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때문에 아빠 엄마가 싸운다고 생각하는 아이
자신 때문에 아빠 엄마가 싸운다고 생각하는 아이
  • 칼럼니스트 강현식
  • 승인 2014.02.04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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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갈등 소지가 높아진 요즘, 부부간 대화가 필요해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아빠는 밖에서 돈을 벌고, 엄마는 안에서 집안일과 자녀 양육을 전적으로 담당하던 시절 자녀 문제 때문에 부부가 갈등하는 일은 적었다. 하지만 아빠도 엄마 못지않게 자녀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물론 부부의 생각이 비슷하다면 괜찮겠지만 육아에 있어서 다른 생각과 원칙을 고수한다면 부부 갈등이 생기기 쉽다.

 

많은 과학자들은 부부의 갈등이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설사 자녀를 위한 싸움일지라도 결과적으로는 자녀의 불행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싸우는 이유를 종종 자신에게서 찾는다. 아이에 대한 주제로 싸울 때만이 아니라, 아이와 무관한 싸움일 경우도 그렇다. 부모는 아이의 이런 생각을 알게 되면 적지 않게 당황한다. 아무리 아이에게 부부싸움의 이유를 알려줘도 아이들은 자신 때문에 싸운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왜 그럴까? 이는 아이들의 인지 능력과 연관이 있다.

 

아동의 인지발달을 연구했던 장 피아제(Jean Piaget)는 초등학교 입학 전의 아이들이 보이는 인지적 특성 중 하나로 자기중심성(egocentrism)을 든다. 다른 사람들도 자신처럼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시기의 아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방에서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아이가 갑자기 엄마에게 달려가서 장난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마치 엄마가 자신과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던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

 

피아제가 말했던 자기중심성이란 물리적인 조망과 관점에 대한 것이었으나, 아이의 자기중심성은 물리적 조망이나 경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원인과 이유 추론에서도 이런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엄마가 화를 내면 자신 때문에 화가 났다고 생각하고, 부모가 싸움을 하면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이혼 역시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의 그리치(J. H. Grych)와 핀챔(F. D. Fincham)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시기의 아이들은 부모의 갈등이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부모 갈등의 원인이 자신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몇몇 연구자들은 부모의 행동에 대해서 아이들이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일례로 한 연구에서는 엄마가 화를 내는 이유에 대해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7~9세 아동은 자신 이외의 다른 이유(다른 가족이나 가족에서 일어났던 사건)를 들 수 있었지만, 5~6세 아동은 오로지 자신 때문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또 다른 연구는 부모의 이혼에 대한 아이들의 원인 추론이 나이와 관련이 있음을 밝혔습니다. 3~5세 아동은 부모가 자신 때문에 이혼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 이상 연령의 아동들은 부모의 성격차이 같은 요인이 이혼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아동의 인지 발달에 대한 여러 연구결과는 아이들이 어릴수록 가족 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내부 귀인 경향성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지지합니다.”

 

부부가 어떤 이유 때문에 갈등하고 싸우든 자기중심성을 탈피하지 못한 어린 아이들은 자신 때문에 엄마 아빠가 싸운다고 생각해서 심리적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인지능력이 발달해 부모가 싸우는 진짜 원인을 찾을 수 있으면 상처는 덜 받겠지만, 이 경우에도 부부 갈등은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성인들도 노부모가 서로 싸우면 마음이 불편한데, 미성년 자녀들은 오죽하랴.

 

결국 아빠의 육아 참여로 인해 부부 갈등의 소지가 더 커질 수도 있으니, 부부가 마주 앉아서 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고, 아빠와 엄마의 사랑을 고르게 줄 수 있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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