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 양육 요령은?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 양육 요령은?
  • 칼럼니스트 강서영
  • 승인 2014.05.2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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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질적 차이 인정하고, 그에 맞는 속도와 방식으로

[연재] 예술치료사 강서영의 ‘아하, 그랬구나!’ 나와 가족의 모습

 

요즘 여대생 A는 엄마가 못마땅해 죽을 지경이다. 안 그래도 감정조절이 쉽지 않은 문제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엄마까지 못미더워하면서 사사건건 간섭한다.

 

그렇다고 A가 자기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하거나 불성실한 건 아니다. 그녀가 학과 과제를 잘 해내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을 보면 안쓰러울 지경이다. 성격상 사소한 문제로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밖에서는 아무런 표현도 하지 못하고 집에서 터뜨린다.

 

그녀는 타인이 자신을 무시할까 두려워 자기표현을 주저해왔다. 그 결과 친구든 이성이든 깊은 관계를 이어가기 어려웠으며 늘 외로워하고 있었다. 가족은 A가 부리는 신경질을 받아주느라 녹초가 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A는 가족들이 자신을 공격하고 믿어주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에 원망스럽기만 하다.

 

A의 어린 시절, 그녀만큼이나 예민하고 깔끔한 성격을 지닌 어머니는 A를 지극정성으로 키웠다. A를 낳고 산후우울증에 시달렸지만 이를 악물고 견디면서 아이와 놀아주었으며,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에는 한시도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어머니의 얼굴에서 억울한 표정이 읽히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B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혼자 있을 때만 치는 피아노와 게임이 자기 생활의 전부라 할 수 있는 B는 건실한 아버지와 우직한 어머니의 하나뿐인 귀한 자식이다. 부부는 열심히 일해서 이제 좀 여유가 생겼지만 집에만 틀어박혀있는 아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중학시절, 제대로 친구 사귀는 것을 본 적도 없이 늘 집에만 있으려 할 때만해도 숫기가 없고 내성적이라서 그렇거니 믿었다. 자신들도 그랬으니 집안 내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공부는 곧잘 했기 때문에 크면 성격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B는 성인기에 접어들어서도 호기심이나 의욕은커녕 여전히 낯선 곳과 낯선 이들을 피하려 한다.

 

소심하고 조용한 아이였던 B는 부모의 맞벌이 때문에 2살도 되기 전에 유아원에 맡겨졌는데 아침마다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며 울었다고 한다. 그러다 초등학교에서 우연히 친구들 사이에서 사소한 일로 놀림거리가 된 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말을 하지 않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그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부모는 아이가 말을 하지 않을 때는 “똑바로 말하라”고 다그치고, 시선을 피하고 있을 때는 “눈을 보면서 말하라”고 혼내기 일쑤였다.

 

A와 B의 공통점은 까다로운 기질을 가진 아이였다는 것이다.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노는 것과 놀지 않는 것 등 무엇 하나 무난하게 지나가는 것이 없는 ‘키우기 어려운 아이’였다. 이런 아이들은 겁이 많고 신체적으로나 감각적으로 예민하고 변화에 대한 수용과 융통성이 부족하다. 한 마디로 불안감이 많은 아이들이다. 학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므로 좀 더 무난한 기질의 아이들이었다면 어쩌면 큰 어려움 없이 성장했을 수도 있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일반적인 육아지침이 별로 들어맞지 않는 경우다. 자신의 감각에는 예민하지만 타인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소통 능력은 떨어지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원만할리 없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일상이 곧 전투이고, 인생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하는 각박한 전장이다.

 

이들에게는 첫째도 둘째도 안정감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너무 일찍 보육기관에 맡기지 않는 것이 좋다. 만 3세 정도까지는 주양육자가 돌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주양육자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면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부모가 우울하고 불안한 경우에는 아이에게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써도 자신의 감정이 전달될 수밖에 없고 무의식적인 전달방식은 파급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라고 해서 외부접촉을 차단하고 아이와 둘만 지내는 것은 아이가 사회성을 키워나가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웃과 또래 아이들을 접할 기회를 자연스럽게 갖게 되면, 보육기관에서의 적응이 좀 더 수월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일 대 일부터 시작해 일 대 다수로 점차 관계를 확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까다로운 아이를 키우는 요령이다. 아이가 또래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바깥 활동에도 호기심을 보인다면, 그건 아이를 맡길만한 때가 되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질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은 안정적인 아이들보다 까다롭기 때문에 키우기가 몇 배나 어렵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은 창의적이고 감성적이며 영민함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에게는 이들의 특성에 맞는 속도와 방식으로 대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불안을 다독이면서 키우는 것은, 아이들에게 그들의 장점을 활짝 꽃피울 가능성을 선물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강서영은 예술치료사이자 청소년 상담사, 한국표현예술심치치료협회 임상감독자로서 강서영 심리상담센터(www.일산심리치료.kr)를 운영 중입니다. 심층심리를 기반으로 한 예술심리치료로 아동, 청소년, 성인들을 만나고 있으며 좋은 부모되기가 부모자신의 인격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신념과 더불어 좋은 치료 역시 치료자 자신의 인격성장에 달려있다는 믿음으로 ‘이 순간을 잘 살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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