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은 아빠하기 나름
행복한 가정은 아빠하기 나름
  • 칼럼니스트 강현식
  • 승인 2014.04.0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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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만들어 사랑 표현하세요

[연재] 심리학자 아빠의 행복한 육아

 

여전히 많은 아빠들은 가정의 경제부양자의 역할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주말이나 휴일에 혼자서 거실에서 TV를 보고, 혼자 안방에서 낮잠을 자고, 자녀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며 함께 놀아주지 않는다.

 

그래도 가족은 이해한다. 자녀들은 아빠가 자신과 못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피곤해서 안 놀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내도 남편의 피곤함을 이해하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아빠 역할까지 해주려 한다. 그래서 남편을 깨우지 않고, 혼자서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을 한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남편의 대변인 역할까지 자처한다.

 

물론 아빠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다. 가족을 위해 돈을 벌고 바깥에서 일을 열심히 하기 때문에, 가족들이 자신을 마땅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좋은 아빠처럼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마치 ‘자기가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하기만 하면 전교 1등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떠드는 학생들의 허풍과 비슷하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크면 상황은 반전된다. 아이들은 더 이상 피곤해 지쳐 쓰러져있는 아빠에게 자신의 일상을 시시콜콜 이야기하거나 주말과 휴일에 함께 놀자고 조르지 않는다.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고 친구와 함께 놀려고 한다.

 

이때쯤 아빠들은 여유가 생긴다. 회사 업무도 예전보다는 줄었고, 접대자리를 끝까지 지키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친구들과 술 마시고 노는 재미도 예전만 못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다가가 ‘관심’이라도 표현하면, 아이들은 ‘간섭’이라고 맞받아친다. 아이들이 더 커서 대학이나 군대에 가면 아이들에게 아빠란 그저 한 지붕 아래서 잠만 자는 사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가끔 마주 앉으면 어색하기 짝이 없다.

 

자녀들에게 무심했던 아빠가 과연 아내에게는 친절했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자신이 바쁘고 힘들다고 아이들과 함께 하지 않았던 아빠가 엄마와 함께 했을리는 만무하다. 이런 남편의 태도에 만족할 여성이 과연 있을까? 당연히 남편의 이런 태도는 부부 갈등의 씨앗이 된다. 이후 이 씨앗은 이혼이라는 결실을 맺기도 한다.

 

2011년 4월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2010년의 이혼건수는 11만 6900건으로 전년보다 5.8% 감소했다고 하고,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는 2.3건으로 전년보다 0.2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1997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남녀 모두 50대 이상의 이혼, 즉 ‘황혼이혼’이 2000년부터 계속 증가세에 있다고 한다. 물론 작년에 전체 이혼건수가 줄었을 때에도 ‘황혼이혼’은 증가했다는 이야기다.

 

‘황혼이혼’이란 용어는 199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 생긴 신조어다. 일본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자 봉급생활자들 가운데 퇴직금을 탄 후 부인으로부터 이혼소송을 제기당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우리나라도 이런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 용어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여성이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1986년부터 남성을 앞질렀다고 한다. 당연히 황혼이혼은 말할 것도 없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이혼사유를 분석해 보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외도나 경제적 이유, 학대가 아니라 바로 성격 차이(46%)였다. 다른 이유는 15%도 안 되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은 한 여성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바람을 피운 적도 없고 돈도 먹고 살 만큼 충분하게 벌어오는데 왜 아내가 이혼하자고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그 아내를 불러 상담을 해보면 이런 경우 남편이 십중팔구 문화지체 현상을 일으키고 있어요. 사회는 산업화, 정보화로 바뀌고 있는데 남편들은 여전히 옛날 가치관을 그대로 가지고 있거든요. 아내는 항상 자신의 주변에 있으면서 자기를 불편하지 않게 챙겨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정신적으로 구속하고 행동을 단속하지요. 거기에 비해 여자들은 빠르게 변화합니다. 그러다보니 대립과 갈등을 일으키게 되지요.”

 

아내들이 원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 자신에게는 친절한 남편이다. 부부 관계와 부모-자녀 관계가 서로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아빠가 가족과 함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비밀의 열쇠는 바로 자녀들과 함께 하면서 사랑을 나누는 것뿐이다.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아빠가 어디 있겠냐만 사랑은 마음이나 생각이 아닌 행동으로 반드시 드러나야 한다. 그래서 아빠는 자신의 모든 스케줄 중에서 자녀를 우선시해야 한다.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자녀들과 함께 놀고 이야기하고 즐길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아빠가 날 정말 사랑하는구나!’를 직접 느끼게 해야 한다. 시간을 많이 낼 수 없다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만이라도 아이에게 집중하자. 아빠가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양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질이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강현식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다.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www.nudasim.com)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심리학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일보다는 두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는 행복한 아빠다. 많은 아빠들에게 아빠 육아의 즐거움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아빠 양육』1, 2권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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