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오진영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여성의 관점에서 성적굴욕감을 느끼는 교육도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경찰서에 근무하는 무기계약직 여성에게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으라고 하면서 전·의경 대상 성교육에 참석하게 해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한 것은 인격권 침해 및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해당 경찰서장에게 향후 성희롱 예방 교육 등을 실시할 때 무기계약직 직원이 배제되지 않도록 할 것과 성희롱 예방교육 시 성적굴욕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유사 행위의 재발방지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진정인은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무기계약직 여직원에게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으라고 하면서 전·의경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에 참석하도록 했다. 이날 많은 전·의경들과 함께 ‘여자친구에게 키스와 가슴을 만졌을 때 반응과 해석’, ‘남성성기모형에 콘돔착용 시연’, ‘야동시청 및 정액 섭취에 대한 의견’ 등 여성의 관점에서 성적굴욕감을 느끼는 교육을 받게 한 것은 인권 침해라며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조사 결과, 해당 경찰서는 지방경찰청의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라는 지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교육 목적과 대상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성희롱 예방교육’과 ‘성교육’이라는 전혀 다른 성격의 교육을 착오해 무기계약직 직원을 전·의경 대상 성교육에 참석토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40대 여성인 피해자가 대다수가 20대인 전·의경들과 동석한 자리에서 콘돔 착용을 시연하거나 포르노 동영상의 내용이 언급되는 등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성적인 언동을 경험하게 된 것은 여성으로서 성적인 수치심이나 굴욕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상황으로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이 사건은 당초 경찰서의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예방교육에 무기계약직이 참석토록 관리하지 못한 것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어, 무기계약직이라는 이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고용에 있어 불리하게 대우한 차별 행위에도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해당 경찰서는 이미 자체 조사 후 업무담당자의 착오에 대한 경고 조치를 한 사실이 있어 국가인권위는 담당자나 관리자 각 개인에 대한 책임을 묻기 보다는 유사 사례의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