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워킹맘 웃게 만들까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워킹맘 웃게 만들까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3.07.19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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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제 근로자와 동등한 처우 보장하는 게 핵심 의도는 좋지만 정작 풀어야 할 과제는 '산더미'

‘출근시간은 늦고, 퇴근시간은 빠르면서도 연금, 승진, 휴가 등은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는 직장이 있다면….’ 일과 가정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워킹맘들을 위한 새로운 개념의 일자리 만들기를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 바로 ‘양질의 시간적 일자리’ 제도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달 4일 ▲여성의 일·가정 양립 ▲장년층의 점진적 퇴직 ▲장시간 근로 개선 ▲고용형태 다양화 등을 골자로 하는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한 후 후속대책으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일하는 시간에 관계없이 퇴직금, 4대보험 혜택 등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하면서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눠 갖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새누리당 이종훈·민현주 의원이 주최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 토론회’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어떠한 과제들을 풀어야 하는지 모색해보는 자리가 됐다.

 

이날 참석한 토론자들은 한국 사회에 시간제 일자리 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여럿 풀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임금, 승진, 복지 등의 동등한 처우, 민간기업 인센티브 제공, 보육서비스 확대 등 다양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이종훈, 민현주 국회의원이 주최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이종훈, 민현주 국회의원이 주최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전일제 근로자와 동등한 처우가 관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제도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시간제 근로자에게 보수, 승진, 휴가 등 전일제 근로자와 동등한 노동조건이 제공돼야 한다고 토론자들은 입을 모았다.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2012년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시간제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14.8%에 불과하고 상여금은 12.7% 만이 혜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퇴직금, 시간외 수당, 유급휴가는 그보다 낮은 각각 10.1%, 6.7%, 6.8%의 수혜율을 보이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와 현실의 시간제 일자리 사이에는 현격한 거리가 있어 민간영역에 구현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간제 일자리의 보수는 형평과 비례의 원칙에 근거해 지급돼야 한다"며 "보수뿐만 아니라 연금, 승진, 휴가, 교육훈련 기타급여 등에서 전일제와 동등한 자격을 부여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이 발표한 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는 38.8%이고 1998년부터 올해까지 15년 간 남성과 여성의 임금격차는 단 2% 밖에 줄지 않았다.

 

이 연구원장은 "한국의 여성들은 시간제 일자리를 하면 급여, 복지, 고용조건 등에서 오히려 불평등을 받게 돼 있는 구조"라며 "시간제 일자리 노동자에 대한 급여와 고용조건을 전일제 노동자와 동일하게 적용하는 법을 제정하지 않는 한 노조를 통한 처우 개선의 거의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고, 노동조건, 복지부문에 대한 처우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시간제 일자리는 비정규직 가운데서도 시간당 임금, 사회보험 가입률, 퇴직금과 상여금 등 기업복지 등에서도 가장 낮은 대우를 받고 있어 여성들은 소득보다 자녀교육에 힘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다"며 "전일제와 시간제 근로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동등한 처우가 보장될 때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산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부 먼저 도입, 민간으로 점진적 확대

 

토론자들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제도는 중앙과 지방정부, 공공기관을 비롯한 공공부문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민간부문에 단계적,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배규식 연구위원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현재 민간부문에 직접 도입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공공부문에서 시범사업을 해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얻은 많은 경험을 통해 민간부문에 단계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민간기업의 근로자들이 시간제 일자리 전환을 요구할 때 고용주체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이 필요하다"며 "거부권을 행사할 때는 '사업장의 심각한 장애가 초래될 시'로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호성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도 공공부문에서 먼저 '시간제 일자리'를 만든 뒤, 민간부문에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에 동의하면서 "민간부문에 도입할 시 세제 혜택, 사회보험료 지원 등 실질적이고 다양한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에 민간기업의 참여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전 노동부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전 노동부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다른 일자리가 줄어들어선 안 돼

 

토론자들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제도는 노동공급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자리를 감소시키지 않는 ‘창조형 일자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호성 상무는 2013년 고용노동부의 '남녀고용평등 전국민 의식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3.5%(여성의 69.4%)가 향후 시간제 일자리로 일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는 통계를 제시하면서 “이는 시간제 일자리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인력공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으로 인해 일자리 자체가 부족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상무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선호는 높으나 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한 현실이 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시간제 등 다양한 일자리가 창출되기 어려운 노동시장을 도외시한 채 노동 공급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시간제 일자리는 그 일자리가 생김으로 인해서 다른 일자리를 감소시키지 않는 '창조형 일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이 상무는 강조했다.

 

이어 "기존인력을 감축하지 않는 새로운 '창조형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들에게 다양한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노동시장의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특히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기업이 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창조해 낼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일하는 여성 위해 보육환경 개선해야

 

아울러 토론자들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제도의 주요 목적이 '여성의 일·가정의 양립'에 있는 만큼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수영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심의관은 “근로자의 일, 학업, 육아, 점진적 퇴직 등 생애주기형 수요에 맞게 시간제 근로를 보장해야 한다. 특히 여성에게는 육아휴직과 별도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 상 근로자는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을 합쳐 1년의 휴직을 신청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제도를 별도로 사용해 휴직 기간을 더 늘릴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게 이 심의관의 주문이다.

 

이어 이 심의관은 "경력 단절 여성들에게는 적합한 직종을 발굴할 수 있도록 직무분석과 컨설팅 프로그램을 제공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정식 연구원장은 "스웨덴은 전일제 노동자가 임신이나 출산, 양육을 위해 시간제로 갔다가 다시 전일제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사회적 시스템과 법이 그것을 보장해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도 자녀나이 15세까지 육아신청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교육, 복지, 보육서비스를 전반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은 "여성들이 출산이나 육아 때문에 직장에서 어떠한 것도 강요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시발점이 바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라며 "성공적인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향후 입법과정에 충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현주 의원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여성의 경제활동을 확대할 뿐만 아니라 청년과 장년 모두에게 새로운 근로 환경을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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