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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곰은 뚱뚱해] 아들이 만들어가는 작고 귀여운 사회

[email protected]수정 2026.10.29 09:41

아들은 첫 돌을 맞이했을 무렵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말도 못하고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를 낯선 공간에 둔다는 게 다소 안쓰럽고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엄마는 회사에 출근을 해야 하고 아빠도 책을 쓰고 노래를 만들어야 했기에. 처음에는 근처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가정 어린이집 0세반에 다녔다. 다정하신 담임선생님께서 세 명의 아이들을 정성스레 보살펴주신 덕분에 적응을 잘 했고 엄마와 아빠도 잠시나마 각자의 커리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다 해가 바뀌고 봄, 어린이집이 경영상의 문제로 폐원을 하게 되었다. 짧은 인연을 뒤로 하고 우리는 새로운 어린이집을 찾아 나섰다. 다행히 근처에 사는 지인이 좋은 곳을 소개해줘서 새롭게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아들의 반만 아이 15명과 선생님 세 분으로 구성된, 상당히 큰 규모의 어린이집이었다. 영문도 모르고 낯선 어린이집에 등원을 하게 된 아들은 처음에는 조금 낯설어했지만 금방 다시 적응해서 이제는 매일 즐겁게 다니고 있다.

봄은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시기로, 순식간에 지나간 기분이었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동안에는 하원을 하면 피신시키듯 재빠르게 시원한 차 안으로 아들을 태우기 바빴다. 그리고 가을이 되었다. 아들의 일과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더위가 누그러지자 하원 후에 어린이집 마당에 작게 조성되어 있는 놀이터에서 놀다가 가는 아이들이 많이 생겼다. 아들의 발걸음도 자연스레 그쪽을 향하게 되었다. 거기에서 키즈노트 알림장 속에서 보던 아들의 같은 반 친구들이 신나게 뛰어 놀고 있었다.

“어? 산호다!”, “산호야!”

그 자그마한 아이들이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간 가족들이나 지인들, 그러니까 어른들이 그 이름을 부르는 음성만 들어왔는데, 또래 친구들이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으니 여러 감정이 밀려왔다. 뭔가 재미있기도 하고, 너무 귀엽고, 무엇보다 이름을 지은 사람 입장에서, 그 이름이 잘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아들도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씩 서툴게 발음했다. “낌, 찡기, 뚜오, 꿔뚜온, 이욘.” 서로가 서로를 호명하는 모습은 마치 하나의 작은 사회가 태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원시 은하가 탄생하고 어린 별들이 거기에 모여드는 것처럼 경이롭게 보였다면 다소 과한 표현일까. 아들은 덩치가 크고 비교적 얌전한 편이다. 어떤 아이는 체구는 아담하지만 운동신경이 좋고 흥이 많아 춤을 덩실덩실 추곤 한다. 또 어떤 아이는 벌써 문장을 완벽하게 구성해서 또박또박 발음할 줄 안다. 아들은 자동차를 좋아하는데 어떤 아이는 흙장난을 좋아하고 어떤 아이는 어딘가에 매달려 있기를 좋아한다. 개성 넘치는 아이들이 각자 놀다가 서로에게 다가가기도 하고, 뭔가 참견을 하다가 또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며 흩어지는 모습은 보고만 있어도 즐거워지는 풍경이다.

거기에는 아이들 말고도, 나처럼 흐뭇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엄마와 아빠들도 있다. 아이들이 서로 미처 못 보고 부딪치려 하는 순간에는 막아서기도 하고, 장난감을 두고 서로 다툴 기미가 보이면 중재를 하기도 하며 놀이를 돕고 있었다. 아이들 좋아하는 간식을 가져 온 부모는 자신의 아이에게 그것을 쥐어주며 친구에게도 하나 갖다 주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아이는 아장아장 걸어와 아들에게 그것을 내민다. 아들에게 ‘고마워’라고 말하라고 하자 쑥스러운 아들은 가만히 있고 정작 간식을 건넨 아이가 “고마워!”하고 말한다. 그렇게 정겨운 오후가 흐르는 동안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서로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산호는 참 순하네요. 밥도 잘 먹나봐요.” 서로의 아이에 대한 칭찬은 약간이나마 갖고 있었던 긴장감을 손쉽게 누그러뜨렸다.

귀여운 애 옆에 귀여운 애가 있는 광경이 매일 펼쳐진다. ⓒ강백수
귀여운 애 옆에 귀여운 애가 있는 광경이 매일 펼쳐진다. ⓒ강백수

그곳에는 그런 정뿐만 아니라, 유용한 정보들도 오간다. '키즈카페는 어디가 가성비가 좋더라, 이 간식은 아이들도 잘 먹고 영양도 괜찮더라' 하는 이야기들. 최근에는 몇몇 부모의 추천으로 여러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외부 체육프로그램에 등록을 했다. 우리 부부도 흥미가 생겨 아들을 데리고 거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거기서는 또 다른 아들의 모습을 많이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에 쪼금 쭈뼛대던 아들은 이제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면 선생님에게 달려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온다. 어떤 프로그램에는 아주 신나게 참여하고 또 어떤 순간에는 선생님의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뛰놀기도 한다. 거기서도 친구들과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며 다양한 소통을 경험한다. 내내 궁금했던 어린이집 안에서의 생활 모습을 거기서 엿보게 된 것 같아 흥미로웠다.

아빠를 뒤로 하고 친구들에게 달려가 자기들끼리 노는 모습을 보면 여러 감정이 든다. 자기만의 사회를 형성해 가는 모습이 대견하다는 마음이 제일 크고, 지금처럼 아빠에게 의지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빠가 놀러 가자고 하면 친구 만나러 가야 한다며 거절하는 모습을 남몰래 상상해봤다. 아들이 속한 사회는 점점 커지고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며 어른의 사회와 비슷한 모습을 갖출 것이다. 그 안에서 아들도 다양한 감정을 나누는 방법, 좋아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 잘 맞지 않는 사람을 견디는 방법 같은 것들을 배워가겠지. 어쩌면 몇 번은 그 안에서 자잘한 상처를 받게 되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들이 언제건 기대 쉴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되어 기다리고 있어야겠지. 필요하다면 조언 같은 걸 해줄 수는 있겠지만 어쨌거나 아들이 있는 곳은 아들의 사회다. 내가 일일이 끼어들 수 없는 그들만의 우주를 계속해서 창조해낼 것이다. 아빠는 흥미로운 마음으로 지켜볼 뿐이다.

*칼럼니스트 강백수(인스타그램 baeksoo_kang)는 2008년 시인으로 등단했고 2010년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했다.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일상의 시적인 순간을 포착한다. 6시에 잠들던 예술가로 살다가 이제는 6시에 일어나는 아빠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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