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 아기를 버리는 나라, 바꿔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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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가영 기자
  • 승인 2014.05.09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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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련 교수 "친가족 보존원칙 체계로 개편해야"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특별기획] 갓난 아기를 버리는 나라


아동 유기는 명백한 범죄다. 그리고, 제 자식과 같이 살 수 없게 만드는 우리 사회는 유죄다. 부모 품 안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 그리고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을 무조건 양육시설로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최우선적으로 친부모 품에서 자랄 수 있도록 아동복지체계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주제로 진지한 토론의 장이 벌어져 베이비뉴스가 현장에 다녀왔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아이를 버리게 만드는 사회에서 키울 수 있는 사회로'라는 주제로 아이가 친가정에서 함께 자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찾는 '싱글맘의 날 기념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아이를 버리게 만드는 사회에서 키울 수 있는 사회로'라는 주제로 아이가 친가정에서 함께 자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찾는 '싱글맘의 날 기념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아이를 버리게 만드는 대한민국, 대책 시급

 

남윤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과 9개 한부모가족 및 미혼모 관련 단체, 기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한 ‘제4회 싱글맘의 날 기념 국제 컨퍼런스’. 해외입양인들과 미혼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아이를 버리게 만드는 사회에서 키울 수 있는 사회로’라는 주제로 아이가 친가정에서 함께 자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을 찾는 자리였다. 영아유기를 예방하고 아이들이 친가정에서 살 수 있는 아동보호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발제를 맡은 노혜련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버리지 않아도 되는 아이들을 버리게 만드는 게 우리 사회다. 아동복지를 원칙대로 했다면 벌써 해외입양과 대규모 양육시설은 없어졌고, 미혼모도 편히 사는 나라가 됐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아이를 가정에서 잘 키울 수 있도록 원칙을 바로 세우고 지키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교수는 논란이 되고 있는 베이비박스와 관련해 “베이비박스는 부모의 의무를 약화시키고 있다. 아동 유기는 가장 극단적인 아동학대이며 아동이 출생에 관해 알 권리를 박탈하고 친부, 친척의 권리도 박탈하고 있다. 그럼에도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버리는 것이 왜 이렇게 너그러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 교수는 “미혼부모 지원을 증가하면 유기사례는 감소할 것이다. 베이비박스를 설치할 게 아니라 결혼가정아동과 미혼모에게 동등한 법적지위를 부여하는 등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우리나라의 미혼부모는 사회의 편견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아이를 양육시킬 수 있는 가족지원서비스나 시설보호서비스는 부족한 현실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노 교수는 “출산 전후를 위한 소규모 가정형태의 시설보호서비스를 확대하고, 지역사회에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미혼부모의 주거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보편적 아동수당제를 도입하고, 다양한 유형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가족지원 서비스가 강화돼야 한다”고 전했다.

 

◇ “친가족보존 원칙에 따라 아동보호체계 개편해야”

 

특히 노 교수는 우리나라의 아동보호서비스체계가 가족 보존의 원칙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교수에 따르면 가정이 있는 아이들도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채 시설에서 살고 있는 실정이다. 2012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은 6926명으로 이중 78%인 5400명은 최소한 부모 중 한 명이 있는 집중 가정보호서비스 지원 대상이었다. 하지만 친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전체의 4%로, 결국 보호가 필요한 아동의 87%(6038명)가 친가정에서 분리돼 시설, 위탁가정, 그룹홈 순으로 배치됐다. 

 

노 교수는 “이러한 결과는 우리나라 아동보호사업의 가족보존 기능이 취약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아동 보호 시에는 친가정보호가 우선되고, 이것이 어려우면 최소제한대안의 원칙에 따라 가정과 가장 가까운 형태의 가정위탁>그룹홈>시설보호를 우선순위로 서비스가 결정돼야 하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대규모 양육시스템이 많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선진국과는 차이가 있다는 게 노 교수의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는 아동학대나 에이즈 등의 질병 등 아주 심한 경우에만 가정에서 아동을 분리하고 있으며, 이 경우에도 50%가 넘는 아동들이 친가정으로 복귀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동 분리 원인 대부분이 경제적인 요인임에도 친가정 복귀율은 낮은 수준이다. 2011년 일반위탁보호가 종결된 아동 260명 중 친가정 복귀가 이뤄진 경우는 92명으로 36%다.

 

노 교수는 “가족분리에 초점을 두고 있는 기존 아동보호체계를 친가족보존 원칙에 토대를 둔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며 “아동서비스 통합지원기구가 ‘최소 제한 대안 원칙’에 따라 아동보호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각 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노 교수는 “친가정에서 아동을 분리할 경우 최종 결정과정에 법원이 개입함으로써 분리 결정에 신중을 기함은 물론, 그 결과와 사후 관리에 대한 책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신옥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독양육모와 아동의 법정책은 이들이 가지는 헌법상의 권리와 그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돼야 한다. 차별적인 ‘미혼모’라는 단어를 지양하고 새로운 가족 형태에 합당한 용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또 “단독양육인이 20%인 독일의 경우, 저소득층을 위한 아동수당과 아동보조금, 부모수당 등을 통해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며 “단독양육인에 대한 법적, 제도적 사회안전망 정비는 국가의 출산율 제고를 위한 다양한 법제, 태아의 생명권 보호 등의 문제와 함께 종합적으로 숙고돼야 한다”고 전했다.

 

4살 된 딸을 홀로 키우는 한국미혼모가족협회의 한 회원은 “혼외자라는 이유만으로 입양부터 권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작은 생명 하나마저 품을 수 없는 병든 사회다. 아동 유기 등의 문제는 미혼모 개인의 책임만이 아니라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든 이 사회가 짊어져야 할 책임과 과제다. 이제는 우리 사회를 돌아볼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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