상하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아기가 젖을 먹을 때 느끼는 정서적 만족감보다 내가 느끼는 정서적 만족감이 더 큰 것 같다. 사랑하는 아기에게 가장 좋은 영양소를 줄 수 있다는 것, 아기에게 비싼 것, 좋은 것을 다 해줄 수 없지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모유수유라고 생각한다.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우와.. 저는 애 낳고 바로 젖 물리라는 얘기 안 해주시던데..
처음 애 낳고 젖은 도는데. 아가는 잘 못 물고.. 뭉치고 참 힘든 시절을 보냈죠.
포기 할려다가 유축기로 짜내고 분유와 혼합수유하고
잠도 잘 못자고 그랬는데.. 나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