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나희의 불량정보 거기 서!
자연출산 붐이 일었다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비율은 약 35%로 높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제왕절개의 비율은 5~15%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제왕절개의 상당수는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과잉이라는 뜻이지요.
우리나라에서 제왕절개의 비율이 높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분만 과정에서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진통을 할 수 없는 환경도 일조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 산모들은 제왕절개의 부작용에 대해 잘 모르는 채, 진통하지 않고 편하게 아기를 낳을 수 있으니 제왕절개를 하겠다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통을 피하고 싶다는 요구는 의학적 필요가 아닙니다. 그리고 의학적 필요가 없는 제왕절개술의 단점은 아래처럼 명백히 알려져 있습니다.
산모 쪽에서는,
-의학적 필요 없이 이루어지는 제왕절개술의 심각한 부작용 위험은 자연분만(질식분만)의 세 배입니다.
-진통이 시작되기 전에 의학적 필요 없이 제왕절개술을 했다면 단기적 부작용 위험은 자연분만의 6배입니다.
-진통이 시작된 뒤에 의학적 필요 없이 제왕절개술을 했다면 단기적 부작용 위험은 자연분만의 14배입니다.
-첫 아이를 제왕절개로 낳을 경우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임신중독증에 걸릴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왜 그런 걸까요? 엄마 쪽에 보면 제왕절개는 큰 수술입니다. 흔하게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중대한’ 수술에 속합니다. 큰 수술로 인한 많은 합병증이 제왕절개술에서도 동일하게 존재합니다. 즉 과다 출혈로 수혈을 해야 할 수 있으며, 수혈에도 불구하고 출혈이 지속되면 자궁을 절제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 자궁이 출산 후 수축해야 하는데, 수축하지 않는 자궁 무력증이 나타나면 과다 출혈이 지속됩니다. 배를 가르는 개복수술이기 때문에 장이나 방광 등이 손상될 수 있고, 또 조직이 다시 붙는 과정에서 유착되어 자연스러운 장기의 움직임이 저해될 수 있습니다. 심하면 장이 막히기도(폐색) 합니다. 또한 근육, 자궁, 요로 등에 감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배 표면에 수술 상처가 남고, 복근을 절개하기 때문에 복근이 약화될 수도 있어요. 또 드문 경우 제왕절개의 메스에 아기가 다치기도 합니다.
물론 제왕절개가 꼭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일제시절 한국을 방문하여 많은 그림을 남긴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는 무려 열두 번 사산한 여성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여성은 열세 번째의 아기는 서양의학의 도움으로 무사히 낳았다고 합니다. 골반이 너무 좁아서 아기 머리가 골반을 통과할 수 없었던 경우(아두골반불균형)가 아닐까 추측됩니다. 이렇게 자연분만이 불가능한 경우, 제왕절개는 태아와 산모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꼭 필요한 의료 행위입니다. 이런 경우 산모의 부작용이나 아기의 위험도를 따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지요.
(참고로, 아기 머리가 골반을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큰 경우는 세계적으로 비슷합니다. 우리나라 아기들이 특히 머리가 커서 제왕절개가 많은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체구가 작고 뼈대도 작기는 하지만, 한국-중국-일본 신생아의 머리도 역시 작기 때문입니다. 대신 우리나라 여성들이 근육 없이 비쩍 마른 몸을 선호하여 ‘체력이 달려서’ 난산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봅니다. 운동해서 근육을 키우세요!)
산전 검진으로 자연분만이 가능한지 미리 알 수 있고, 출산 과정에서도 응급 제왕절개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세상이라서 참 다행입니다. 안심하고 자연분만을 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데, 진통에 대한 두려움을 이유로 제왕절개를 택하지는 마십시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한의사(한방내과 전문의)이며 국제모유수유상담가이다. 진료와 육아에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 둘 다 필요하다고 믿는다. 궁금한 건 절대 못 참고 직접 자료를 뒤지는 성격으로, 잘못된 육아정보를 조목조목 짚어보려고 한다. 자연출산을 통해 낳은 아기를 모유수유로 키우고 있는 중이며 대한 모유수유한의학회 운영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