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 봉사단체 '스파인2000'을 아시나요?
장애아동 봉사단체 '스파인2000'을 아시나요?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4.01.24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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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봉사 이어가는 척추장애인 왕태윤 씨와 회원들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손과 손에는 길이 있다' 장애아동자원봉사단체 스파인2000(대표 왕태윤) 자원봉사 대학생 김초아 씨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장애아동보호시설 라파엘의집에서 지체장애와 시각장애,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해주의 손을 만지고 있다. 올해 15살인 해주는 성장이 더뎌 손이 유아의 손처럼 작고 하얗기만 하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손과 손에는 길이 있다' 장애아동자원봉사단체 스파인2000(대표 왕태윤) 자원봉사 대학생 김초아 씨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장애아동보호시설 라파엘의집에서 지체장애와 시각장애,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해주의 손을 만지고 있다. 올해 15살인 해주는 성장이 더뎌 손이 유아의 손처럼 작고 하얗기만 하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장애아동자원봉사단체 스파인2000(대표 왕태윤)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장애아동보호시설 라파엘의 집에서 아동들에게 저녁식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장애아동자원봉사단체 스파인2000(대표 왕태윤)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장애아동보호시설 라파엘의 집에서 아동들에게 저녁식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장애아동복지시설 ‘라파엘의 집’이 오랜만에 시끌벅적하다. 주방에서는 여러 명이 모여 막 배달 온 자장면을 아이들에게 먹이기 위해 가위로 잘게 자르는 작업이 한창이다.

 

라파엘의 집 아이들은 8살부터 18살까지 모두 16명. 대부분이 활동이 불가능한 중증장애 아동으로 음식을 잘 씹지 못한다. 길던 자장면 면발은 사람들의 가위질로 쌀알만큼 잘게 잘렸고, 건물에는 자장면 냄새가 퍼져나갔다. 오늘의 자장면 파티는 자원봉사모임 ‘스파인2000’ 회원들이 마련한 것.

 

라파엘의 집 직원들을 비롯해 스파인2000 회원들은 각각 아이 한 명씩을 맡았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한 시간이 넘는 아이들의 저녁식사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이뤄졌다. 이곳 아이들을 돌보는 선생님은 6~7명 뿐. 16명의 아이들을 다 챙기기가 벅찬데, 오늘처럼 사람들이 많은 날은 아이들의 저녁식사가 더욱 즐거워진다.
 

라파엘의 집에 근무하고 있는 박수진 씨는 “아이들이 표현은 못하지만 왠지 한 그릇 먹여주면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좋다. 예전에는 근처 중국집에서 가끔 자장면도 후원해주시고 그랬는데, 경기가 안 좋다보니 이런 날 아니면 못 먹는다”며 웃어보였다.

 

바쁘게 아이들 음식먹이기가 계속되는 동안 한쪽 편에서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필요한 게 없는지, 신경 쓰는 사람이 있다. 바로 스파인2000의 대표 왕태윤(45) 씨다. 그는 목 아래로는 아예 움직일 수 없는 척수장애인으로 휠체어를 사용해야만 이동이 가능한 중증장애인이다.
 

휠체어에 앉아 아이들의 모습을 살피던 왕 씨는 아이에게 음식을 먹이는 게 서툰 회원에게 “잘 먹이고 있어? 오~~”하며 응원의 목소리를 건네고, 혹시라도 필요한 건 없는지 온 신경을 집중한다. 손가락 하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그이지만 봉사날짜부터 자장면 파티 계획, 자장면 주문까지 스파인2000의 모든 활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스파인(spine)이 척추라는 뜻도 있지만 바늘(가시)이라는 뜻으로도 쓰여요. 바늘처럼 작지만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되자는 의미와 처음 만든 연도인 ‘2000’을 담아 ‘스파인2000’을 만들었죠.”

 

‘꼭 필요한 존재가 되자’는 왕 씨의 각오처럼 실제 스파인2000은 10년 넘게 봉사활동에 전념하는 중이다. 왕 씨는 “내가 낳은 아이들은 아니지만 아이들을 보면 돌봐주고 싶고 때가 되면 맛있는 것도 사주고 싶다. 이제 봉사활동은 의무고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장애아동자원봉사단체 스파인2000 대표 왕태윤 씨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장애아동보호시설 라파엘의 집에서 아동들에게 저녁식사 봉사활동을 하는 가운데 본지 취재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장애아동자원봉사단체 스파인2000 대표 왕태윤 씨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장애아동보호시설 라파엘의 집에서 아동들에게 저녁식사 봉사활동을 하는 가운데 본지 취재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장애아동자원봉사단체 스파인2000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장애아동보호시설 라파엘의 집에서 한 장애아동의 저녁식사를 돕기 위해 누워서 지내던 한 아이를 휠체어에 앉히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장애아동자원봉사단체 스파인2000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장애아동보호시설 라파엘의 집에서 한 장애아동의 저녁식사를 돕기 위해 누워서 지내던 한 아이를 휠체어에 앉히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10년 넘게 장애아동 위해 봉사하는 왕태윤 씨와 ‘스파인2000’

