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
3월이다. 긴 겨울도 지나가고, 이젠 봄의 기운이 움트고 있다. 봄의 기운이 솟는 것만큼 산하도 역시나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 부부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3월은 1월만큼 새로움을 주지만 느낌은 다르다. 1월은 생애 전체가 리셋이 되는 듯한 기분이라면, 3월은 어떤 과정의 일부가 리셋되는 기분이 있다. 특히 학교를 다니는 이들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나도 그렇고, 산하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고. 그래서 우리 가족에게는 3월이 매우 중요하다.
3월부터 나는 대학원 수업을 듣는다. 긴 겨울방학이 끝나자 수업시간 덕분에 생활 패턴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일주일에 두번은 저녁 늦게 들어오게 되면서 산하와 잠자리를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다. 대신 아침 일찍 어린이집에 가야하는 부담은 덜었는데, 둘 중 어느 것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산하 역시 3월의 시작과 함께 변화가 생겼다. 어린이집 별님반에서 달님반으로 승급했다. 담임선생님도 바뀌고, 낯이 익었던 언니, 오빠들은 졸업해서 사라지고, 대신 낯선 아이들 몇 몇이 어린이집에 들어와 적응기를 보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작년 담임선생님이 어린이집에 남아있다는 것과 기존에 쓰고 있던 반의 공간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양육자인 나와 산하의 갑작스런 환경 변화는 산하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는가 보다. 지난 화요일 저녁. 산하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빠의 부재로 인해 심한 '통곡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가끔, 아주 가끔 아빠를 찾은 적이 있지만, 아내의 증언에 따르면 이렇게 긴 시간을 운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수요일 저녁. 같이 저녁밥을 먹고 대학원 수업으로 나가려는 나를 산하는 무척이나 애달픈 목소리도 "아빠! 가지마~~"라고 외쳤다. 그 소리가 얼마나 구슬프던지...
산하의 변화는 이것만이 아니다. 이제까지 잘 다니던 어린이집을 갑자기 가기 싫어한다. 산하는 아침에 세수를 하고, 간식을 먹이고, 어린이집 가방을 정리하고, 옷을 입히고, 아기띠를 메고 어린이집에 간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어린이집 가기를 거부하고 있다. 아침에 옷을 입히려고 하면 "어린이집 안가~ 집에 있을래!!"라고 소리친다. 어찌 어찌 설득해서 어린이집에 도달하면 산하는 쭈삣쭈삣 어린이집 문앞에서 들어가기 싫은 표정을 지으며 서있는다. 멀리서 보면 어린이집에서 소외된 듯한 느낌을 갖는 모습이다. 산하는 외출복을 입으면 어린이집에 가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래서 집에서 재미나게 놀다가, 외출을 하려고 하면 안나간다고 떼를 쓴다. 그냥 집에만 있고 싶어서 아내와 나를 당황시킨다.
조금씩 상황은 개선되어지고 있지만 새학기라는 상황이 이 어린 아이한테도 힘든 것인가를 보여주는 2주였다. 그래 생각해보면 나도 새학기가 되면은 잘 알지 못하는 교수님과 수업환경이 약간은 신경이 쓰이는데, 3살짜리 아이한테는 얼마나 힘들까? 특히나 환경에 민감하고 낯을 가리는 산하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이런 나에게 "산하 강하게 키워야 해요. 조금 울어도 돼요"라고 위로해주신다.
이래저래, 3월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약간 힘든 시간이 될 듯 하다. 힘이 들더다도,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고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가족 화이팅!!
*칼럼니스트 김광백은 10여년 가까이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이며, 지역사회를 진보적으로 바꾸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시민입니다. 현재는 인천사람연대 장애의제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2012년 2월에 태어난 산하(딸, 태명 볍씨)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볍씨 아빠의 육아일기는 네이버 블로그(http://blog.naver.com/138100)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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