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은 평생 '공사 중'이다
결혼 생활은 평생 '공사 중'이다
  • 칼럼니스트 이수경
  • 승인 2013.07.0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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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활은 '매일 다시 지어야 하는 건축물' 절대 바뀌지 않는 배우자, 자신부터 바꿔야

[연재] 가정행복코치의 한 마디

 

배우자의 반복적 불평에 귀를 기울여라. 거기에 행복한 부부가 되는 열쇠가 있다.  ⓒ베이비뉴스
배우자의 반복적 불평에 귀를 기울여라. 거기에 행복한 부부가 되는 열쇠가 있다.  ⓒ베이비뉴스

 

미국 제39대 대통령인 지미 카터는 재임 중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지만 퇴임 후에는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와 해비타트운동(사랑의 집짓기 운동) 등 각종 봉사활동을 펼쳐 퇴임 후 그에 대한 평가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높다. 해군 장교 출신의 그는 완벽주의자로 모든 일처리를 완벽하게 했지만 특히 시간관념에 철저해서 약속시간 30분 전에 도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의 아내 로잘린 여사는 사람 좋고 온화하며 현숙하고 신앙심이 깊은 여성이었지만 약속시간이 임박해서 이것저것 챙기다가 약속시간을 잘 지키지 못해 늘 늦게 도착하곤 하는 성격이었다. 카터는 아내의 이런 나쁜 습관을 고치려고 타이르기도 하고 강압적으로 훈계하기도 하는 등 갖은 노력을 다 했지만 로잘린은 그 습관을 절대로 고치지 못했고 부부는 이 일로 자주 다투곤 했다.
 
노년에 이른 카터가 아내에게 생일 카드를 쓰다가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무리 해도 못 고치는 병이니 아내의 그 버릇을 내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겠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마음을 담아 이렇게 쓴 생일 카드를 아내에게 보냈다. “내가 오늘까지 당신을 너무 많이 괴롭힌 것 같소. 지금부터 당신이 나와 시간 지키는 일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져도 좋소.”
 
이 편지를 받은 아내 로잘린 여사는 너무나 기뻐하면서 남편에게 이렇게 고백했다고 한다. “고맙습니다. 당신이 제게 준 최고의 값진 생일 선물입니다.”
 
위 사례를 듣고 필자에게 어떻게 적용할까 생각해 봤다. 결혼한 지 20년이 넘도록 나도 카터 전 대통령처럼 아내가 가진 습관 중에 내가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들을 늘 고쳐 보려고 했다. 그게 잘 되지 않을 때는 자주 짜증을 내곤 했고 아내는 그걸 정말 못 견뎌 했다. 더군다나 몇 해 전부터 아내가 갱년기를 겪으면서 몸도 힘든데 내 잦은 짜증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게 느껴졌다.

 

급기야 아내는 내게 “당신, 제발 짜증 좀 내지 마. 나 당신 땜에 정말 힘들어 죽겠어. 이제부터 당신 짜증 받아주지 않을 거야”라며 정색을 했다. 아내의 저항이 만만치 않음을 직감한 나는 아내에게 ‘짜증내지 않고 친절하기’를 선물로 주겠다고 선언하고 내 스스로 붙인 별명이 ‘친절한 수경씨’였다.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정말 친절해서 그런 별명을 붙인 줄 안다.)

 

그래도 나 자신 내가 그렇게 짜증이 많다고는 생각지 않았고, 내가 짜증내는 것은 다 정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친절한 수경씨’가 되기로 선언하면서 동시에 시작한 일이 ‘감정수첩’ 쓰기였다. 아내의 말대로 내가 과연 짜증이 많은지,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 짜증내는지 분석해 보기로 한 것이다.
 
포켓용 수첩을 하나 사서 나 자신 어떤 감정을 느낄 때마다 (대부분 짜증, 분노, 화 등) 날짜와 시간, 장소, 상황, 느낌(감정), 깨달은 점 등을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기록을 남겨 보니 추상적이거나 개념적인 때와는 달리 아내의 지적대로 내가 짜증이 참 많은 사람인 것을 알게 됐다. 하루에도 몇 번 씩 작은 짜증을 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나 스스로도 많이 놀랐다.
 
수첩을 써 나가다 보니 짜증이 날 때면 ‘아, 내가 지금 짜증을 내고 있구나’하고 인식하게 되고, 인식하게 되니 짜증이 쉬 사라지고, 짜증을 내는 빈도도 훨씬 줄어들게 됐다. 3개월 정도 수첩을 써 나가니 더 이상 짜증을 내지 않게 돼 더 이상 수첩을 쓸 일이 없어졌다.
 
인간은 다른 사람에겐 엄격하고 자기 자신에게 관대한 경향이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이는 자신에 대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기록, 유지해 보라. 배우자의 반복적 불평에 귀를 기울여라. 거기에 행복한 부부가 되는 열쇠가 있다.

 

결혼생활이란 배우자를 바꾸는 게 아니라 나를 바꾸는 것이다. 결혼해서 죽을 때까지 평생에 걸쳐 해야 하는 지난(至難)한 작업이다. 아무리 배우자를 바꾸려 해 봐도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배우자가 바뀌게 하려면 내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 부부가 그런 마음으로 한 평생 해로할 때 새로운 부부격(格)으로 태어난다.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모르와의 말이 생각난다. "성공적인 결혼 생활은 매일 다시 지어야 하는 건축물입니다." 그렇다. 결혼생활은 평생 ‘공사 중’이다.

 

*칼럼니스트 이수경은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의 저자로, (주)짚라인 코리아의 부회장과 행복한 아버지학교 회장을 맡고 있다. '모든 가정은 행복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다수 강연을 뛰고 있다. 기업인으로 불리기보다 가정행복코치로 불리는 걸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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