 

왕 씨에게는 봉사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시절도 있었다. 24살이던 1992년, 군대 제대한 지 두 달 만에 교통사고를 당해 8년을 침대에 누워있던 때다. 전신마취에 수술만 수십 번. 정말 죽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그때의 시련을 잘 견뎌냈고 지금의 스파인2000을 만들었다.

 

“어느 날 TV를 켰는데, 미국의 평범한 가정에서 한국인 장애아동 여럿을 키우고 있더군요. 그걸 보고 정말 충격 받았죠. 왜 우리나라 아이들이 저곳에 가서 살고 있나 의아했고, 같은 한국인으로서 정말 창피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때를 계기삼아 신경이 살아있던 한 쪽 어깨로 컴퓨터를 사용하며 인터넷 포털 다음에 스파인2000 카페를 만들었고, 봉사에 관심 있는 회원 2000여명을 모집했다. 왕 씨는 지금까지도 인연 닿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

 

특히 왕 씨는 장애아동을 위한 예방접종 봉사에 앞장서기도 했다. 왕 씨는 “한 장애아동 시설 원장이 ‘자기 아이들은 태어나서 독감예방접종을 맞아본 적이 없다’는 말을 듣고 충격 받았다. 예방접종 봉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 한 의사선생님이 직접 약도 구해주고 봉사에도 참여해주셔서 아이들에게 예방접종을 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뿐만 아니다. 스파인2000은 탈북청소년, 외국인이주노동자, 고려인동포 등을 위한 봉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왕 씨는 많은 활동 중에서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장애여성을 위한 성폭력특별법 개정운동에 참여했던 순간을 잊지 못했다.

 

“성폭력특별법에서 ‘여성항거불능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서명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여자 분이 왔어요. 서명지를 주면 자기도 많이 받아오겠다면서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저희 같은 여자들을 위해 싸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더라고요. 피해자 분이실 수도 있었겠죠. 그때 그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조심, 조심, 한 술 한 술' 장애아동자원봉사단체 스파인2000(대표 왕태윤) 자원봉사 대학생 김초아 씨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장애아동보호시설 라파엘의 집에서 한 장애아동의 입에 직접 저녁을 먹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조심, 조심, 한 술 한 술' 장애아동자원봉사단체 스파인2000(대표 왕태윤) 자원봉사 대학생 김초아 씨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장애아동보호시설 라파엘의 집에서 한 장애아동의 입에 직접 저녁을 먹이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식사 후에는 양치질도 빠짐없이' 장애아동자원봉사단체 스파인2000(대표 왕태윤) 자원봉사 대학생 김초아 씨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장애아동보호시설 라파엘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한 장애아동 양치질을 도와주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식사 후에는 양치질도 빠짐없이' 장애아동자원봉사단체 스파인2000(대표 왕태윤) 자원봉사 대학생 김초아 씨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 장애아동보호시설 라파엘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한 장애아동 양치질을 도와주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장애아동과 부모들 위한 정책 필요”

 

아이들의 저녁식사가 끝나자 스파인2000 회원들은 아이들의 몸을 마사지해주고 말벗이 돼줬다. 웃음이 예쁘기로 소문난 박주영(14) 군은 기분이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장애아동들은 사람들의 따뜻한 보호를 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아직 따뜻하지만은 않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은 사회의 외면 속에 아이와 함께 목숨을 끊기도 한다.

 

왕 씨는 “장애아동과 부모의 죽음은 동반자살이 아니라 살인이다. 사회 현실이 그들을 죽인 것”이라며 “이곳에 누워있는 아이들이 나이를 먹고 20살이 된다고 해서 성인이 되지 않는다. 장애아동과 그 부모들을 위한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왕 씨는 이런 사회들이 변화되고 사회약자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봉사활동을 계속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좀 더 체계적이고 흔들림 없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오는 25일 사단법인 스파인2000으로 다시 태어날 계획이다.

 

욕창에 갈비뼈 골절에 신장암까지 남들보다 면역력이 약한 왕 씨는 많이 아팠다. 그럴 때마다 스파인2000을 열심히 이끌지 못하는 것 같아 괜히 미안했다고. “내가 없어도 스파인2000이 잘 운영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사단법인 창립을 생각했다”는 그는 “후원자들에게 기부금영수증도 끊어줄 수 있으니 후원도 많아지고 더 큰 봉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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