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지안이 엄마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집에서 12시간 진통, 병원 도착 후 3시간 30분 만에 낳은 아기를 품에 안자마자 든 생각은 “왜 이렇게 못생겼지?” 였다. 10달 동안 초음파 사진을 보면서 누구를 닮았을까, 얼마나 이쁠까, 를 기대했던 나에게 딸의 모습은 정말이지 실망스러웠다. 아빠 엄마가 썩 미남 미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내 아기는 정말 좋은 부분만 닮아서 나오기를, 아니면 의외로 정말 예쁜 아기가 나오기를 바라는게 부모 마음일 것이다. 임신기간 내내 효리언니의 얼굴을 보면서 태교를 했던 엄마의 바람과는 다르게 피부색만 효리언니를 닮은 딸을 보니 어찌나 한숨만 나오던지….
3.34kg으로 나온 딸은 주름은 없었지만(아무래도 임신 기간 동안 밀가루 음식을 먹은 엄마덕에 퉁퉁 불어서 나온게 아닌가 싶다.) 얼굴은 크고, 빨갛고, 눈은 작고…. 그런 딸아이를 보면서 남편과 나는 앞으로 돈을 참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리원에 들어가면서 아기 얼굴의 부기는 점점 빠졌고 생후 8일경부터 미모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과연 미모가 정말로 빛을 발한건지, 아니면 일주일 키웠다고 정이 들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안이를 보는 선생님들과 함께 생활하는 엄마들은 신생아인데도 정말 또렷하고 예쁘다고 해주셨다. 점점 예뻐지는 지안이를 보면서 남편과 나는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그렇게 조리원에서 퇴소를 하고 집에 왔는데, 아기 얼굴에 좁쌀같은 여드름이 나더니 다시 못생겨졌다. 젖을 잘 먹어서 얼굴에 살이 쪄서 그런지 남편은 코도 들창코 같다며 다시 걱정모드로 돌입했다. 고슴도치도 자기자식은 예쁘다던데, 이런 면에서 남편과 나는 참 객관적인 부모라고 이야기했다. 좁쌀 여드름에 좋다는 크림을 바르고 나니 3일만에 아기 피부는 원상복귀됐고 딸아이는 뒤집고, 기고, 사회생활이 힘들었는지 젖살이 점점 빠지면서 다시 점점 예뻐졌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면서 우리부부는 딸아이의 외모에 일희일비 하지 않게 됐다. 1년이 지나고 나니 객관적인 눈은 점점 흐려지고 고슴도치 아빠 엄마가 돼 가고 있다. 어릴 때 정말 못생긴 아기가 크면 예뻐진다는 얘기를 들으면 왠지 걱정이 되는거 보면 객관성을 많이 잃은 것이 확실하다. 돌잔치 때 열두달 액자(아기의 성장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달력사진)를 보니 아기의 얼굴은 수십 번 바뀐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 당시 제일 예뻤던 사진만 넣다보니 웃겼던 사진은 없지만 분명 아기의 얼굴은 매일 매일 바뀌는 것 같다.
병원에 있을 때 지안이를 보며 못생겼다고 하던 남편도 지금은 지안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단다. 수차례 “객관적으로??” 라고 물어도 그렇다고 하는거 보면 남편도 딸바보가 되어버린 듯하다. 진지하게 자기를 닮아야 된다고 주장하는 남편과 점점 남편을 닮아가는 딸아이를 보고만 있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지안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sl81
*칼럼니스트 정옥예는 국민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평생교육원을 통해 아동학 학위를 수료했다. 9년 동안 영어학원 강사와 과외강사를 하며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를 만나면서 아이의 90%는 부모가 만든다는 것을 깨닫고 출산 후 육아에만 전념하며 지혜롭고 현명한 엄마가 되기위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 이 시대의 열혈엄마이다.
예전 기억이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