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대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육아일기 쓰는 것이 뜸해졌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은 산하랑 보내는 절대시간의 부족인 듯 싶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에피소드도 많고 이런 저런 고민들을 하는데, 같이 있지 않으니 내 머리속에서 차지하는 생각 중 산하 생각은 적어졌다. 이는 글을 쓰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는 듯 싶다. 반성. 반성.
산하가 어린이집에서 집에 들어오면 제일먼저 하는 일은 이런저런 집안 일이다. 반찬을 만들거나, 청소를 하거나, 밥을 하거나 등. 이럴 때는 산하가 혼자 잘 놀아주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다행이도 산하는 집에 오면 아가 인형 등과 너무나 재미나게 논다.
요즘 산하는 아가 인형 잠 재우는데 재미를 붙였다. 집에 오면 아가 인형을 찾고, 이불을 깔아주고 '코~~' 하면서 자장가를 불러준다. 덕분에 나는 그 시간에 이런저런 집안 일을 할 수 있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낮에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 줄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산하는 그림 그리는데 재미를 붙였다.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가져와 나에게 이런저런 그림을 그려달라고 한다. 나는 그림을 정말로 못 그리는데. 혹은 자기가 막 그려놓고, 이것은 '빠방', '아빠', '엄마'라고 한다.
그리고 산하 목욕을 시킨다. 목욕물을 받고 씻기려고 하면, 산하는 나에게 "아빠 바지 벗어? 옷 벗어?"라고 외친다. 자기 옷을 벗는 것은 이해하는데, 아빠가 옷을 벗지 않은 것인 이해가 가지 않은 모양이다. 결국 같이 옷을 벗고 목욕을 한다. 목욕하는 시간은 그냥 물놀이 시간이다. 산하는 아빠, 엄마 칫솔을 좋아한다. 목욕 하는 동안에 아빠 '치카치카'도 해준다. 그리고 물오리와 아가 인형도 같이 씻겨 준다. 그 사이 나도 산하 목욕을 후다닥~~ 최근 산하는 엄마와 목욕을 거부하고 있다. 이유는? 엄마는 산하가 목욕 할 때 옷을 벗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목욕하고 나면 저녁을 먹는다. 지난주 감기로 고생을 해서 밥을 잘 먹지 못했더니만, 이번주는 이제까지 먹지 못한 것들을 벌충하나 보다. 밥도 얌얌. 쩝쩝... 산하는 요즘 가지나물과 멸치를 좋아한다. 가지나물이 없으면, '가지?' '가지?'라고 달라한다. 덕분에 몇 주 동안 '가지' 나물은 우리 밥상에 계속 올라온다. 예전에는 '고기' 반찬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고기' 반찬은 별로 팔리지 않는다. 김과 나물, 멸치, 김치 등 채식주의자가 되어버린 산하다
이렇게 밥을 먹고, 간식도 먹으면 하루 일과가 마무리 된다. 하루 6시간을 어린이집에서 보내고 나면, 이렇게 산하랑 만나는 저녁시간이 무척 소중해진다. 하루가 다르게 부쩍 성장하는 산하를 보면서 많이 놀란다. 이런 것들이 바로 아이를 키우는 '맛'이 아닌가 싶다. 아이가 크게 웃어줄 때, 그리고 내가 한 밥을 맛있게 먹어줄 때, 하루에 일과를 아직은 완전하지 않지만 열심히 옹알이 해줄 때 등등.
이런 하루 일과를 보내면서 드는 산하에 대한 생각은 정말 "넌 어느 별에서 이제야 왔니?"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아내와 나. 각자의 일들이 바빠지면서 산하에게 조금 소원해지는 것은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산하는 홀로 자기가 커야할 일들을 부지런히 하고 있는 듯하다. 산하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ps. 아직 겨울도 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봄을 기다리게 하는 추위가 느껴진다. 감기 조심.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