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고은 기자】
‘우리 엄마가 나를 낳을 때까지 이렇게 많은 공을 들였구나. 예쁜 태명을 지어 불러주고, 힘든 걸 참았구나. 배 속에 있는 내게 많은 공을 들인 아빠가 있구나….’
차미영 고리원자력본부한빛어린이집 원장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5일 개최한 ‘우수보육프로그램 공모전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 어린이집 대표로 단상에 올라 “동생을 가진 엄마를 보고 아이들이 자신이 참 소중한 존재라는 걸 느낀다고 했다”며 이 같이 아이들의 말을 전했다.
전국 어린이집 보육교직원과 보육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이날 시상식은 영유아들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가족·결혼문화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학부모에게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전국 각지 어린이집에서 실시한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시상하는 자리였다.
전국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모전에서는 총 17편의 우수 보육프로그램이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구리원자력본부 한빛어린이집의 ‘넌 내 동생이야’가 대상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고, 남동근로복지공단어린이집의 ‘우리 가족 통통(通)’이 금상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상을 받았다.
또 쌍문2동어린이집의 ‘아빠! 저랑 놀아요’와 꿈나무어린이집의 ‘할머니, 할아버지 함께 영차해요’가 은상을, 버들어린이집의 ‘동생이 왔어요!’와 근로복지공단인천어린이집 ‘인천 가족 이야기’, 국회제2어린이집 ‘꿈을 품은 씨앗, 행복이 자라요’가 동상을 받았다. 이외 10팀이 장려상, 100팀이 입선했다.
대상을 받은 한빛어린이집의 ‘넌 내 동생이야’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동생이라는 존재에 관심을 가지고 동생을 원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구성이 특징이다. '임신한 엄마를 초대해요', '탄생의 신비관을 견학해요', '내 동생을 보살펴요', '동생이 필요해요' 등의 세부활동이 진행됐다.
차 원장은 “우리는 영유아에게 교육을 하는 곳이고 출산을 하는 건 학부모인데 출산장려를 어린이집이 하는 것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하고 처음에 생각했다. 그래서 둘째를 낳지 않는 부모들의 심정이 무엇일지 먼저 헤아려봤다. 돈이 없어서 안 낳는다기보다 있는 아이 먼저 잘 키우고 싶다는 내면적 욕구가 강해서일 것 같았다. 그래서 부모들에게 한 명이 잘 자라려면 형제가 있어야 한다는 가치관의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며 프로그램을 준비, 진행했다”고 과정을 밝혔다.
이어 “처음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큰 발견이 있었다. 먼저 아이들은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걸 깨달아 자존감이 높아졌다. 동생에 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결연을 맺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이타적인 배려심도 갖게 됐다. 부모들에게는 ‘둘째 낳으면 첫째가 시기한다는데 잘 견딜 수 있을까’, ‘첫째도 힘든데 둘째까지 키우려면 얼마나 힘들까’ 등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많았는데 프로그램을 거치는 아이들의 행동을 보면서 ‘둘째를 가지는 게 가족의 동반자를 가지게 되는 일이겠구나’ 하는 인식 변화가 있었다. 둘째는 절대 안 가지겠다던 교사도 둘째를 가지는 게 좋겠다고 말할 만큼 교사들의 인식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금상을 받은 남동근로복지공단어린이집의 ‘우리 가족 통통’은 아빠의 육아참여를 돕고 아이가 아빠에 대한 소중함, 가족에 대한 사랑을 깊이 느낄 수 있는 과정의 프로그램으로 짜였다. 아이가 아빠와 하고 싶은 놀이를 편지로 써서 전하고, 아빠는 아이와 단둘이 산으로 들로 다니며 사진을 찍고 놀이를 함께하는 등 아이와 아빠의 결속력을 높일 수 있는 구성이 돋보였다.
설윤희 남동어린이집 원감은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전 아빠들에게 평소 육아를 얼마나 돕는지, 육아 시 힘든 점은 무엇인지 물으니 본인이 육아를 잘하고 있지 못하다는 답변이 70%나 나왔고, 힘든 점으로는 ‘놀다가 화를 내게 된다’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아빠들이 아이와 노는 방법을 잘 몰라서라고 생각해 아빠가 쉽게 육아를 받아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육아에 지친 엄마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컸는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엄마들이 밝아지는 모습을 보고 일하는 교사 입장에서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자기 형제자매가 아닌데도 오빠 동생 하며 서로 위하는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어른들이 많은 감동을 받기도 했다. 이번 프로그램 시행을 통해 어린이집이 단순한 보육서비스만 제공할 게 아니라 좋은 문화를 형성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프로그램을 지속 시행해 건강한 육아공동체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시형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은 “올해 딱 여든 살이 됐다. 이 행사를 앞두고 75년 전 어린 시절을 떠올려봤다. 그땐 온 동네가 어린이집이었다. 출산장려책이 필요 없던 때였다. 그런데 얼마 전 유엔통계 상 어린이를 낳지 않아 지구 상에서 제일 먼저 사라질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그냥 넘어가선 안 되는 일이라고 인식해 이번 공모전을 진행하게 됐다.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을 모든 어린이집이 공유하게 하는 것이 이번 공모전의 취지이다. 앞으로 재단은 학부모가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보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애쓰는 보육교사 여러분께도 정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