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이 싫어서 제왕절개 한다고요?
진통이 싫어서 제왕절개 한다고요?
  • 칼럼니스트 김나희
  • 승인 2013.12.06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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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날 수 있어

[연재] 김나희의 불량정보 거기 서!

 

자연출산 붐이 일었다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비율은 약 35%로 높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제왕절개의 비율은 5~15%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제왕절개의 상당수는 의학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과잉이라는 뜻이지요.

 

우리나라에서 제왕절개의 비율이 높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분만 과정에서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진통을 할 수 없는 환경도 일조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 산모들은 제왕절개의 부작용에 대해 잘 모르는 채, 진통하지 않고 편하게 아기를 낳을 수 있으니 제왕절개를 하겠다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통을 피하고 싶다는 요구는 의학적 필요가 아닙니다. 그리고 의학적 필요가 없는 제왕절개술의 단점은 아래처럼 명백히 알려져 있습니다.

 

산모 쪽에서는,

 

-의학적 필요 없이 이루어지는 제왕절개술의 심각한 부작용 위험은 자연분만(질식분만)의 세 배입니다.

 

-진통이 시작되기 전에 의학적 필요 없이 제왕절개술을 했다면 단기적 부작용 위험은 자연분만의 6배입니다.

 

-진통이 시작된 뒤에 의학적 필요 없이 제왕절개술을 했다면 단기적 부작용 위험은 자연분만의 14배입니다.

 

-첫 아이를 제왕절개로 낳을 경우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임신중독증에 걸릴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왜 그런 걸까요? 엄마 쪽에 보면 제왕절개는 큰 수술입니다. 흔하게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중대한’ 수술에 속합니다. 큰 수술로 인한 많은 합병증이 제왕절개술에서도 동일하게 존재합니다. 즉 과다 출혈로 수혈을 해야 할 수 있으며, 수혈에도 불구하고 출혈이 지속되면 자궁을 절제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 자궁이 출산 후 수축해야 하는데, 수축하지 않는 자궁 무력증이 나타나면 과다 출혈이 지속됩니다. 배를 가르는 개복수술이기 때문에 장이나 방광 등이 손상될 수 있고, 또 조직이 다시 붙는 과정에서 유착되어 자연스러운 장기의 움직임이 저해될 수 있습니다. 심하면 장이 막히기도(폐색) 합니다. 또한 근육, 자궁, 요로 등에 감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배 표면에 수술 상처가 남고, 복근을 절개하기 때문에 복근이 약화될 수도 있어요. 또 드문 경우 제왕절개의 메스에 아기가 다치기도 합니다.

 

조선말 어머니와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 '정월 초하루 나들이'.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조선말 어머니와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 '정월 초하루 나들이'.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물론 제왕절개가 꼭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일제시절 한국을 방문하여 많은 그림을 남긴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는 무려 열두 번 사산한 여성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여성은 열세 번째의 아기는 서양의학의 도움으로 무사히 낳았다고 합니다. 골반이 너무 좁아서 아기 머리가 골반을 통과할 수 없었던 경우(아두골반불균형)가 아닐까 추측됩니다. 이렇게 자연분만이 불가능한 경우, 제왕절개는 태아와 산모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꼭 필요한 의료 행위입니다. 이런 경우 산모의 부작용이나 아기의 위험도를 따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지요.

 

(참고로, 아기 머리가 골반을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큰 경우는 세계적으로 비슷합니다. 우리나라 아기들이 특히 머리가 커서 제왕절개가 많은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체구가 작고 뼈대도 작기는 하지만, 한국-중국-일본 신생아의 머리도 역시 작기 때문입니다. 대신 우리나라 여성들이 근육 없이 비쩍 마른 몸을 선호하여 ‘체력이 달려서’ 난산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봅니다. 운동해서 근육을 키우세요!)

 

산전 검진으로 자연분만이 가능한지 미리 알 수 있고, 출산 과정에서도 응급 제왕절개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세상이라서 참 다행입니다. 안심하고 자연분만을 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데, 진통에 대한 두려움을 이유로 제왕절개를 택하지는 마십시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한의사(한방내과 전문의)이며 국제모유수유상담가이다. 진료와 육아에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 둘 다 필요하다고 믿는다. 궁금한 건 절대 못 참고 직접 자료를 뒤지는 성격으로, 잘못된 육아정보를 조목조목 짚어보려고 한다. 자연출산을 통해 낳은 아기를 모유수유로 키우고 있는 중이며 대한 모유수유한의학회 운영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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