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딸을 낳고 꼭 하나 시키고 싶던 것이 있었다. 바로 발레이다. 예쁜 발레복을 입고 종종종 걷는 모습을 상상하며 어느 정도 크면 발레를 시키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아파트 상가에 새로 들어온 발레학원의 팸플릿 속 사진을 보고, 딸아이도 예쁜 공주옷을 입고 싶다며 발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나는 무엇이든 아이가 하고 싶을 때, 관심을 가질 때 해야 아이가 즐겁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래 아이들이 숫자를 쓰고 한글을 읽는 것을 보며 부러워하면서도 딸아이에게 굳이 관심 없는 수학과 한글을 가르치고 싶지는 않았다. 다행히 요즘 들어 숫자를 읽는 것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조금은 느리지만 일상생활에서 하나씩 천천히 가르치는 중이다.
집 주변 몇 군데 발레학원을 알아보고 제일 가깝고 아이를 너무도 좋아하는 선생님이 계신 곳으로 잠정 결정하고 호야에게 물어보았더니 호야도 내가 마음에 들어 했던 학원을 선택했다. 발레를 배운다고 신이 난 호야.
새로 생긴 곳이라 처음에는 수강생이 두 명 밖에 없어서 의도치 않게 개인교습이 되었다. 한 명, 두 명 수강생이 늘고 처음에는 자신에게 오던 관심이 다른 친구에게 가니 산만하게 돌아다녀서 선생님께 혼이 나기도 했다. 아직 어린데 수강생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싶어 원장 선생님께 여쭤봤더니 처음이라 그렇고 곧 체계가 잡힐 거라고 하셨다.
너무 신기하게도 일주일이 지나자, 선생님 말씀을 듣는 둥 마는 둥 자기들끼리 뛰어놀기 바빴던 아이들이 제자리에 앉아서 선생님을 따라 스트레칭을 하고 질서정연하게 자기 차례에 맞춰 발레를 배우는 것이 아닌가?
4-5살 유아발레라 내가 생각한 발레와는 많이 다르지만, 스트레칭을 하고, 발자국을 따라 콩콩 뛰어다니기도 하고, 탬버린을 발로 차는 등 다양한 신체활동을 하며 아이는 즐거워했다. 둘째가 있어서 몸으로 놀아주는 것을 해주지 못해 늘 안타까웠는데 발레를 배우며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을 보니 나도 덩달아 즐거워졌다.
발레를 하고 온 날은 밥도 더 잘 먹는다. 발레를 배운 첫 날, 밥 한 공기를 먹은 후 배고프다며 한 공기 더 달라고 할 때 얼마나 놀랐는지... (5살이 되도록 밥을 더 달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자랄 때는 발레를 아이들이 접하기 너무 어려웠는데 요즘엔 문화센터에서도 저렴한 비용으로 배울 수 있고 발레 학원도 많이 생겼다.
나는 발레를 오랫동안 배운 사람들 특유의 꼿꼿하고 바른 자세가 부러웠다. 호야도 몇 년 간 꾸준히 배우다 보면 예쁘고 바른 자세를 자연스레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핑크색 발레복을 입고 통통 뛰어다니는 딸아이를 보고 있자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 아빠도 그날 배운 발레를 시연하는 딸을 보며 아빠미소를 짓는다.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호야&축복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sl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