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좋아요? 아들이 좋아요?
딸이 좋아요? 아들이 좋아요?
  • 칼럼니스트 정옥예
  • 승인 2011.05.16 16: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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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딸 낳아서 해외여행 갈래요"

[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임신을 하고 제일 궁금했던 것은 아기의 성별과 아기의 얼굴이었다. (물론 아기가 건강한 지가 제일 관심사였다.) 병원마다 다르지만 아기의 성별은 빠른 경우 16주 늦은 경우 28주에 알려준다. 하지만 낳을 때까지 안 알려주는 병원도 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출산할 때 성별을 아는 경우도 있다니, 정말 스릴 넘친다.) 이마저도 명확히 “아들이에요” “딸이에요” 하는 경우는 없다. “아빠(엄마) 닮았네~” “잘생겼어요(예뻐요)” 지인 중에는 의사선생님이 “아빠 닮았네요”하는 얘기를 듣고 “선생님, 저희 남편 언제 보신 적 있으세요?”라고 되물어 의사선생님을 당황하게 한 경우도 있다. 성별을 안 알려주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남아선호사상에서 비롯됐다. 심각한 남녀성비 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아보자는 이유였다. 지금은 딸을 선호하는 가정이 많아지고 '딸바보'라는 딸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쏟는 아빠를 일컫는 신조어까지 생기고 있다.

 

딸바보 남편. ⓒ정옥예
딸바보 남편. ⓒ정옥예
남편은 아들 둘만 있는 집에 차남이다. 그래서 시부모님은 손녀를 원하셨다. (나의 부담감을 덜어주시려는 깊은 배려심도 있으셨을 듯하다.) 나와 남편은 가족계획을 세우면서부터 오로지 딸을 부르짖었다. 아마 임신을 하기 전부터 남편의 딸바보는 시작됐던 듯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렇게 딸을 바랐던 나였는데….

 

병원에서 성별을 가르쳐준 날 묘한 서운함은 뭐였는지. 아마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임신한 엄마들이 느낄 수 밖에 없는 감정이 아니었을까? 이 이상한 감정에 대해서 내린 결론은, “가질 수 없는 성별에 대한 아쉬움”이라고 해두기로 했다. 딸이래도 서운하고, 아들이였으면 더 서운했을 아쉬움.

 

아기를 낳을 때쯤 새집으로 이사를 가게 돼 있어서 벽지선택을 하기 위해 성별을 물어봤지만 선생님은 연두색으로 하라는 모호한 말씀만 하셨다. 그래서 그냥 연두색 벽지를 바르고, 24주에 성별을 알았다. 그 전에 육아카페에 초음파 사진을 올리고 아들이냐, 딸이냐를 물었던 적도 있다. 5:5 정도로 나왔던 것 같다. 지금도 육아카페에는 초음파 동영상이나 사진을 올리고 답변을 기다리는 엄마들이 많다. “미사일이 보이나요?” “예쁜 공주님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내 주변에는 아들보다 딸을 원하는 엄마들이 많다. 하지만 딸을 가지고 싶다고 얘기하면서도 “시댁에서는…”이라며 말을 흐린다.

 

아직까지 옛 어른들은 아들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무의식속에 자리 잡고 있는듯하다. 하지만 딸이 대접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아니, 벌써 왔다. 사법고시 시험에서는 여성들이 더 많은 합격률을 보여주고 있으며, 내가 수능을 치르던 그해 교대 입학요강에서는 남자와 여자의 합격 커트라인도 달랐다.(여자가 더 높았다.)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해 있는 우리나라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우리들의, 이제는 우리 딸들의 피나는 노력인 듯해서 이제는 딸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마음이 아프면서도 대견하다.

 

엄마들 사이에 우스개소리가 있다. 딸낳고 아들 낳으면 금메달, 아들 낳고 딸 낳으면 은메달, 딸 낳고 딸 낳으면 동메달, 아들 낳고 아들 낳으면 목메달. 그만큼 시대가 변했음을 보여주는 우스개소리가 아닐까. 아니면 딸가진 엄마들이 질투반으로 만들어낸 이야기일까?

 

지안아, 엄마는 최소 동메달이다!! ⓒ정옥예
지안아, 엄마는 최소 동메달이다!! ⓒ정옥예
아들이래도, 딸이래도 다 내 자식인데 무슨 상관이 있으랴. 깨물어도 아프지 않을 내 아기들인데. 내가 바라는 건, 딸을 가졌다고 어른들께 괜시리 든다는 죄송한 마음 자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주변에 아들 낳아서 시댁에 눈치 보인다는 얘기 하는 엄마들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난 둘째도 딸을 낳고 싶다. 딸이랑 쇼핑도 다니고 사위한테 용돈도 받아 쓸 것이다. (요즘은 아들들이 장모님에게 더 잘하는 것을 많이 봤다. 자기 어머니에게는 작은 선물도 한번 안 드리면서 장모님에게는 가방도 사드리고, 용돈도 드리고. - 이것도 썩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그렇게, 딸이랑 친구처럼 오순도순 남은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지안아, 엄마 해외여행 보내줄거지?”

 

지안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sl81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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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s**** 2011-05-28 09:51:00
기쁨사랑맘
아들이든 딸이든 정말 상관없는 것같아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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