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없다면?' 아이에게 물어봤더니…
'물이 없다면?' 아이에게 물어봤더니…
  • 칼럼니스트 황유순
  • 승인 2014.05.3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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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생각을 넓혀주는 엄마의 대화습관

[연재] 윤이와 엄마의 생각 키우기 -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성장하는 대화!

 

여덟 번째 이야기 – '물이 없다면…' 일상의 경험, 특별한 경험을 지지해주기

 

며칠 전 저녁을 먹던 윤이가 갑자기 엄마에게 질문을 던졌다. “물이 없다면?” 난 그래서 되물었다. “너는 물이 없으면 어떨 거 같은데?” 그랬더니 윤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술술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윤이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해 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1. 씻지도 못하고

2. 물도 못 먹고 목마른데

3. 살아야하는데 못 살고

4. 물고기들도 못살고

5. 물감놀이도 못하고

6. 머리 헝클어 졌을 때도 못하고

7. 그리고 빨래 할 때도

8. 그리고 꽃에 물도 못주고

9. 그리고 밥에 물도 못 담그고 맨 처음에

10. 풀도 못쓰고

11. 그리고 고구마 먹을 때 같이 먹을 물이 없고

(엄마 : 윤이 또 물로 뭐해?)

12. 물장난도 못하고

13. 비누칠도 못하고

14. 물에 떠다니는 동물도 못살고 오리랑

15. 꿀에도 물이 들어가야 하잖아

16. 우유로 비눗방울 같은 거 하는 것도 못하고

17. 비도 안 오고

(엄마 : 윤이가 아침에, 점심에, 저녁에 뭐하지?)

18. 치카할 때 우물우물 할 것도 없고

19. 땀 흘릴 때 물도 못 먹고

(엄마 : 엄마는 물로 뭐하지?)

20. 빨래도 못하고 우리 첫 번째로 이사 갔을 때 우리 이렇게(욕조에서 이불 밟으며 빠는 몸짓을 하며) 물로 못하고

21. 설거지도 못하고

22. 더러운 거 닦지도 못하고

23. 약 먹을 때 물도 같이 못 먹고

24. 먼 나들이 갈 때 물도 못 싸가고

25. 걸레도 못하고

26. 진흙탕도 만들 수 없고

 

1번부터 24번까지는 첫 날 생각해낸 것이고 25번과 26번은 다음날과 그 다음날에 엄마, 물이 없다면 또 생각했어하며 이야기를 해 준 것이다. 윤이가 말한 대답들을 보면서 윤이의 생활과 밀접한 것들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윤이에게 자리 잡은 특별한 경험도 찾을 수 있었다.

 

6, 밤에 자면서 땀을 많이 흘리는 윤이는 아침마다 머리가 헝클어져 있다. 그래서 어린이집 가기 전 물을 적셔 머리를 단정하게 만들곤 한다. 8, 요즘 종종 분무기를 들고 다니면서 화분에 물을 준다. 9, 엄마는 아침에 먹을 밥을 전날 저녁에 씻어서 놓는데 그래서 물에 담가 놓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 외에도 고구마 먹을 때, 땀 흘릴 때, 나들이 갈 때 물을 먹어야 하는 것과 물감놀이, 물장난, 비누칠, 양치질, 설거지, 걸레질, 빨래 등은 모두 물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모두 일상생활에서 늘 겪는 일들이다.

 

특히 16, 빨대로 우유를 먹을 때, 반대로 빨대로 불면서 비눗방울을 부글부글 만들었었다. 요즘 보글보글 퐁퐁이라는 그림책을 보며 우유를 빨대로 계속 불면 정말 창문을 넘어서 길까지 거품들이 나가는지 궁금해 하던 윤이였다. 20, 윤이가 4살 때 세탁기에 안 들어가는 겨울 이불을 욕조에 넣고 같이 발로 밟아 빤 적이 있는데 그걸 기억해 냈다.

 

마지막으로 26, 요즘 윤이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가 진흙탕 놀이다.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며 꼭 마당에 물을 부어 진흙탕을 만들어 놀다가 집으로 온다. 진흙탕으로 요리도 하고 밟기도 하다보면 어느새 옷은 흙탕물로 범벅이 되고 엉덩이에 스며든 흙먼지는 몇 번을 손빨래로 헹궈내야 한다. 솔직히, 엄마인 나는 그 빨래가 귀찮지만 그걸 행복해 하는 윤이 때문에 진흙탕 놀이를 허락한다.

 

아이의 일상적인 경험, 그리고 특별한 경험이 아이의 생각을 얼마만큼 키우는지 윤이의 대답을 통해 확인하게 되었다. 일상의 경험과 아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하고 싶어 하는 특별한 경험들에 대해 관대하게 인정해주고 지지해준다면 지적인 성장과 더불어 행복한 추억으로 새기게 될 것이다.

 

하원하며 어린이집 앞마당에서 진흙탕을 만들고 있는 윤이. ⓒ황유순
하원하며 어린이집 앞마당에서 진흙탕을 만들고 있는 윤이. ⓒ황유순

 

*칼럼니스트 황유순은 덕성여대 유아교육과와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했다. 5년 동안 유치원 교사로 활동한 경력과 그동안 배운 지식을 총 동원하여 놀이를 통한 교육을 두 아이에게 실천하고 있다. 몸과 생각주머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하며 살고 있는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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