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일으키는 아기, 왜 그럴까요?
경기 일으키는 아기, 왜 그럴까요?
  • 칼럼니스트 조연상
  • 승인 2013.06.0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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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간 기운이 불안하다는 표현

[연재] 하라비의 생활 섭생(攝生) 이야기

 

신생아나 몇 개월이 지난 아기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몸의 운동과 관련된 부분이 자연스럽지 않는 증상을 - 예컨대 사지운동이 이상하거나 호흡운동이 부자연스럽거나 이상한 소리를 낸다거나 안구운동이 자연스럽지 않은 것 등 - 경기(驚氣) 혹은 경련(痙攣, convulsion)이라고 합니다. 경기란 놀랐을 때 나타나는 기운이라는 뜻인데 흔히 구어로 사용되고 경련이란 근육이 통제되지 않고 움직인다는 뜻인데 의료인들 사이에 공식적으로 쓰는 것 같습니다.

 

같은 뜻이지만 경기는 몸 전체를 나타내주는 용어이고 경련은 부분을 나타내주는 용어이므로 필자는 경기로 쓰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경기를 나타내는 전통적인 전문용어인 경풍이란 말이 있지만 이는 너무 무거운 느낌을 주니 아이들한테는 경기라는 말이 더 좋네요.

 

보통 경기는 소아의 5% 정도가 경험한다고 하는데 그러나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실제로는 더 높은 비율이 경기를 경험할 것입니다. 양의학에서는 경기를 세분해 설명하는데 결국은 뇌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물론 한의학에서도 몸이 놀란 것처럼 제 맘대로 움직이는 것을 신지가 흐린 것이니 신(神) 즉 뇌의 문제임은 동의하고 있으나 또한 풍이라고 붙인 이유는 풍은 간을 뜻하니 병증의 뿌리는 간이란 설명을 간접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의 설명을 정리하면 간이 허약해 영양대사가 떨어지면 뇌에 기혈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경기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경기에 대한 한의학의 예방과 치료는 간을 편하게 하거나 치료하는 것이 답이 됩니다. 물론 뇌의 구조적인 발달장애나 외부충격으로 인한 뇌손상으로 인한 증상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오장의 불균형으로 인한 대사기능저하나 단순한 감염에 의한 대사이상에서 오는 일반적인 경기는 생활섭생이나 한약처방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습니다.

 

경기는 그것이 단순경기든 열성경기든 간질이든 비록 세부적인 감별의 차이는 있지만 그러나 본질적인 병리는 모두 간질의 한 표현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간의 허약에서 오는 병증으로 뇌가 더 위험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기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신생아나 소아의 경기를 방치하면 나이가 들면서 간질로 확대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우에 따라 나이가 들면 반복적인 경기가 사라지기도 하는데 이것은 보편적인 회복현상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경기의 근본병리는 간의 허약이므로 이 부분이 보완되지 않았다면 경기는 아이들의 의지로 억제돼 겉으로 나타나지 않을 뿐이거나 의지가 작용되지 않는 시간인 수면 중에 놀람 가위눌림 갑작스런 떨림, 두근거림 등으로 나타날 것인데 이런 부분은 부모님들이 모르고 지나갈 뿐입니다. 이런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나이가 들면 다른 증상으로 호소하는데 예컨대 갑작스런 피로나 두통, 눈침침, 두근거림, 졸림, 쥐 등으로 표현하므로 한의사든 양의사든 내공이 깊지 않으면 이런 증상의 줄기가 간질인 줄 모르고 처방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들 가운데 성인이 돼 몸 상태가 악화되면 거품 물고 넘어지는 대발작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치료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대사활동이 활발하므로 간을 보해주면 치료는 쉽습니다. 만일 신생아가 경기하면 그리고 신생아가 모유수유 중이라면 엄마의 젖이 균형이 잡힌 상태가 아닌 경우가 많으므로 엄마가 한약을 복약하면 됩니다. 만일 수개월이 지나 모유수유가 끝난 이후라면 한약을 직접 복약시키면 됩니다.

 

아기의 열성경련의 치료사례를 하나 듭니다. 하루는 17개월 된 아기가 툭하면 열이 나고 경련이 반복돼 엄마가 어른들의 말을 듣고 내원했었습니다. 경기의 병리는 간의 허약이니 그에 따른 동반증상도 당연히 있습니다. 간의 허열 증상인 짜증을 잘 내고 입이 짧고 아토피 증상이 같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간을 보하는 처방을 한재 복용하고 나서는 경련은 물론 모든 증상이 동시에 없어졌습니다. 이후에 아기가 감기로 보험약을 처방받기 위해 가끔 내원한지가 수년이 됐지만 경기가 재발됐다는 호소는 없었습니다. 당시 엄마의 표현이 기억납니다. “제가 약맛을 보니 쓰던데 아기가 그래도 잘 먹어서 참 신기했어요. 인연이 닿으려고 그랬나 봐요.” 이 엄마 말에 간단히 사족을 달자면 오장에 열이 많으면 쓴맛이 그렇게 쓰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경기뿐 아니라 뇌의 구조적인 문제가 심하지 않는 간질도 어렸을 때 치료하면 이후에 재발은 거의가 없습니다. 성인들의 모든 난치성 병증은 뿌리가 깊은 것이니 부모한테 난치성 병증이 있다면 아이도 성인이 되면 같은 증상을 보일 확률이 높으므로 가능하면 어렸을 때부터 전문처방과 생활섭생으로 치료와 예방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는 것이 부모의 올바른 사랑일 것입니다.

 

*칼럼니스트 조연상은 현재 '하라비(강남 할아버지) 한의원' 원장으로 선(仙)의학 학회장을 맡고 있으며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세명대 한의학과를 졸업했다. 엄마와 아이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한 올바른 섭생법을 알려주고자 베이비뉴스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한의원 홈페이지(www.harabiclinic.com)를 통해서도 환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저서로는 『생활의 기미』, 『밥상 위의 한의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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