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27.5%,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나몰라라'
현대자동차, 롯데, SK그룹 등 대기업 다수 포함돼
근로자에 맞춘 보육시간과 체계화된 보육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일·가정양립을 위한 핵심 역할을 하는 직장어린이집. 많은 부모들이 직장어린이집을 국공립어린이집보다 더 많은 만족도를 주는 어린이집으로 인식하며 선호하고 있다.
정부는 영유아보육법을 통해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사업장 기준을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으로 정하고 있다. 만약 어린이집을 설치할 수 없을 때에는 지역 어린이집에 위탁하거나 근로자에게 보육수당을 지급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하지만 10개 중 약 3개 사업장은 여전히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도, 그 밖의 조치를 취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회 예결특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공개한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있는 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전체 대상 사업장 총 919개 가운데 263개 사업장인 27.5%가 법에서 정한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상청, 수원지방법원 등 9개 공공기관과 포항공과대학교와 한국교원대학교 등 14개 국공립 및 사립대학교가 미이행 사업장에 포함됐다. 또한 비교적 여성인력이 많은 이대목동병원, 광주기독병원 등 11개 병원 등도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매출규모 기준 30대 대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현대제철 등 4개 사업장)과 롯데(우리홈쇼핑 등 3개 사업장), GS그룹(GS리테일 등 2개 사업장), SK그룹(SK브로드밴드 1개 사업장), 동부그룹(동부화재 1개 사업장), 효성그룹(효성ITX 등 2개사업장), POSCO그룹(포스코특수강)도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카드사 중에서는 KB국민카드가 유일하게 이행하지 않았고, 보험회사는 LIG손해보험 등 5개 보험사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았다.
사업장들은 미이행 사유에 대해 ‘수요 부족(59개)’, ‘장소 미확보(50개)’, ‘예산 부족(25개)’, ‘기타(14개)’라고 응답했으며 13개 사업장은 응답하지 않았다.
683개 사업장인 74.3%는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했지만, 이중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한 사업장은 359개로 39.1%에 불과했다.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는 대신 수당을 지급하는 사업장이 263개로 27.5%를 차지했으며 별도의 보육시설에 위탁한 사업장이 71개로 7.7%로 조사됐다.
최재천 의원은 “대기업이 사상최대의 흑자를 기록하면서도 법이 정한 직장 내 어린이집 설치에 미온적인 것은 여성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킴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무엇보다 기업들이 직장어린이집 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미이행 기업에 대한 명단만을 공개할 뿐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은 기업에 대해 어떠한 처벌이나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라며 “높은 과징금 등 강력한 제제수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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