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꼭 필요한 규칙, 누가 정했나?
아이에게 꼭 필요한 규칙, 누가 정했나?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3.04.29 1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호통과 잔소리보다는 존중과 기다림이 우선

[특별기획] 숨은 아동 인권 찾기

 

눈에 드러나는 아동에 대한 심각한 신체적 학대나 정서학대, 방임만큼이나 어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 바로 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동 학대다. 베이비뉴스(대표 최규삼)는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이사장 송자)과 함께 어른들이 무의식중에 행하고 있는 행동들 가운데 우리 아이를 아프게 하는 잘못된 행동을 살펴보고, 우리 아이들의 인권을 되짚어보는 ‘숨은 아동인권 찾기’ 특별기획을 진행한다. 그 첫 번째로 아이의 흥미나 욕구는 고려되지 않고 부모의 강요에 의해 아이들이 학습을 강요당하고 있는 현실을 짚어봤다.

 

 

진정한 행복이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신발 없는 하루' 캠페인에 참가한 한 남매가 맨발로 잔디 위를 뛰놀고 있다. 신발 없는 하루 캠페인은 전세계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에 대한 관심과 나눔을 위한 글로벌 캠페인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진정한 행복이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신발 없는 하루' 캠페인에 참가한 한 남매가 맨발로 잔디 위를 뛰놀고 있다. 신발 없는 하루 캠페인은 전세계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에 대한 관심과 나눔을 위한 글로벌 캠페인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어느 여섯 살 아이의 신세 한탄

 

“내가 잘 수도 없고…. 공부해야 되나? 이런 일이 몇 번째고? 아침에는 만날 이거해야 된다. 내가 이래가 몬 산다. 잠도 못자고 이래가 살겠냐고!”

 

어른의 푸념 같은 이 신세 한탄은 놀랍게도 여섯 살 아이의 입에서 나왔다. 몇 해 전 ‘6살 꼬마의 신세 한탄’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떠돌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3분여 가량의 동영상에는 잠은 오는데 아침부터 하기 싫은 숫자 공부를 하라는 엄마의 재촉에 여섯 살 남자아이가 짜증 섞인 신세 한탄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아이답지 않은 어휘와 경상도 사투리로 공부하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는 여섯 살 아이의 모습에 누리꾼들은 대체로 귀엽고 재미있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또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와 억지로 공부시키려는 엄마의 모습은 아이 키우는 대한민국 대부분의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아직 어린 아이에게 공부를 너무 강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어릴 때부터 부모에 의해 학습을 강요당하는 우리 아이들은 과연 행복할까?

 

◇ 부모들의 만성적인 아동 인권 침해

 

푸르니보육지원재단 김온기 상무이사는 “아이의 기본적인 욕구가 배제될 정도로 유아기 때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며 어른들이 만성적으로 아이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잘못된 훈육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학습이라는 것이 아이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외부적 관습이나 사회적 측면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아이들을 아프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김 상무이사는 “교육은 효과성과 인권의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아이에게 억지로 흥미 없는 공부를 시키는 것은 효과성 측면에서도 볼 때 의미가 없다. 강요된 학습으로 인해 가장 중요한 ‘흥미’를 잃게 된다”며 “흥미와 자기주도성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인데 그걸 잃는다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라는 걸 알아야한다”고 지적했다.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숫자를 가르친다고 할 때 아이가 당장에 수를 읽고 셈하는 것을 배울 수는 있지만, 스스로 배우는 것에서 재미를 찾기도 전에 학습 방법이나 과정 때문에 싫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모의 과열된 교육열은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 아주 이른 나이부터 조기교육을 시작하고, 어떻게든 책상 앞에 앉혀 놓고 한 글자라도 더 가르치려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도 크게 늘었다.
 
그렇다고 아이가 공부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무작정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다방면에 노출을 시켜주고, 놀이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과정에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너무나 많은 자율을 아이에게 맡기면 아이는 혼란스러워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행동 범위나 규율은 필요하다. 단, 아이 스스로 자율성과 흥미를 찾아갈 수 있도록 존중하고 기다려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서영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체벌을 하거나, 편식하면 안 된다며 아이가 먹기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이려 하는 등 가정에서 알게 모르게 부모들이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서 교수는 “아이에게 꼭 필요한 공부나 규율은 누가 정하는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가 꼭 지금 해야 된다는 기준이라는 건 없다. 공부는 아이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다. 편식을 할 경우엔 다른 방법을 찾아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 기다려주는 긍정의 육아법이 필요한 때

 

최근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에 출연하는 다섯 아빠들의 육아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다섯 아빠들 중에서 배우 이종혁의 긍정 육아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배우 이종혁은 아들 준수에게 호통을 치거나, 잔소리하는 대신에 준수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준다.

 

올해 7살이 된 준수가 한글을 모르는 것에도 서두르지 않고, 예절교육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뒤에서 참관하던 아들이 잠이 들어도 다그치지 않는다. 기다려줄 줄 아는 느긋한 아빠다.

 

썰매를 탈 때도 다른 아이들과 달리 뒤로 썰매를 타고 엎드려 타는 준수의 모습에 “우리 아들은 참 특별하다”며 상상력을 응원해주면서 세세하게 썰매 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대신 조금 헤매더라도 스스로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도록 지켜봐줬다.

 

아직은 가치관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자신감을 심어주고 스스로 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 어른의 중요한 역할이다.

 

서영숙 교수는 “그 나이 대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모와 충분히 교감하고 존중받고 자란 아이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고 다른 사람도 존중하는 사람으로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김온기 상무이사도 “아이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은 그로 인해 파생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어린 시절 인권을 침해받고 자란 아이는 커서 학대나 방임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다”며 “부모들이 ‘아이를 어떻게 만들겠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존중하고 들여다보는 것에서 자녀교육도 시작해야 한다. 사람은 행복하면 훌륭해진다”고 강조했다.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