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미혼모자시설을 이용하는 미혼모는 늘어나고 있는 반면, 정부가 미혼모자시설의 절반을 차지하는 입양기관 운영 미혼모자시설의 폐쇄를 결정한 뒤 후속 대책 마련에는 손을 놓고 있어 수많은 미혼모들이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는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공개된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한부모가족지원법’이 개정됨에 따라 2015년 7월부터 입양기관은 더 이상 미혼모자시설을 설치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전국의 33개 미혼모자시설 가운데 입양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16개 미혼모자시설이 2015년 7월이면 폐쇄된다. 입양기관에서 운영하는 미혼모자시설이 양육보다 ‘입양을 독려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문제는 시설의 폐쇄가 정해져 있는데 그에 대한 대체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많은 미혼모들이 안전한 출산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조선미 홀트아동복지회 산하 미혼모쉼터 아름뜰 원장은 “시설에 입소하는 미혼모들은 가족으로부터 단절된 경우가 80%이상이다. 출산이라는 위급한 위기에 지원을 받아야 되는데 가족이나 지인들로부터 이러한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시설로 입소를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설에 대한 절실함을 갖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 원장은 “시설 이용 미혼모들은 시설이 폐지되는 것을 두고 자신들은 입양을 강요받은 적도 없는데 왜 시설이 폐지돼야 하냐며 열악한 환경에 처해져 있는 자신들이 다시 거리로 내몰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조 원장은 “현재 미혼모자시설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입양숙려기간이 도입되면서 시설 입소수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시설이 오랫동안 구축한 인프라를 사장시키지 말고, 미혼모들이 시설이 없어짐으로 인해 또 다른 피해를 보지 않도록 여가부에서 신경 써 달라”고 요청했다.
조 원장에 따르면 지난 2011년 7월에 3개 입양기관(홀트아동복지회, 동방사회복지회, 대한사회복지회)은 개정된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신청을 해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들 입양기관에서 운영하는 미혼모자시설에서 입양보다는 양육을 선택하는 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지원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는 게 조 원장의 설명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은 “전국적으로 미혼모자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입양기관에서 운영한다는 이유로) 미혼모자시설을 폐쇄할 경우, 미혼모자들이 안전하게 출산할 공간을 없애는 결과를 초래한다. 화장실 출산이나 길거리 유기 등의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 의원은 또 “해당사업이 지방자치단체와의 매칭사업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예산부담을 감당하지 않을 경우 대체시설 설립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실제로 현재 정부지원으로 대체시설 설립에 착수한 곳은 1곳(충남 소재) 뿐이며, 추가로 경기도에 1곳을 설립하는 것을 계획 중일 뿐 그 외 지역은 설립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여가부 역시 입양기관의 미혼모자시설 폐쇄가 위헌소송중이기 때문에 당분간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 대체시설 설립 의지가 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시설의 폐쇄로 인한 대체시설이 시급한데도 여가부의 사업성과를 보면 시설 폐쇄로 인한 아이들이 갈 곳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여성가족부는 입양기관이 운영하고 있는 미혼모자시설을 2015년 폐쇄하는 것에 대비해 대체시설 확충 예산으로 지난해 12억 6500만 원을, 올해 9억 4900만 원을 편성해 놓고도 지자체 반대 등으로 인해 제대로 집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재현 민주당 의원은 “미혼모자시설은 주변으로부터 마땅히 도움을 받기 어려운 미혼모들이 출산전후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곳으로, 이 시기에 적절한 지원이 이뤄져야 직접 양육 등에 대해 숙고할 수 있다. 특히 미혼모자시설 입소자 중 ‘청소년 기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는 24세 이하의 비율이 70%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볼 때, 여가부가 이들을 보호할 책임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 의원은 “무작정 시설을 폐쇄하기 전에 기존 시설을 활용해 대체시설 마련을 차질 없이 진행함으로써 아동이 유기되거나 미혼모들이 삶의 의지를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여가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도 “당초 제도가 좋은 취지로 시작은 됐지만 개정안으로 인해 미혼모들이 거리로 나 앉게 생겼다. 좀 더 깊은 검토가 필요한 것 같다”며 “미혼모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고 점점 늘고 있어 앞으로 이런 시설을 더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시설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내년 7월 전까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입법취지에 맞추고 종사자와 미혼모들의 피해가 없도록 종합적인 의견수렴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며 “헌재 결정을 받아봄과 동시에 현장의 협조를 구해 해결책 마련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